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 시작인데 내비 도착 시간은 8시 49분, 현대 코아 네거리에서 8시 52분으로 바뀌었다. 왜 고속화도로로 안 가고 신호등 많고 시속 30이나 50인 도로로 안내하냐고 내비에 투덜거렸더니 공설운동장 지나서는 도착 시간 9시 1분.
울 것 같은 마음을 억누르고 3학년 1반 교실에 들어갔더니 아이들 열일곱 명과 선생님이 다정하게 맞아주었다. 진짜로 괜찮다고 눈으로 말하는 게 느껴졌다. 황인미 선생님이 PPT 화면을 띄워주는 사이에 칠판에 붙은 아이들의 질문지를 스캔했다. 글 쓰는 일과 <나는 진정한 열 살>로 분류되어 있었다. 모두 책을 읽었고 선생님이 그만큼 애쓰셨다는 뜻이다.
낯선 사람에게 거리를 두고 수줍게 있던 아이들은 쉬는 시간에 ‘선’이라는 것이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나한테 모여들었다. 사인하느라 팔 아프겠다며 걱정하면서(철봉 매달리기 이틀에 한 번씩 할게요) 질문 판에 없던 날것의 호기심을 드러냈다.
초등학교 강연은 거의 1교시부터 시작한다. 미용실에서 드라이 하고 속눈썹 붙일 시간이 없다(똥손이에요). 일복 차림(스티브 잡스처럼 정해 놓았어요)으로 가서 최대한 솔직하게 말한다. <나는 진정한 열 살>의 지민이 엄마처럼 운동을 잘하는 건 아니지만 씨름왕이었다고 으스댔다. 와! 아이들의 감탄사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결국 대회 참가자 수를 실토했다.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