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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가안내자 옥돌 Feb 07. 2024

행운을 빌어줘

2022 회고 (23.1.1.)

연말회고를 쓴다는게 새해를 맞이해버렸지만, 뒤늦게 써보는 2022년 회고.

주간 회고를 써온지도 벌써 1년 반이 훌쩍 넘었다.



 행운을 빌어줘 - 원필(Day6)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고 하던데, 올해는 내게 방황의 때였다.

1월 입사, 4월 퇴사 후 국내부터 적도 아래 세상까지 쏘다니며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아보려 애썼다. 대학 시절에는 항상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었던 것 같은데, 언제부턴가 나는 어제의 부끄러움과 내일의 불안 때문에 오늘을 살지 못하고, 돌아올 아침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방황의 사전적 의미는 두 가지가 있다.

이리저리 헤매어 돌아다님, 분명한 방향이나 목표를 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함. 104일 간의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지금, 상반기가 그렇게 아팠던 이유는 방향과 목표 없이 달리기만 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긴 여행을 떠나기 전후의 내가 ‘김민지’라는 똑같은 사람이라는 건 변함 없지만, 적어도 아침 거울 앞에서 활짝 웃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 돌아왔다.

나의 2022년이 연극이라면, 4막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1막] 입사와 퇴사 (22.01-04)


합격 전화를 받았을 때 가슴이 터질 듯이 기뻤다. 전 회사에서 충족하지 못했던 기여와 성장을 경험하고 싶었고, 이를 분명히 해소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입사했다. 그러나 3회에 걸친 사수 변경, 프로젝트 무산과 연기가 반복되며 점점 지쳐갔다.

그와중에도 전환 여부를 평가받고 있다는 압박감이 나를 옥죄었다. 잘하고 싶고, 결과물을 만들어 내보이고 싶은 욕심이 그렇지 못한 현실과 마주하여 수차례 좌절감을 안겼다. 출근하는 내일을 맞이할 생각에 심장이 쿵쾅거렸다. 견딜 수 없는 불안에 병원을 찾고서야 마음의 병을 인정할 수 있었다.


[2막] 시간 부자가 되다 (22.04-08)


무엇을 하지 않을 자유, 그로 인해 무엇을 해야 할지 알게된다고. 퇴사 후 시간 부자가 된 나는 하루를 원하는 것들로 채울 자유를 가지게 되었다.

우선 제주살이 로망을 실현하러 떠났다. 2주 간의 여행을 사소한 것부터 스스로 선택하며 나의 조각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또, 글로벌 행사를 만드는 사람들이 멋있어 보여서 세계가스총회 룸매니저로 일해보기도 하고, 학생들이 더 큰 꿈을 꾸길 바라는 마음에 수원의 한 고등학교서 ‘사회문제 해결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3막] 호주・발리로 떠나다 (22.09-12)


우편 엽서를 사랑하는 아이는, 램프 밑 책장 속에서 본 세상이 너무나도 커보였다.(보들레르의 시 악의 꽃<여행>) 나 역시 아직 보지 못한 드넓은 세상이 궁금해서 홀로 떠났다.

백패커스를 전전한 호주 여행, 남들이 할 때 부러워만 했던 멜버른 어학연수, 좋아하는 요가를 하며 봉사자로 일한 시드니 요가 리트릿, 좋아하는 것을 더 많이 나누고 싶어서 발리 우붓에서 요가지도자과정을 듣고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리즈처럼 홀로 발리를 거닐며 104일 간의 여행을 마무리했다.

내 인생의 보물 페이지가 된 3막은 여러 장으로 또 나뉠테다. 3막 1장, 2장, 3장..


“여행은 어땠어?”라는 누군가의 물음에 한두 문장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가 없어서 기록을 시작했다. 매일 가슴 속에 지니고 다닌 종이 일기장과 사진들을 넘기며 블로그 여행기를 작성하는 중.

첫글을 쓰기까지가 참 어려웠는데, 하나 쓰고 나니 제법 재미가 붙었다. 어제 투데이 50이었는데 오늘 93으로 올랐다. 유입 분석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4막] 꿈과 목표


‘사람들이 불안해서 아프지 않았으면’ 하는 소망이 생겼다.

내일이 두려워 잠에 들지 못하고, 새벽 세 시에 번쩍 눈이 뜨이는 고통을 알기에 다들 푹 잠에 들었으면 좋겠다. 1년 가까이 요가를 수련하며 이제야 나를 조금씩 받아들이고 거울 앞에 선 나를 예뻐해줄 수 있게 되었다.

발리 요가 여행을 다녀와서 ‘불안한 사람들을 위한 요가 스테이’를 열고 싶은 꿈이 더 단단해졌다.

아주 먼 미래라고만 생각했는데, 마음만 먹으면 꿈을 더 앞당길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 한국에서 두 번째 요가 지도자 과정을 계획하고 있다.

또, 블로그 여행 기록이 끝나면 에세이 형태로 책을 써볼까 싶다. 원고가 완성되면 텀블벅에서 펀딩을 해보려고 한다.

이 역시 불안한 이들을 위해 이러한 경험을 하고 건강히 자기 자리로 돌아온 사람이 있다고, 떠나는게 두려워 망설이는 이들을 위해 쥐뿔도 없이 혈혈단신 적도 아래 세상을 유람하고 온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서.

 

2023년은 나의 스토리를 세상에 내보이는 해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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