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에 데리러 올 수 있어?”
질문을 가장한 강썬님의 오더. 강썬님이 다니는 학원 앞에서 10분 전부터 대기했다. 고등학교 첫 시험을 앞둔, 멋지고 우아한 소년들 속에 강썬님이 있었다.
“강썬아, 먹고 싶은 거 있어?”
“그냥 집에 가자.”
“말해주라.”
“치킨?”
자녀 있는 집이라면 응당 치킨을 먹어야 하는 일요일 저녁, 주문이 밀려서 30여 분을 기다려야 했다. 강성옥 씨가 드라이브하자며 나운1동 쪽으로 차를 몰았다. 월명 공원 비밀의 편백숲과 오솔길로 이어진 동네, 한때는 일주일에 세 번씩 드나들던 곳. 가보고 싶은 데가 떠올랐다. 강성옥 씨와 강썬님은 거기에 뭐 특별한 거 있느냐고 물었다.
“재밌는 거 있어. 무조건 막 웃음 날걸!”
얼굴 부은 게 너무 가라앉지 않아서, 이 병원 저 병원 다니다가 순환 치료를 받으러 다닌 적 있다. 그때 주차 복잡해서 헤매다가 발견한 짚라인. 선생님 댁에 들어가기 전에 세 번 타고, 치료 끝나고 나서 세 번(가끔은 다섯 번) 탔다. 팔에 힘을 주고 짚라인 받침대에 다리 올리면 바로 미끄러진다. 호쾌한 웃음소리가 절로 만들어지던 나만의 ‘웃음 발전소’.
와하하하! 입을 다물지 못하고 나는 막 환호하면서 짚라인을 두 번 탔다. 무게를 잡고 안 탈 것처럼 굴던 강성옥 씨는 앉아서 탔다. 50대 아저씨니까 소리 안 내고 중후하게 웃었다. 동영상 찍을라 했더니 옷을 대충 입고 나와서 안 된다며 의사 표현은 확실하게 했다. 짚라인 길이가 짧아서 시시해 보였는지 안 탈 거라던 강썬님도 슬그머니 자세를 잡았다.
“엄마, 이거 재밌네.”
“엄마도 재밌어. 오랜만에 우리 강썬 웃음소리도 듣고.”
“근데 엄마, 순환 치료 그런 거 비과학적인 거 아니야?”
“놉! 1년 동안 다니면서 좋았어. 부은 거 별로 안 가라앉았어도 엄마 인생에 큰 도움이 됐어. (웃음) 이제는 얼굴 부은 게 기본값이구나 인정했거든. 짚라인도 많이 타고.”
유레카!
내 팔근육 장난 아니다. 도대체 이 근육이 어디에서 온 걸까 미스테리였는데 드디어 풀렸다. 계절이 네 번 바뀌는 동안 일주일에 세 번씩 짚라인을 타서 그런 거였네.ㅋㅋㅋㅋㅋㅋ
할 일이 태산같이 쌓인 오늘 오전. 나는 일하러 가지 못했다. 지난주에 목이 뻣뻣해서 속으로 좀 불쾌했다. 토요일에는 폭우 내리는 고속도로에서 긴장하고 2시간 동안 운전했더니 고개를 옆으로 돌릴 때마다 기분이 안 좋아졌다. 결국 오늘 오전 시간을 차정형외과에서 다 보냈다. 엑스레이 찍었더니 목 디스크는 아니었다(참고로 저는 뼈미인입니다). 그냥 근육이 뭉친 거라고, 노트북 덜 하면 금방 좋아질 거라고 했다. 속으로 나를 다그쳤다.
‘왜 웃지를 못하니. 너무 기쁜 소식이잖아.’
일해야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웃음 발전소’로 갔다. 내리쬐는 볕을 그대로 흡수한 짚라인은 따스했다. 바람을 가르고 내려갈 때는 시원했다. 다섯 번 타고 났더니 입꼬리가 확실히 올라간 느낌이 들었다. 짚라인 뒤쪽 시멘트 계단에 앉았다가 거기에 핀 제비꽃을 봤다. 볕이 좋아서 그 작은 꽃 그림자도 선명했다.
짚라인 세 번 더 타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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