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의 레시피>로 고등학교 강연 갔을 때 이 질문을 받았어요. 제가 쫌 건조한 성격이지만 학생들이 물어보면 모르는 것까지 순간적으로 알아내서 대답하거든요. 근데 알려줄 수가 없더라고요. 잘 모르니까요.
어렴풋하게 감이 잡히는 건 하나 있었어요. 2018년 봄에서 여름 사이에 있었던 일이에요. 모르는 사이인데도 제 마음을 후벼 파고 모욕을 주는 사람들을 거의 날마다 만났어요. 그때 읽은 책은 <박완서의 말>.
“가령 너무 견딜 수 없는 사람을 만났다고 쳐요. 인간적인 모욕을 받았을 때 그걸 견딜 수 있게 해준 것도 언젠가는 당신 같은 사람을 한번 그려 보겠다 하는 복수심 같은 거죠.”
근데 저는 박완서 작가님처럼 대문호가 아니잖아요. 복수하는 것에는 완전 실패했죠. 대신에 저 자신부터 웃을 수 있는 글을 써보고 싶었어요. 단편 동화 3편을 깔깔깔 웃으며 쓰는 사이에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같던 이름들도 다 까먹어버려서 저는 원래의 글쓰기로 돌아왔어요.
2020년 여름에 창비 출판사에서 나온 <내 꿈은 조퇴>는 실패한 복수가 낳은 책이에요. 그걸로 끝일 줄 알았는데, 그다음 해 봄에 주니어김영사 문자영 팀장님이 한길문고로 찾아오셨어요. 저보고 동화를 쓰라고요. 아무거나 다 써도 된다고 해서 저는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말았죠. 고맙습니다.♥
그렇게 해서 2023년 1월에 나온 책이 < 나는 진정한 열 살>, 다음 주에 나올 책은 < 범인은 바로 책이야>입니다. 아직 더 있어요. 천천히 말씀드릴 수 있으면 좋겠네요.
출간은 여행과 닮은 구석이 있어요. 기다릴 때가 훨씬 좋아요. 집 떠나면 고생하고 뭐가 이렇게 비싸? 속으로 투덜대고, 늦잠 자고 뭉그적거리다가 오후 2시에 숙소에서 나서고, 아까까지 손에 들고 있던 걸 잃어버리고, 지도 앱을 의심하며 엉뚱한 데로 가고요. 책도 그래요. 세상에 나오고 나면 독자들의 사랑을 갈구하면서 스스로를 괴롭혀요.
책 나오기 며칠 전, 지금이 최고로 좋은 상태입니다. 예쁜 모습만 상상하고 즐거워요. 뭐 그렇다고요.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