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진 『개구리가 되고 싶어』 완독회와 북토크
지난해 겨울 김화진 작가의 단편 소설 『개구리가 되고 싶어』를 읽으면서 경칩인 절기에 모여 소설을 읽는 모습을 상상했다. 크리스마스 다음 날 출판사에 문의 메일을 보냈고 다음 날 작가님에게 내용을 전달했다는 회신이 왔다. 그리고 같은 주 주말 3월 15일에 진행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메일이 도착했다. 시간을 확정하고 북토크 모집에 필요한 이미지를 요청하며 보냈던 겨울을 지나 봄을 맞았다.
처음 김화진 작가를 알게 된 건 소설 『공룡의 이동 경로』를 읽으면서였다. 소설을 읽고 나니 작가의 다른 작품들이 궁금해졌고 이듬해 출간된 『동경』을 읽고 난 후 초기 작품인 『나주에 대하여』를 읽었다. 소설가이자 문학 편집자라는 사실은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유명 출판사 유튜브에 오랫동안 출연했다는 사실은 최근에야 알았다.
북토크를 준비하기 위해 여러 기사와 팟캐스트 인터뷰,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면서 편집자로 먼저 얼굴이 알려진 후 등단하게 되어 편견 어린 시선으로 소설을 대하는 분들을 만나기도 했다는 인터뷰를 읽고 여러 생각이 들었다. 편집자이자 작가로 동분서주하는 꿈을 꾸기도 했다. 여러 가지 업무를 처리하느라 원고 마감일에 원고를 보내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꿈이었다.
김화진 작가님은 『개구리가 되고 싶어』 작가의 말을 통해 주인공과 다른 선택인 퇴사 소식을 전했다. 한국문학이 좋아서 국문과에 진학하고 소설가의 글을 문예지보다 먼저 읽을 방법을 떠올리다 편집자가 된 사람. 좋아하는 작가들의 신작을 만나고 싶어 문학 독립잡지 〈유령들〉을 만들어 동료 작가들에게 글을 청탁하고 잡지로 발간할 만큼 문학을 사랑했던 사람이 편집자의 일을 그만둔 것이다. 사랑하는 두 개의 일 중 하나를 내려놓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이 들었을까. 묻고 싶고 궁금한 것이 많았지만 오랜만에 독자와 만나는 시간이 너무 무겁게 흘러가지 않도록 공들여 질문을 둥글렸다.
완독회는 토요일 오후 3시에 진행될 예정이었는데 40분 전에 작가님이 문을 열고 공간에 들어오셨다. 아직 두세 명의 독자만 도착해 있을 때였다. 독자들이 도착할 때마다 자리를 안내하고 커피와 티를 준비해 드리는 동안 독자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작가님의 장난기 어린 목소리가 등 뒤로 들려왔다. 서점원인 나와 독자들의 긴장을 풀어주는 다정한 목소리였다.
완독회는 공간에서 하는 첫 시도였다. 혹시나 뒷자리까지 목소리가 전달되지 않으면 어쩌나 싶어 마이크 구매를 고민하기도 했는데 괜한 고민이었다는 생각이 들 만큼 작가님의 목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워 주었다. 대화를 나눌 때와는 다른 낮고 차분한 목소리와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만이 고요히 울렸다. 소설 한 편을 처음부터 끝까지 작가의 목소리로 읽는 시간은 한순간에 공간의 분위기를 바꿔 놓았다.
소설을 읽기 시작한 지 한 시간 남짓 되었을 때 책에서 가장 전하고 싶었던 문장을 작가님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었다.
“개구리 되고 싶어. 개구리처럼 되고 싶어. 몇 시간이고 같은 자세로 앉아 있을 수도 있지만 마음먹으면 단번에 예상할 수 없는 높이와 거리를 뛰어오르기도 하는. 그런 잠재력이 내 안에 있다고 믿고 싶어. p.58”
지난겨울 출판사에 보낸 메일 말미에 이렇게 적었었다.
‘김화진 작가님의 『개구리가 되고 싶어』를 읽으며, ‘권태’와 ‘다시 뛰기 위해 웅크리는 시간’에 대해 잠잠히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절기상 경칩에 김화진 작가님의 책을 함께 읽고 소설을 쓴다는 것에 대해 독자들과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그때 적었던 나의 바람이 현실로 이루어진 순간이었다. 누구에게나 다시 뛰기 위해 잠시 웅크려 있는 시간이 있을 것이다. 그 시간이 의미 없는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에게 필요한 시간이라는 것을 책 속 문장에 기대어 전하고 싶었다.
소설의 마지막 문장 낭독이 끝난 후 작은 박수가 흘러나왔다. 완독회에서 처음 소설을 읽은 한 독자는 소설의 여운 때문에 빨리 박수를 칠 수 없었다는 소감을 전해 주셨다. 이어진 북토크에서는 소설과 소설 쓰기에 관한 여러 대화를 나누었다. 소설을 쓸 때 어떤 것에 주로 영향을 받는지, 소설을 쓰고 난 지금은 권태라는 감정에서 자유로워졌는지, 그동안 쓴 소설들에는 각각 작가의 어떤 시절들이 투영되어 있는지, 가장 마음이 쓰이는 작품은 무엇인지, 작가님의 소설이 독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가길 바라는지, 의지와 상관없이 생겨나는 마음들에 스스로가 미워질 때 작가님은 어떻게 하시는지, 처음 썼던 소설을 기억하고 계시는지, 독립잡지를 만들게 된 계기가 있는지, 퇴사 후 어떤 일상을 보내고 계시는지, 최근 관심 있는 주제와 요즘 읽고 있는 책은 무엇인지.
이날 나눈 여러 대화 중 소설이 독자에게 의외의 힌트가 되어 주면 좋겠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소설을 읽으면서 무거웠던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지거나 나의 일상에 조금의 힌트가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 『개구리가 되고 싶어』 뿐 아니라 김화진 작가님의 다른 소설들을 읽으면서 공감하고 위로받았던 것은 바로 그런 마음이 소설에 담겨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현장 질문으로 이어지기 전 마지막은 질문 대신 독자가 남긴 편지를 작가님이 직접 읽어 주기를 청하며 마무리했다.
“작가님의 작품들은 20대 후반 불안정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저에게 모든 걸 두고 잠깐 도망칠 수 있게 해 주는 ‘작은 우주선’입니다. 또 다른 작품들로 가끔은 저의 우물에도 놀러 와 주세요.”
독자의 편지처럼 또 다른 작품들로 만날 수 있기를.
+ 이날 북토크에는 쑥스럽게도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를 함께 보낸 오랜 친구가 자리해 주었다. 친구는 『공룡의 이동 경로』를 읽고 너무 좋았는데 완독회 소식을 보고 고민하다가 신청하게 되었다고 했다. 오랜 친구에게 나의 사회적 자아를 보여 주는 일은 정말이지 너무나도 쑥스러운 일이었지만 덕분에 북토크가 끝난 후 오랜 친구와 봄밤을 함께할 수 있었다.
(2025.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