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케이티나 Jan 08. 2019

<매일매일의 데자뷔>

할아버지 01.


할아버지 01.


집사람과 내가 큰딸 집에 8시 20분쯤 도착하면, 딸이 출근한다. 이후 손주를 씻기고, 아침을 먹이고, 어린이집에 보낼 준비를 마치면 대충 9시 반경이다. 이 시각쯤이면 어느새 나는 작은 악마(?)로 변해있는다.


그 어리고 여린 손주를 낯선(?) 곳에 맡겨야 하는 안타까움이나 헤어지는 섭섭함은 이미 깨끗이 증발해버린 뒤이다. 그보다는 오후 4시까지의 해방감과 자유로움을 어떻게 채울까 하는 생각에 어느새 내 입꼬리는 살짝 올라가 있다.


어제 시작한 미드 좀 집중할까?

오늘은 부족한 잠을 좀 보충해야지!


그랬던 내가 손주 데려올 시간이 다가오면 비로소 본연의 책임감 있는 할아버지로 돌아와 있는 게 신기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하원 시키는 부모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어린이집 애들이 현관에 나와 자기 부모를 빤히 기다린다는 걸 아는 나는 4시가 다가오면 아예 초조해진다. 그런데 집사람은 항상 뭘 그리 꾸물대는지. 현관에 서성이는 두 손주가 자꾸 눈에 밟힌다. 참 신기하다. 오전 어린이집 보낼 때의 나와 오후 데리러 갈 때의 나의, 시계추처럼 어김없이 반복되는 변심.


매일매일이 같은 데자뷔라면, 난 나름 일관성 하나는 지킬 줄 아는 할아버지인가 보다.






매거진의 이전글 버즈와 우디처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