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뇌 가소성, 기회비용

by 동현


<중일 편지>

안녕하세요 선생님, 보내주신 편지 잘 받았습니다.


이번 편지에도 역시나 생각거리가 많네요. 선생님께서 겪은 일을 적어주셔서 도움도 많이 됐고요. 선생님도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는 점에 약간 실망하고, 약간의 희망도 얻게 되었습니다ㅋㅋ


고정 마인드셋과 성장 마인드셋에 대해서는 앞으로 계속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성장 마인드셋을 가지고 살아가면 고정 마인드셋은 없어질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군요. ‘나의 마음에는 언제나 고정 마인드셋이 튀어나오려고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며 살겠습니다ㅎㅎ


선생님의 편지를 읽고 제 과거를 돌이켜 보니 편해 보여서, 쉬워 보여서, 익숙해 보여서 고정 마인드셋에 의한 행동을 하는 것 같아요. 낯설어서, 어려워 보여서, 귀찮아서, 잘할 자신이 없어서, 다른 사람 눈치 보여서 도전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주저하고요. 하고 싶었던 것은 많았는데, 대부분 시도조차 안 하고 포기했어요. 올 초에도 반장선거에 꼭 나가고 싶었는데, 저를 뽑아줄 것 같지도 않고, 막상 반장이 되면 잘 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아이들에게 욕먹느니 차라리 나가지 말자고 생각했거든요. 2학기 때는 나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나중에 죽기 전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ㅎㅎ


변화를 거부할 때마다 이게 고정 마인드셋에 의한 것은 아닌지 체크해야 한다는 것이 귀찮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렇게 하다 보면 억지로라도 한 발짝 더 앞으로 내밀 수 있을 것 같아요. 점차 저의 습관으로 발전할 수도 있겠지요? 성장 마인드셋을 갖춘 제 모습을 그려보면, 음… 뿌듯합니다. 분명 지금보다는 더 나아질 거잖아요. 나중에 성공할 수도 있을 거 같아요ㅎㅎ


선생님의 글에서 성장이라는 표현이 참 맘에 듭니다. ‘성공’이라는 단어는 부담스럽지만 ‘성장’이라는 단어는 친숙해요. 노력하면 이전보다는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확신과 희망을 품게 해요. 성공하지 실패할지 모르지만, 처음부터 포기하지 않고, 시도했다는 것으로도 가치가 있잖아요. 시도를 통해서 경험도 쌓이고, 이전보다는 조금은 더 발전할 거니까요. 이렇게 조금씩 도전하고 시도하다 보면 나중에 원하는 꿈을 이룰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래서 저는 ‘성공’보다는 ‘성장’이 좋습니다.


수학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선생님의 답변도 잘 읽었습니다. 수학을 공부하는 게 저한테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선생님의 진심이 느껴졌습니다^^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성장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수학을 해야 한다. 수학을 포기함으로써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크고, 수학 공부를 함으로써 많은 능력을 습득할 수 있다.


끊임없이 실패를 경험하게 해주기 때문에 수학을 공부해야 한다는 말씀은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성공하기 위해서 공부하는 건데 성공보다는 실패가 더 중요하다는 말씀이 처음에는 잘 이해되지 않았어요.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항상 실패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성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문제 풀 때 실수하면 안 된다. 아는 것을 틀리지 않게 주의하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실수해도 되고, 실패해도 되며, 틀려도 된다니, 좀 어색했습니다. 설마 말로만 그러시는 건 아니시죠?ㅎㅎ 이렇게 해도 되나 싶긴 하지만, 선생님의 의도를 알게 되니 그렇게 생각하는 게 맞는 거 같아요. 그리고 말 자체에 묘한 힐링이 있습니다. 실수해도 돼, 실패해도 돼, 틀려도 돼… 좀 위로도 되는 것 같고요ㅎㅎ


수학을 통해서 실패를 경험하게 되고, 그 실패를 통해서 배우는 게 많으니 수학을 공부해라. 실패했을 때는 실패로 그치지 말고, 왜 실패했는지, 그에 대한 나의 반응은 어떠한지 살펴보고, 앞으로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행동할지 생각해보라. 음… 어린 저에게 과분한 요구를 하시는 것 같지만, 노력하겠습니다^^


수학 공부를 해야 하는 두 번째 이유로 수학이라는 시스템 '세계'를 경험해 보고, 배우는 것이라고 하셨잖아요. 이게 무슨 말일까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며칠 전에 체험학습으로 간 놀이공원이 떠올랐습니다. 놀이공원에 실제로 가고, 롤러코스터도 직접 타보면서 경험해보고, 놀이공원에 대해 알아 가는 것. 그런데 놀이공원에서의 행복과 수학은 좀 아닌 것 같네요ㅋㅋ


아무튼, 수학자들이 논리적으로 만들어 놓은 수학 세계를 경험해보고, 경험을 통해서 뭔가를 배울 수 있다는 거지요? 로블록스에서 누군가가 게임을 만들면, 다른 사람들은 게임에 대한 설명을 듣고, 게임의 규칙을 익힌 후 직접 게임에 참여하여 경험해보는 것. 때로는 나만의 게임을 만들어서 다른 사람에게 공개해 보는 것. 이러한 시스템은 수학과 좀 비슷한 것 같기도 합니다. 수학 세상 ㅋㅋ 거기서 살고 싶지는 않지만, 수학 세상에 잠시 들어가서 경험해보는 것. 그 세상의 규칙을 배우고, 활용하면서 소통하고 활동하는 것. 수학은 공식 암기로 시작해서 문제 푸는 걸로 끝나는 줄 알았는데, 수학 시스템 세계라니 뭔가 좀 색다른 느낌입니다. 뭔가 좀 있어 보이기도 하고요, 수학자들이 있는 수학 세계에 같이 참여하여 활동한다니 제가 좀 멋있어진 것 같기도 하고 음... 암튼 그럽니다ㅎㅎ


공식 외워서 문제 푸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나오게 된 배경과 논리적 과정이 더 수학의 본질에 가깝다는 것도 새롭게 알았어요. 학교 수학 선생님께서 요약 정리된 문제집이 아니라 교과서를 기본으로 해서 공부해야 하셨는데 그 말씀도 이제는 조금이나마 이해됩니다.


뇌 가소성에 관한 말씀은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경험하고, 배우고, 생각하는 것에 따라서 뇌는 계속 변화한다. 새로운 것을 배우면 뇌 신경이 새롭게 연결이 되고, 반복하고 심화하면 연결이 강화된다. 배운 것을 더 이상 쓰지 않으면 연결이 자연스럽게 끊어진다. 저에게 수학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기존에 수학과 관련된 신경 연결이 거의 없어서 그런 것이고, 앞으로라도 수학 공부를 시작하면 뇌의 신경이 새롭게 연결되어 뇌가 변화하기 시작할 것이며, 열심히 노력하고 공부한다면 그 연결이 강화되어 더 잘 할 수 있고… 와 희망적인데요ㅎㅎ


저는 우리 가족의 뇌를 그대로 물려받아서 살아가고 있고, 그 뇌를 그대로 가지고 앞으로도 살아갈 것으로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좀 암울했는데ㅎㅎ 뇌 가소성에 따르면 그게 아니라는 거지요? 우리 가족과 다른 환경을 겪어 왔으니 저의 뇌는 우리 가족의 것과는 다른 뇌로 변화하였고, 앞으로도 제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저의 뇌는 계속 달라질 수 있는 거네요. 감동입니다ㅜㅜ


수학 공부를 해야만 하는 세 번째 이유는 문제 해결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셨는데요, 수학을 잘하면 일상의 다른 문제도 잘 해결할 수 있는 게 맞나요? 제가 아는 친구 중에는 수.학.만. 잘하는 친구들도 있거든요. 친구 관계도 안 좋고, 성격도 안 좋고. 다른 한 명은 수학은 잘하는데, 모둠 과제 할 때 영상 편집도 못 하고, ppt도 못 만들며, 발표도 잘하지 못해서 그 친구랑 같은 모둠 안 하려고 해요.


수학 잘하는 것과 생활 속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인 거 같아요. 수학을 통해서 수학 관련 문제 해결력은 향상할 수 있지만 다른 영역의 문제 해결력까지 키울 수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마치 제가 수학 공부 열심히 한다고 해서 더 잘나가는 유튜버가 되는 건 아닌 것처럼요. 인기 유튜버랑 수학이랑은 전~혀 관계가 없잖아요


수학 공부를 해야만 하는 네 번째 이유로 설명하신 설득의 기술이 늘 수 있다는 것은 좀 새로웠어요. 수학을 통해 의사소통능력을 향상할 수 있다는 것은 처음 들어본 얘기인데, 선생님 말씀을 들어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수학 학습을 통해 사실에 근거해 주장하는 법을 배울 수 있고, 같은 원리를 의사소통에 적용하면 된다. 음... 좋네요.


수학 공부를 해야만 하는 마지막 이유, 기회비용. 기회비용이라는 단어는 어려웠지만, 저에게 가장 설득력 있게 다가온 이유였습니다. 수학을 포기하면 생길 일들이 좀 무서웠거든요ㅎㅎ 수학 공부를 열심히 해서 수학적 사고력, 문제해결능력, 의사소통능력을 기를 수 있으면 좋지만, 그렇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살아가는 데 문제가 되지는 않잖아요. 있으면 좋은 능력, 없어도 문제 되지 않는 능력ㅎㅎ 그런데 수학 공부를 포기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불이익은 확실히 제 삶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 같아요. 자괴감, 자기 비하, 학습된 무기력, 좌절, 선택의 제한 등등. 단어 자체에 어두운 분위기가 풀풀 흘러나옵니다ㅋㅋ


선생님께서 적어주신 수학 공부를 해야만 하는 이유를 수학 공부하기 싫어질 때마다 반복해서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것을 참고하여 저만의 이유도 찾아보도록 시도해보겠습니다.


선생님 학교도 마찬가지겠지만 곧 시험을 봅니다. 지난번 시험에서는 엄청나게 긴장해서 아는 문제도 많이 틀렸습니다. 아는 문제가 안 풀리니 멘붕이 오더라고요. 평상시에는 잘 풀 수 있는 문제를 왜 시험 때나 발표할 때는 머리가 하얘지면서 풀이 방법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시험 기간이라 선생님의 편지에 답장이 늦어진다면 이해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시험공부도 안 하면서! 라고 하시겠지만 시험 기간은 그 자체로 스트레스니까요ㅎㅎ


감사합니다.

중일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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