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 사정 봐가며 동네 카페, 한길문고, 스터디카페 잇다로 간다. 도서관에서도 가끔 일하고. 오늘은 한길문고로 딱 정하고 출근했다. 글쓰기 수업 준비해야 하니까 노트북 대신 다른 걸 챙겼다. 평범한 시민이 들고 있으면 가구 같아 보이겠지만 ‘체육인’ 에게는 딱 적당한 크기의 원목 독서대를.
“작가님, 독서대가.... 멋지네요.”
한길문고 김우섭 점장님이 말했다.
“가끔씩 들고 다니는 거예요.”
“근데 안 무거워요?”
“(웃음) 저 씨름왕 출신이잖아요.”
한길문고 박효영 상주작가님도 만났다. 인사만 주고받고(1시간 반쯤),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에 하기로 하고, 앞뒤로 떨어져 앉아 점심 안 먹고 계속 일했다. 너무 재밌는 세계관을 가진 선생님의 글이 있어서 박효영 상주작가님이랑 문장 하나하나에 감탄하며 소리 내서 웃었다. 그러고나니 퇴근 시간이었다. 가방 싸고 독서대를 옆구리에 끼었다.
“작가님.”
박효영 상주작가님이 나를 불렀다.
“어?”
“독서대가 꼭 책상 같아요.”
“아니이. 나 씨름왕 출신이잖아.”
오늘 들고 나간 독서대는 가로 60cm, 세로 35cm. 독서대가 좀 크게 보였다면 그건 씨름왕(참가자 수 비밀)이라는 정체성을 지키지 못한 내 탓. 집에 돌아와서 멋져 보이는 모래주머니를 검색했다. 45,000원대. 그래서 배지현 자매님한테 옛날 시골에서 갖고 놀던 콩주머니처럼 모래주머니를 바느질해서 만들어 달랬다. 단박에 거절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