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나 40대 시절에는 다른 사람들 일할 때 노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금요일 일을 없애고, 월요병을 앓기 싫어서 마침내 화수목 주 3일만 밥벌이를 했다.
가끔씩 주말에 일 잡히면 너무 억울해서 새벽에 월명공원 점방산 올라가 코를 훌쩍인 적도 있다(쯧, 그게 울 일인가).
지금은 전업작가. 전화나 이메일로 강연 들어오면 항상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로 대답한다. 8월 말부터는 토요일에도 강연이 싹 잡힌 게 신기하고 기뻤다. <범인은 바로 책이야>를 펴낸 이후로 초등학교 1학년부터 성인 독자까지, 10여 명에서 150여 명까지 만난다.
지난 화요일에는 미장초등학교 학부모 연수에서 <소년의 레시피>로 이야기를 하고(젊은 부모님들과 밥 먹고 커피도 마심), 토요일에는 군장대 하이브 사업단에서 초대해 주셨다. 시립도서관 행사 때 사인받았다는 분들도 오셨고, 한길문고에서 인연을 맺은, 만나면 언제나 반가운 선생님들도 있고, 강연 장소도 아늑하고 그래서 전혀 안 피곤했는데.
토요일 저녁 7시쯤에 맥주 세 모금 먹고는 잠들어서 새벽 1시에 일어났다. 이메일 보낼 게 있어서 업무를 처리하고 다시 기절하듯이 잤다. 일요일 아침 8시 반에 일어났더니 지난 몇 주간 부어있던 얼굴이 조금은 가라앉아 있었다.
여름부터 여기저기 다니며 일해서 그런가. 고등학교 때 지리산 종주하고 와서 밥 먹다 수저 든 채로 잠든 후 수십 년 만이었다. 장하게도 샤워하고 양치한 뒤에 곯아떨어졌다. 나이 먹는 게 다 나쁜 건 아니네.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