3월의 마지막 날에는 오케이 슬로울리 북클럽 〈천천히 오래오래〉 1기 온라인 회고모임이 있었다. 오전과 저녁으로 나눠 구글밋으로 진행한 회고모임에 한 분도 빠짐없이 참석해 주셔서 한 달 동안 어떻게 읽었는지, 어떤 작품이 가장 좋았는지, 기억에 남는 문장은 무엇인지 모든 분의 소회를 들을 수 있었다.
모든 소설은 독자와 시차가 생기기 마련인데 이번 소설은 한국의 근대 여성 작가와 현대 여성 작가의 작품을 잇는 시리즈라서 그중에서도 시차가 큰 소설이었다. 매주 가이드 레터를 썼던 것도 백 년이라는 시차를 두고 읽는 소설이 너무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으면, 내가 발 딛고 서 있는 현재와 소설이 너무 멀게 느껴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온라인 회고모임에서 레터가 도움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그동안 교과서에서 만나지 못했던 근대 여성 작가를 이번 기회로 알게 되어 좋았다는 이야기도 나누었는데, 모임을 마치고 나니 ‘소설, 잇다’ 시리즈는 한국문학에서 중요하지만 지워졌던 여성 작가의 자리를 되찾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궤도 안 여성과 궤도 밖 여성에 대해 나누었던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저녁 회고 모임에서 그동안 직접 책을 선택해 읽는 주도적인 독서를 하다가 누군가 권한 책을 읽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었다는 분이 계셨다. 그런데 그 과정이 싫지 않았다고, 어렵기도 했지만 한 권의 책을 여러 번 곱씹으며 읽는 과정이 좋았다고 해 주셔서 감사했다. 책의 마지막 작품인 최진영 작가의 「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 속 문장처럼 따듯한 바람이 불어온 기분이라고 해 주셔서 실은 많이 감동했다. 이야기를 듣는 동안 정말로 따듯한 봄바람이 불어오는 기분이 들었다.
매일 밤늦게 퇴근하는 일상을 보내면서도 천천히 읽어도 괜찮다는 말에 기대어 한 편씩 읽어 나가다 보니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는 분도 있었다. 읽는 시간이 일상의 쉼이 되어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는, 삶의 전환이 되는 시간이었다는 말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
구독제 북클럽은 처음 시도해 보는 일이었는데 함께 읽는 분들이 계셔서 나도 힘을 내 읽을 수 있었다. 온라인 모임 진행도 처음이었는데 한 달 동안 함께 읽은 한 분 한 분의 얼굴을 보며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바쁜 일상 중 시간 내어 참석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리고 싶다.
4월에는 지하련, 임솔아의 『제법 엄숙한 얼굴』을 만날 예정이다. 재독하며 메일을 썼던 3월과 달리 4월에는 비슷한 속도로 책을 읽으며 가이드 메일을 쓰게 될 것 같다. 4월에는 어떤 이야기를 만나고 나누게 될까. 어려운 작품을 만나게 되더라도 ‘천천히, 함께’ 읽기의 힘을 믿고 싶다.
(202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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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오래오래〉
오케이 슬로울리 구독제 북클럽입니다. 세 달간 세 권의 책을 읽습니다.
1기에서는 근대 여성 작가와 현대 여성 작가를 잇는 작가정신 출판사의 ‘소설, 잇다’ 시리즈를 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