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로 와버렸어

by 배지영


“작가님, 혹시 오늘도 한길문고에 계시나요?”


만난 적 없는 분한테 인스타 DM이 왔다. 그의 피드에서 낯익은 책 표지를 본 적 있다. <환상의 동네서점>.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인상에 남고 찡하고 계속 생각이 나는 책이라고 했다. 그에게 군산은 이성당뿐이었지만 책을 읽고 난 뒤부터 군산의 시그니처는 ‘한길문고’가 되었다. 재깍 엎드려서 책 읽어주셔서 고맙다는 댓글을 달고 팔로잉을 한 게 20여 일 전이다.


지은님과 남편은 동시에 <환상의 동네서점>에 꽂혔다. 그 뒤로 도장 깨기 하듯이 배지영 작가의 책을 읽어나갔다. “곧 간다. 진짜 간다.”고 결심했던 젊고 예쁜 이 부부는 진짜로 선물까지 사 들고 오늘 한길문고로 왔다. 세 살, 여섯 살인 두 아들을 데리고.


가끔 먼 도시에서 사는 독자님들이 한길문고에 일부러 오신다. 책을 사고 서점 직원이 포인트 적립할 거냐고 물어보면 “배지영 작가님한테 해주세요.” 라고도 했다. 하지만 젊고 예쁜 이 독서가들처럼 부부가 동시에 내 책을 좋아하고 나를 만나고 싶어한 적은 없었다.


세 살, 여섯 살 아이들을 사이에 두고 긴 얘기는 나눌 수 없다. 지은님의 남편은 두 아들의 요구를 들어주고 모시느라 나하고는 인사만 했다. 돌아가는 차 안에서 지은님의 남편은 지은님이 너무 부러웠다고, 할 말이 많았는데 쑥스러워서 못했다는 이야기를 했단다.

정말 예쁜 가족이었다(내 책을 사줘서 이러는 거 아님). 지은님은 <환상의 동네서점>에 나왔던 엉덩이로 책 읽기 대회에 꼭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 코로나도 끝나고 서점에서 북적북적 행사를 열게 된다면, 우리는 다시 만나겠지. 나는 그때 정말이지 냉철하게 엉덩이를 5초 이상 떼면 무조건 탈락시킬 거다. 멀리서 왔어도, 나랑 똑같은 방탄 이모티콘을 즐겨 써도, 나랑 똑같은 달님필통을 갖고 있어도 절대로 안 봐줄 거다. ㅋㅋㅋㅋㅋㅋ


#고맙습니다.

#환상의동네서점

#한길문고

#엉덩이로책읽기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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