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리는 일

by 다다

아직 읽지 않은 책을 입고하는 기준은 당연하게도 읽고 싶은 책이기 때문이다. 박소영 작가의 『살리는 일』도 그런 이유로 입고한 책 중 하나였다. 언젠가 읽고 싶어서, 궁금한 분야의 책이라서. 책장을 지날 때마다 계속 눈에 들어온 『살리는 일』을 오랜만에 연 주말 독서모임 시간에 읽었다. 이 책을 펴게 된 건 매일 아침 나를 찾아오는 고양이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멀리 지방에 가는 때가 아니면 휴무일에도 잠깐씩 공간을 찾아 사료와 물을 챙겨 주고 있는데, 어쩌면 챙겨야 할 고양이가 한 마리이기 때문에 지속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지난해 가을부터 사료를 챙겨 주기 시작해 함께 겨울을 나고 봄을 맞은 고양이가 『살리는 일』을 펼치게 했다. 책은 반려동물이 된 고양이 한 마리에서 시작되었다고 했다. 가족이 생긴 뒤 길에 있는 고양이들이 눈에 밟히기 시작해 하나둘 사료를 챙겨주다 보니 어느새 (출간일 기준) 5년이 지났고, 길고양이 급식소도 10여 곳에 이르렀다. 초판 발행일이 2020년이니 지금은 더 늘었을지도 모른다. 박소영 작가의 『살리는 일』은 결코 낭만적이지 않다. 캣맘에 대해 갖는 곱지 않은 시선을 묵묵히 견뎌야 하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고양이들을 위해 일상의 많은 부분을 포기하며 살아가야 한다. 때로는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자꾸만 검열하게 되기도 하고, 동물을 소유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법과 제도 앞에 번번이 무너지기도 한다. 길고양이로 시작한 이야기는 개 식용 농장과 곰 사육장, 법과 제도, 공장식 축산, 채식, 기후 위기 속 동물들, 인간의 기준에 의해 구분되는 동물의 가치, 동물실험 등 인간과 비인간 동물의 공존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지고, 타인의 위치에 서게 해 주는 문학과 영화, 예술에 대해, 장애인 이동권과 홈리스 등 여러 갈래로 뻗어 간다. 그동안 외면해 왔던 것들을 책에서 힘껏 외쳐 준 덕분에 책을 읽는 동안 작은 목소리들을 귀 기울여 들을 수 있었다. 예술이 읽는 사람을 앞으로 나아가게 해주는 것이라면 『살리는 일』 또한 예술의 범주에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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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 성별, 성적 지향 등 타고난 조건이 사고를 지배한다. 내 입장과 처지를 벗어나 다른 이의 삶을 상상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문학과 영화는 이것을 가능하게 한다. 딛고 선 자리를 벗어나 다른 사람의 자리에 서보는 것. 불완전하게나마 그들의 입장이 되어보는 것. 책과 영화를 통해 우리는 다시 태어나지 않고도 타인의 존재를 감각할 수 있다. p.147”


“동물들의 겨울과 여름에 대해 알게 된 지금에야 나 아닌 다른 이의 계절을 상상해본다. 약자를 위하는 마음은 또 다른 약자를 생각하는 마음과 연결되고, 확장된다. p235”


(202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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