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곁의 식물들

by 다다

김금희 작가의 『식물적 낙관』을 읽다 보면 곁에 둔 식물들 생각에 자꾸만 일어서게 된다. 물 주는 시기를 놓쳤던 식물에 물을 주고 흙을 갈아주고 비료와 영양제로 영양을 보충해 주면서 식물과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일깨운다.

공간에 있는 식물의 수를 세어 보니 총 14개 식물이 자리하고 있다. 공간을 처음 열었을 때 선물 받은 식물도 있고 플랜테리어 디자이너인 친구가 직접 심어 준 식물도, 여러 계절을 지나면서 몇몇 식물을 떠나보낸 후 새로 들인 식물도 있다. 그리고 어떤 식물은 얼굴이 함께 떠오르기도 하는데 진주알같이 작고 동글동글한 열매가 맺혀 있는 립살리스 레인 화이트가 그렇다. 공간을 열며 알게 된 은애 님이 몇 년간 중국 정저우에서 지내게 돼 집에서 키우던 반려 식물을 내게 주고 가셨다. 처음 공간에 둔 날부터 오래전부터 이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잘 어울려 공간에 오는 손님들에게도 예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최근에는 예쁨을 알아보신 손님이 식물도 구매할 수 있는지 물어보기도 했다. 이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 립살리스 레인을 보면서 은애 님도 저곳에서 잘 지내고 있기를 함께 바라게 된다.

통창이 있는 작업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식물은 공간 오픈 때 선물 받은 타바나 고사리인데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 덕분에 몇몇 식물을 떠나보내는 동안에도 잘 자라 주었다. 책장 옆으로는 일본 정원 식물 중 하나인 휘커스 움베르타가 있는데 시든 잎을 정리해 주다 보니 풍성했던 처음과 달리 잎이 많이 줄었다. 책장 위로는 고사리과 식물과 아스파라거스, 목베고니아가 자리하고 있다. 책장 위 식물은 검은색 화분에 심긴 프테리스 알보를 제외하고는 물구멍이 없는 원통형 포트 화분에 심겨 있어서 물을 줄 때 특히 주의해야 한다. 처음엔 괜찮다가도 조금만 방심하면 과습으로 식물이 시름시름 앓을 수 있어서 알맞은 주기에 적당히 주는 요령이 필요하다.

하얀 물감을 흩뿌려 놓은 것 같은 잎과 뒷면의 붉은 잎맥이 특징인 목베고니아 슈팅스타는 식물 구매 후 화분에 옮겨 심으려고 보니 아직 뿌리가 많이 나지 않은 삽목이었다. 심으면서도 많이 걱정했는데 다행히 줄기도 단단해지고 새잎도 많이 생겼다. 아스파라거스 계열의 나누스는 봄이 되면서 줄기 하나를 길게 뻗기 시작하더니 주위로 하늘하늘한 잎들이 나기 시작했다. 미리오클라두스도 비슷한 시기에 기다란 줄기가 생겼는데 다른 줄기와 다르게 생겨 검색해 보니 꽃을 피울 채비를 하는 것 같아 책장 위 대신 바닥으로 자리를 옮겨 주었다. 아스파라거스 꽃은 본 적이 없어서 꽃을 피울 수 있을지, 피운다면 어떤 모양의 꽃을 피워낼지 기다려진다.

실은 과습이 걱정되어 모종 포트에 담긴 그대로 원통형 화분에 넣어 돌보던 미리오클라두스와 아비스 고사리를 어제 드디어 화분에 옮겨 심었다. 모종 화분에 든 조금의 흙으로 새잎까지 내면서 몇 개월을 지낸 식물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이 함께 들었다. 『식물적 낙관』 덕분에 분갈이흙과 알비료를 주문해 미뤄 두었던 분갈이도 하고 영양도 보충해 주었다. 처음보다 잎이 많이 줄어 볼 때마다 어딘가 모르게 허전했던 휘커스 움베르타도 다시 성장을 시작하면 좋겠다.

안희연 시인의 시집 『당근밭 걷기』에는 나무와 돌, 식물 등 비인간이 주체가 된 시가 많이 등장한다.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조차도 나를 바라보는 한 생명과 생명 아닌 것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길 바라는 시인의 마음이 곳곳에 담겨 있다. 이 글을 쓰는 동안 공간에 나 혼자만 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 보니 14개의 식물이 내 곁에 있다. ‘지금 무언가를 쓰고 있구나. 타자 치는 소리가 경쾌하네. 다시 조용해진 것을 보니 다음 문장을 고민하는 걸까.’ 이런저런 상상을 더하다 보니 곁에 있는 식물들에게 새삼 고마워진다.


“식물을 기르면서 내가 하는 일이란 대체로 일상과 겹쳐 있다. 생각해보면 이런 것이야말로 가장 오래갈 마음이 아닐까. 준 것을 특별히 기억하지 않는 완전한 습관으로서의 돌봄, 혹은 사랑 같은 것 말이다. - 김금희 『식물적 낙관』, 문학동네, p.83”


(202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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