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에 있는 건 군산에서 산다. 인터넷 쇼핑도 되도록 안 하고 대형마트도 안 간다. 그래서 1년에 서너 번씩 곤란하다. 이번 주가 그랬다.
봄이 올 때는 순조롭게 넘어갔다. 친구 한 명도 없다며 ‘더블유 미들스쿨 불행서사’에 빠져있던 강썬님이 순순하게 따라와 줘서 한 번에 옷과 신발을 고를 수 있었다.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갑자기 들이닥친 것 같은 여름. 반소매 셔츠와 시원한 소재의 긴 바지를 사야 한다. 평일에는 평일대로 바쁘고, 주말에는 게임하고 배드민턴 치고 유튜브 보느라 바쁜 강썬님은 “엄마가 알아서 사 와줘.”라고 했다. 명령한 건 아니었다.
걸어가면 25분, 시간 없고 볕 뜨거우니까 차 타고 간다. 주차 때문에 뱅뱅 돌면서 시간을 잡아먹는다. 아이더 매장에 가서 반팔 티셔츠 세 장과 여름용 바지(사이즈 없어서 주문)를 샀다. 쇼핑했는데 집에 들고 갈 바지가 없다. 그래서 길(6차선) 건너 나이키 매장에 가서 조거 팬츠 두 벌을 샀다. 색깔은 무조건 검정색. 없으면 회색, 남색으로.
진정한 쇼핑은 집에 가야 끝난다. 강썬님이 옷을 입어본다. 사이즈가 언제나 문제다. 너무나 딱 맞다. 강성옥씨는 그대로 입히자 그러고, 나는 다음 시즌까지 넘보고 싶다. 두 번째 문제는 브랜드 로고. 지나치게 눈에 띄면 안 되는데, 꼭 거슬리는 부분이 있다.
쇼핑의 완성은 똥개 훈련. 나는 옷을 싸 들고 다시 매장으로 간다. 주차 때문에 빙빙 돌면서 결심한다. 차라리 걸어서 오자.
세 번째로 옷 바꾸러 갈 때는 해 떨어지기 전이었다. 우리 집에서 큰길 건너 아파트 공원에서 에어로빅 댄스 하는 사람들을 봤다. 마스크를 끼고 있지만, 남녀노소가 어우러져서 춤을 추고 있는 게 아름다웠다. 울 일 아닌데 입이 마르고 콧물과 눈물이 나왔다. 도대체 이게 뭔 짓이냐고 투덜거리던 마음이 누그러들었다.
“애들 물건 사 나를 때가 좋아. 지나고 보니까 그래.”
예전에 영어학원 다닐 때, 같이 공부하는 분(연상의 여인)들이 해준 말을 생각하면서 옷을 바꿔 왔다. 강썬님도 이번에는 “됐어, 좋아.”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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