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북클럽 메일을 보내면서 조심스럽게 안부를 물었다.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산불을 그저 망연히 바라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화마에 휩싸인 마을과 검은 재로 뒤덮인 산등성이를 보고 있으면 일상을 살아가는 일이, 안부를 묻는 일이 조심스럽게 느껴진다.
오래전 내가 살던 양양에도 큰 산불이 있었다. 2000년에는 8박 9일 동안 동해안 전역을 휩쓴 산불이 있었고 2005년에는 천년고찰 낙산사를 전소시킨 산불이 있었다. 2005년 식목일에 일어난 산불로 막내 이모는 집을 잃었다. 재난 보도 뉴스를 보고 있으면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 나 마음이 무거워진다. 엄마를 따라 까맣게 변해 버린 소나무를 지나 이모에게 가던 길이, 망연자실한 표정의 이모와 이모부를 바라봤던 일이.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주변 지역으로 확산되고 강원도와 경계에 있는 울진까지 왔다는 소식이 이어졌다. 양양의용소방대 대장인 엄마는 산불이 발생하면 소방대원들과 함께 현장에 가 필요한 일들을 돕는다. 아직 엄마가 계신 양양은 산불의 영향이 미치지 않았지만 언제라도 산불이 발생하면 지체 없이 현장에 가 음식과 식수를 공급하며 지원하실 것이다. 20년 동안 의용소방대원으로 활동하셨는데도 산불이 발생할 때마다 엄마가 어떤 일들을 하시는지는 잘 몰랐다. 현장에서 소방대원들과 다른 옷을 입고 지원 활동을 하는 분들의 모습과 대피소에서 이재민들에게 구호물품을 나눠주며 현장을 챙기는 분들을 보면서 그제야 엄마가 해왔을 일들을 짐작했다.
어젯밤에는 시부모님이 계신 무주에도 산불이 발생했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부남면에서 시작한 산불은 시부모님이 계신 적상면 야산까지 이어졌다. 아침에 전화를 드리니 여기는 괜찮다고 말씀하셨지만 여전히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업데이트되는 뉴스들을 살피고 산불피해 긴급모금에 작은 마음을 보태고, 날씨를 확인하면서 어서 비가 오기를, 곳곳에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여기서 더 나빠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만큼 온통 안 좋은 뉴스뿐인 어두운 시기를 지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세상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선의들이 있기 때문에 좋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믿고 싶어진다. 북클럽 도서인 『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에서 절반의 가능성, 절반의 희망*에 기대어 글을 썼다는 최진영 작가님의 말처럼, 인간의 잘못으로 자꾸만 나빠지는 세상이지만 나와 무관하지 않다고 여기며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이들이 있기에 절망 속에도 희망이 있다고, 타버린 재 아래에 움트는 생명이 있다고 믿고 싶다.
*최진영 「절반의 가능성, 절반의 희망」 『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
(2025.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