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고를 보내라는 책임편집자님의 오더를 받고 글을 고쳐서 보낸 지 2주일. 검토위원+편집부 사람들+임원회의를 과연 통과할 수 있으려나.
내년 2월까지 써야 할 원고가 있고, 내년 3월까지 보내야 할 원고가 있는데 집중이 안 된다. 못난 사람은 핑계를 찾는데, 나는 노트북 때문인 것 같다.
처음에는 조카 노트북을 물려받아 썼다. 글을 쓰고 있는데 노트북이 갑자기 꺼져버리고는 했다. 그때마다 통곡했으면 나운동과 수송동은 물에 잠겼을 거다. 나는 성숙한 사람처럼 노트북을 챙겨서 서비스센터로 갔다. 수리기사님은 차라리 새로 사라고 했다(그 노트북은 우리 집 거실에서 2년 만에 혼자 부활했다. 너무나 멀쩡해져서 새로운 주인을 찾아줬는데 잘 지낸단다).
“우리 배지영이 힘들게 왜 노트북이 꺼지고 지랄이다냐?” 라고 말한 작은시누이가 노트북을 사줬다. 강동지와 제규가 쓰는 거하고 똑같은 기종이었다.
그런데 내 노트북만 이메일을 보내다가 혼자서 다운되었다. 서비스센터에서는 아주 비싼 뭔가를 무료로 갈아주었는데 티가 안 났다. 계속 한 번씩 내 속을 긁었다. 지금은 오른쪽 단자의 기능이 멈췄다. 프린트 해서 글을 읽으려면 강동지 노트북을 빌려 써야 한다.
오늘 오후, 집중해서 일해야 할 시간에 무선마우스가 작동을 안 했다. 별의별 생각을 다 하고 싶지만, 컴맹인 나는 왼쪽 단자도 기능을 멈췄다고 판단했다. 강동지한테 당장 노트북을 주문하라고 한 다음에 적금 통장에서 200만 원을 긴급 인출했다.
노트북 때문에 기분이 점점 나빠졌다. 강동지가 왔어도 못낸이가 된 얼굴이 펴지지 않았다. 강동지는 침착하게 쓰다 만 내 글을 강썬님의 노트북으로 옮겼다. 그리고는 내 노트북으로 이것저것 해보더니 무선마우스 건전지를 갈았다.
되네?
지금 이 글은 <내 꿈은 조퇴> 대한민국 도슨트 <군산> <환상의 동네서점>을 쓴 노트북으로 쓰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