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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현 Feb 18. 2023

(5) 수업 태도- 중일이의 수업 태도 개선


(중일 편지)


안녕하세요, 선생님. 역시나 수업은 들어야 하는 거군요ㅜㅜ 그런데 선생님도 잘 아시는 것처럼 저를 포함해 대부분 학생이 수업은 잘 안 들어요. 중1 때는 다들 열심히 했고 수업에도 잘 참여했던 거 같은데, 2학년이 되고 나서부터는 뭔가 분위기가 좀 달라졌어요ㅋ 저희 반도 대부분이 수업 시간에 자거나 장난치거나 몰래 학원 숙제를 해요. 책 읽는 애들도 있고요. 


 이제까지는 교과 선생님께서 수업 시간에 가르치시는 내용이 수업의 전부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수업에 참여하는 태도도 수업의 일부분이고, 이게 공부 습관 과도 관련이 있으며, 수업에서의 상호작용, 선생님과의 관계 등 여러 가지가 합쳐져서 수업이 완성된다니 참 새롭네요. 제가 듣기 싫으면 안 듣고 좋아하는 과목이거나 좋아하는 선생님의 수업이면 골라서 들었는데 이제는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거죠?ㅎㅎ 수업 열심히 듣는 애들은 정말 극소수인데 저도 그 극소수에 들어가도록 노력은 해보겠습니다ㅎㅎ


선생님 편지를 읽고, 제가 언제부터 그리고 왜 수학 수업을 잘 안 듣게 되었는지 생각해 봤어요. 곰곰이 따져보니 여러 가지 이유가 있더라고요. 적어보겠습니다. 선생님께서 수업하실 때 참고하시길 바라면서요ㅎ


먼저, 수업 내용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는데 복습도 하지 않으니 다음 수업도 따라가기 힘들었어요. 모르는 내용이 계속 쌓이니 어느 순간 수학이 단단한 벽처럼 느껴졌고요. 또, 수업을 안 듣고 친구들과 장난치거나 자다가 자꾸 선생님께 혼이 나고 지적받아 선생님이 싫어진 이유도 있습니다. 그럴 때 있잖아요. 같이 떠들었는데 자꾸 저만 지적하셔서 억울한 경우,  그리 심하게 장난치지 않았는데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소리치시며 화내시는 경우, 어느 순간 선생님이 나를 싫어하신다는 직감이 오는 경우ㅎ 아 또 있네요. 모르는 문제인데 앞에 나와서 풀라고 시키셔서 학생들 앞에서 망신당한 적ㅋ 선생님은 제발 날짜에 따라, 자리에 따라, 마음 내키시는 대로 아무나 문제 풀이 발표시키지는 마시길 바랍니다. 저희는 감수성이 예민한, 서로에게 잘 보이고 싶은 중학생ㅋ 


이런 경험이 쌓이다 보니 점차 수학 선생님이 싫고, 수학은 더 싫고ㅋ 수학을 왜 해야 하는지 불만이 쌓이면서 수업을 안 듣고, 수학 성적은 더 떨어지고, 그럼 다시 수학이 더 싫어지고. 이렇게 악순환되다 보니 결국 수학을 포기한 것 같아요. 선생님과 편지를 나누는 지금 상황은 음… 심폐소생술 당하고 있는 것 같아요ㅎ


예습, 복습에 관한 조언에 관해서도 생각을 좀 해봤습니다. 지금 제가 복습만 계속하다가 현재 배우고 있는 내용들을 계속 놓치고 있거든요. 예습하면 현재 학습하고 있는 내용을 이해하기 쉽다고 하셔서 한 번 해보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복습도 제대로 못 하는데 예습이 가능할지 의문이 들지만 한번 해 보려고요.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방법이니 한 번 해보고, 안되면 그때 다시 문의드릴게요.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시도해서 실패하는 게 더 낫다고 가르치셨으니ㅎㅎ 


예습은 혼자 하기에는 무리인 것 같아서 인강이라도 먼저 들어보려고요. 인강에서 이해 안 되는 것은 수업에서 커버할 수 있으니 수업에 더 집중할 수 있을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듭니다. 수업에서 모르는 내용은 그때그때 근처 친구에게 물어보면서 해결. 계획은 다 세웠는데 잘 실행할 수 있을지ㅋ  


사실 조금 걱정인 게 시간 관리에요. 복습뿐 아니라 예습도 해야 하다니ㅜㅜ 시간이 더 필요한데 잘 할 수 있을지 약간 염려가 됩니다. 

'그래서 학교 수업을 집중해서 열심히 들어야 해. 그럼 예습, 복습 시간을 줄일 수 있어.'

라고 말씀하시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요ㅋㅋ 


수업을 듣고 느낄 수 있는 뿌듯함, 만족감에 대해서도 말씀하셨는데, 저도 그 기분 느껴본 적 있답니다ㅋ 생각해보니 체육 시간에 농구할 때 제가 잘해서 우리 팀이 승리했을 때, 사회 수업에서 제가 조사한 것 발표 잘해서 선생님의 격한 칭찬 받았을 때ㅋ 들었던 느낌이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감정 같아요. 


그 당시에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때를 떠올리면  기분이 좋았고, 우쭐한 느낌도 들었던 것 같고,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것 자신감도 들었고… 좋은 느낌이었네요ㅎ 중학교 졸업하기 전까지 수학 시간에 이런 감정을 한 번이라도 느껴보는 것을 목표로 수업에 참여하겠습니다ㅋ


에빙하우스의 망각 곡선은 저에게 큰 위로가 되었어요ㅋ 배운 지 얼마 안 된 내용도 기억나지 않아서 제 머리가 나쁜 걸로 결론 내렸거든요. 그런데 한 번 본 것은 누구나 금방 까먹고,  다시 보지 않는 이상 결국 머릿속에서 사라진다는 거죠? 뇌는 원래 그렇게 작용하게 되어 있다는. 이럴 수가… 이제까지 저는 스스로를 바보 취급했네요ㅜㅜ 


항상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중일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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