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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와 에세이 사이
365일 상시 대기
by
배지영
Aug 14. 2024
젊고 돈도 적당히 벌 때는 분한 일을 많이 겪었다.
“야! 혼자 일했으면서 뭐가 억울하고 분했는데?” 콕 집어 물어보면 재깍 대답을 못 하지만. 하튼, 난 분했어. 주말에 일하는 거는 진짜 너무 몹시 징하게 분했다고요.
마흔 몇 살에 전업작가 되고 돈도 적당 이하로 벌면서 억울한 마음자리에 보들보들한 게 들어찼다(분하면 직업을 바꾸자). 심지어 노동 시간은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고 있다. 365일 상시 대기.ㅋㅋㅋㅋ
지난 토요일에는 당진시립중앙도서관에서 글쓰기 수업 마치고 곧장 <2024 나운동 로컬 문화향유 활동 결과 공유회>를 하는 군산회관으로 왔다.
군산 익스프레스 공간과 사람 - 국내 유일 영어 계간지
극단 사람세상 - 1997년 창단
이야기그릇 담 - 12개의 북클럽
사단법인 이음예술문화원 - 클래식 음악
그리고 한길문고 – 1987년부터 사랑받음
다섯 개의 팀이 지난 몇 개월간 나운동에서 다채로운 활동을 했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 데 모여 여는 자랑대회. 진행을 맡은 사람은 나야 나.ㅋㅋㅋㅋㅋ
서점이나 도서관이나 학교는 책이라는 공통 분모가 있으니까 강연하거나 사회 보는 거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아무 말이나 해도 유쾌하게 웃어준다는 걸 아니까 내 드립도 점점 나아졌지만.
초등학생부터 70대, 관심 분야도 다른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마이크 잡아도 될까. 올해 봄까지는 이런 일은 못 한다거나 안 한다고 했지만, ‘소통협력센터 군산’ 이하늬 선생님이 오더를 내리니까 어느새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이하늬 선생님과 두 번 만나서 전체 판을 의논했다. 구경하는 거하고 뭐라도 한 마디 하는 거하고는 엄청나게 다르니까 최대한 많은 사람이, 짧은 시간이라도 무대에 오르게 구성했다.
<코스모스> 8장 ‘시간과 공간을 가르는 여행’에 나온다. 상대성 이론.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여행자는 나이를 거의 먹지 않는다고. 중력 때문에 지구하고 시간이 다르게 흐르니까.
수줍은 사람도 마이크를 잡으면 우주 여행자가 된다. 38초로 대답해 주세요, 라고 해도 중력이 다르니까 3분 넘게 말한다(다섯 명이면 15분). 그래서 진행을 맡은 나는
지구 시간을 체크할 수밖에 없다. 그게 또 현장에서는 와하하하 터지는 웃음이 된다.
앞에 서 있으면 사람들 마음이 열리고 서로에게 가닿는 게 보인다. 그때 딱 행사를 끝내는 게 좋다. 토요일 오후, 군산회관에서 그렇게 했다.
#군산회관
#소통협력센터군산
#나운동
#이대로_흘러간다면_반짝이재킷_사야할지도
#프리랜서_365일상시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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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운동장에 보름달이 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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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소년의 레시피』『남편의 레시피』『범인은 바로 책이야』『나는 진정한 열 살』『내 꿈은 조퇴』『환상의 동네서점』 대한민국 도슨트 『군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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