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문제해결능력 vs 일상 문제해결능력

by 동현

중일아 안녕, 편지 잘 받았어.


중일이가 ‘성장’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고 해서 선생님은 기분이 매우 좋았어. 선생님도 '성공'이라는 단어보다는 '성장'이 좋거든. '성공'이라는 단어에는 막연함이 느껴지고, 다가가기 힘든 벽 같은 게 느껴져. 성공은 최종 목적지 같은 느낌이 있어서 그런 것 같아. 엄청난 시간과 노력, 희생이 있어야만 도달가능할 수 있는 것 같고, 막상 도달하면 허무하게 끝날 것 같은. 그럴 때 있잖아 어떤 일을 엄청나게 기대했는데 막상 그 일이 일어나면 허무한 느낌이 드는 것. 선생님은 수능 보고 그런 느낌이 들었어^^


또한 어떤 일을 했을 때 그것이 성공한 것인지 아닌지, 성공하려면 조금 더 해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을 때도 있고, 힘겹게 성공했는데 결국 자만해져서 실패하는 이야기도 많이 듣게 되니 부담스러워.


이에 비해 성장은 부담감이 없어. 내가 이전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지면, 또는 경험하지 못했던 것을 경험하면 성장이 일어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잖아. 남들이 뭐라고 하든 내가 생각하기에 성장이면 성장이 되는 거지. '성장’이라는 말은 다가가기가 쉬워서 편해. 일기 쓰듯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느낌이 들 수 있는^^

성공뿐 아니라 '실패'를 통해서도 성장할 수 있잖아. 성장이라는 단어는 마법과 같아서 어떤 어려운 일일지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줘. 실패해도 괜찮으니까. 거기에서 뭔가를 배우고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면 되니까. 선생님에게 ‘성장’의 이미지는 새싹, 자아 긍정, 지속되는 과정, 편함, 따스함이야.


뇌 가소성도 중일이의 마음에 와닿아서 선생님이 뿌듯하구나. 선생님은 뇌 가소성 이론을 통해 고정 마인드셋에서 벗어날 수 있었어. 이전에는 어떤 것을 잘하지 못할 때 나의 재능과 내가 처한 환경을 탓하며 금방 포기했어. 시도하지 않은 것은 더 많고. 하지만 뇌 가소성을 알게 되어 어떤 일이든지 처음부터 잘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나의 뇌가 준비가 안 되어 있으니 처음에 버벅거리는 것은 당연하잖아^^ 이것을 이해하게 되니 시도와 새로운 경험에 대한 부담감이 훨씬 줄었고, 더 많은 시도와 도전을 할 수 있게 되었지. 성장하고 발전할 기회도 더 갖게 되고.


수학 문제를 잘 해결하지만, 일상 문제는 잘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를 통해 수학 문제해결능력과 일상의 문제해결능력은 다른 것 같다고 의견을 줬지? 좋은 의견이야. 어떤 주장에 대해서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스스로 생각해보고 문제점은 없는지 따져보는 것을 비판적 사고능력이라고 해. 수학 학습을 할 때도 유용하게 쓰이는 능력이야. 어떤 주장이 틀렸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서, 또는 틀렸는지 검토하기 위해서 사용되지. 예를 들어, ‘평행사변형의 두 대각선의 길이는 같다’라는 의견이 있을 때, 그것에 해당하지 않는 사례를 찾아봄으로써 그 의견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


원래 문제로 돌아가서, 수학 문제는 잘 해결하지만 일상 문제를 해결할 때는 어려움을 겪는 경우는 어떨 때 생길까?


생각해보면 수학만 잘하는 경우도 당연히 있을 거야. 예를 들어, 다른 분야는 잘하지 못하는데 수학은 해보니 노력한 만큼 결과가 잘 나와. 바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도 오랜 시간 고민하다 보면 어느 순간 풀리게 되어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 서서히 수학 공부의 즐거움을 알게 되고 더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쏟겠지. 실력은 점점 더 쌓일 것이고, 주위에서도 실력을 인정할 거야. 그러면 다시 동기부여가 되어 더 열심히 할 수 있겠지. 이렇게 선순환될 수 있어. 이런 학생의 경우 수학 문제해결을 잘하니, 이 성공 경험을 토대로 수학 문제해결하듯 일상생활의 문제에 접근한다면 잘 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둘의 연관성을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그래서 수학만 잘하는 경우가 되지.


이번에는 수학 문제해결 하는 것을 좋아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집착력도 강하며, 다양한 문제를 잘 해결하는 학생이 있다고 하자. 거기에 일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과 잠재력이 뛰어난 학생. 선생님도 이런 유형의 학생을 만난 적이 있는데, 놀랍게도 수학 문제 해결하는 데에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싶어서 다른 일은 고의로 제쳐 놓았어. 다른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시간이 아까워서 거기에 에너지를 쓰지 않아. 음… 물론 흔한 케이스는 아니야.


또한 중일이가 말한 그 학생이 수학 문제를 ‘진짜로’ 잘 해결하는 학생은 아닌 경우도 있어. 수학 점수가 높은 것과 수학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것은 차이가 있거든. 수학 점수가 높고, 교과서나 문제집의 문제를 술술 풀지라도 수학 문제해결능력은 낮을 수도 있어. 제한된 범위의, 같은 유형의 문제만 수없이 반복해서 학습하는 경우가 그런 케이스지.


이러한 학생들은 익숙한 유형, 낯익은 문제는 잘 해결하지만 새로운 유형이나 심도있는 사고력이 있어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주 어려워해. 본인에게 쉬운 문제는 잘 풀지만, 쉽게 해결되지 않는 문제에 대해서는 스트레스도 많이 받지. 문제에 대하여 충분히 고민하지 않고, 스스로 깊이 생각하려고도 하지 않고. 조금 해보다 안되면 쉽게 포기하고, 바로 정답 확인. 이런 학생들은 반복 학습으로 수학 점수는 높을 수 있지만 수학 문제해결을 잘하는 학생이라고는 할 수 없어. 점수는 높지만 수학에 대한 부담감이 크고, 수학을 좋아하지도 않아. 어쩔 수 없이 마지못해 수학 공부하는 안타까운 경우지.


이전 14화성장, 뇌 가소성, 기회비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