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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케이티나 Jan 08. 2019

버즈와 우디처럼

엄마 02.


나는 조금 특별한 공동 육아 중이다. 하루에도 수백 번 해시태그에 독박 육아가 끊임없이 올라오는 세상인데 공동육아라니, 내가 복을 받긴 많이 받았다. 하지만 처음에는 그게 복인 줄 몰랐다.


언니보다 결혼을 먼저 한 내가 임신도 언니보다 먼저 했다. 그리고 2개월 후 듣게 된 언니의 임신 소식. 유학생활도 함께 했던(정확히는 언니의 유학생활에 내가 덤으로) 우리가 임신까지 같이 하다니. 어릴 때부터 늘 붙어 다니며 뭐든지 같이 했기에 새삼스러울 건 없지만 그래도 임신까지 같이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삼신할매 확실한가요? 하나 둘 셋 손가락을 아홉 번 열 번 접었다 폈다. 다행히 나도 해를 넘겨 예정일이 1월, 언니는 3월. 정말 동갑내기 친구.


 "우와 친구처럼 키우자!! 버즈와 우디, 설리와 와죠스키 또 누가 있지?? 그렇게 키우자. 둘도 없는 친구처럼!"

 "아니 그것도 있잖아. 새끼손가락 마주 걸~~면 신비의 세계로 날아가~요(만화 요술 소녀 노래 가사) 그 쌍둥이 자매처럼 되는 건가(물론 아니다) 우리 쌍둥이처럼 키우자"


그러나 들뜸은 잠시.


"산후조리는 100일은 해야 한다던데, 내가 너희 둘을 어떻게 같이 산후조리하지?" 엄마의 탄식을 듣는 순간 우리는 깨달았다. 나와 언니는 같은 엄마라는 거(응? 당연하지). 친정 엄마는 하나인데 산모가 둘. 뒤늦게 큰일이다 싶었다. 언니는 어땠을지 모르지만 사실 그 뒤로 나는 온갖 걱정이 출산보다 산후조리에 앞서 있었다. '딱 두 달 후에 엄마 없이 독박 육아라고?? 그때쯤 산후 도우미를 다시 구해야 하나? 엄마만 믿었는데 나 이제 어쩌지??' 임신 호르몬 때문인지 나의 걱정의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럴 때마다 '버즈와 우디'로 마음을 다 잡았다.






2개월 차이로 태어난 우리의 아기들. 버즈와 우디 효과인지 둘 다 아들이었다. 꼬물꼬물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 항상 먹고 잠만 자던 신생아 시절에 아빠가 붙여준 이름 '비몽이와 사몽이'로 곧 둘의 닉네임은 탈바꿈되었지만. 막막했던 산후조리도 생각보다 거뜬히(아니 산후조리보다 더 한 육아전쟁이 펼쳐졌기에 상대적으로 혹은 물리적으로 어쩔 수 없는 '거뜬히') 지나가고 두 달 동생 사몽이가 백일쯤 되자 언니는 우리 동네 같은 아파트 단지로 이사 왔다. 그렇게 우리의 공동 육아는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한때 버즈와 우디였던 비몽이(우)와 사몽이(좌)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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