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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키컴터 Jun 17. 2022

나도 괜찮은 사람이고, 너도 괜찮은 사람이야.

수학여행 전날 밤, 버스 옆에 어떤 친구가 앉을지 걱정하신 적 있나요?

친구들 모임에서 친구들과 나 사이에 묘한 벽을 느껴본 적이 있나요?


어린 시절은 낮은 자존감과 소심함을 견디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래도 사람은 혼자서 살 수는 없기에 낮은 자존감과 소심함을 넘어 친구를 만들었죠.


때로는 진심과 유머를 담아 친구를 만들고,

때로는 다른 누군가에 대한 냉소와 회피로 내 사람을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밝음과 어두움이 자아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참 뒤 어느 날.


아들을 유치원에서 픽업하고 멍하니 친구들과 노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그 순간 과거의 내 걱정이 아이에게 겹쳐 보였어요.


친구 하나가 다른 친구 하나와의 관계를 지배하려 하고 반대로 우리 애와는 거리감을 두더군요.

익숙하고 불쾌한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애는 집에 오고 자기 전까지 슬프다는 말을 반복했어요.

"아빠가 한 밥은 맛이 없어 슬프다."

"오늘 한 놀이가 재미없어 슬프다."

"아빠가 그림책을 많이 안 읽어줘서 슬프다."

관계의 단절은 애 조차도 진실을 회피하고 싶을 만큼 슬픈 감정인 듯합니다.


자기 전에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세상 모든 사람하고 친해질 순 없어. 나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과 친해지면 그걸로 되는 거야."


주말 동안 아들이 슬퍼할 겨를이 없도록 놀아준 사이,

와이프는 관계를 지배하려 한 친구의 엄마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상황이 이러한 데 나와 애가 집에 놀러 가서 관계를 개선하면 안 되겠냐고...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그 친구는 상황과 사람을 통제하며, 안정감을 찾고 싶어 하던 성격이었는데,

깔끔하게 노는 아들의 모습과 자신의 놀이 코드가 맞아 평소와 다르게 우리 애한테 밥도 먹고 가라고 했다더군요.

서로를 잘 알지 못한 상황에서 생긴 거리감이 시간을 두고 성격의 색깔을 맞춰가며 사라졌습니다.

세상 모두와 친해질 수 없다는 저의 조언이 머쓱해지더군요.


익숙한 나의 껍데기 자아가 많은 좋은 사람들과 거리를 두게 했구나 생각하니,

좀 더 속의 자아를 열고 많은 사람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도 괜찮은 사람이고, 너도 괜찮은 사람이야. 그러니 서로 알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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