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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가안내자 옥돌 Feb 10. 2024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다 때가 있는 거야~”

어른들이 말할 때는 이해하지 못했다. 나에게는 지금 닥친 문제가 넘을 수 없는 산처럼 커 보이기만 하는데, 시간이 약이라며 다 괜찮아지는 때가 온단다. 그런 말을 들을 때면, ‘지금 자기 일 아니라고 저렇게 쉽게 말하는 거지! 나는 힘들어 죽겠는데!’ 하면서 마음속에서 미운 문장들을 길러내곤 했다.


그런데 오늘,

정말 ‘모든 것에는 때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다. 연휴를 맞아 집에서 조용히 작업을 하고 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날아와 뇌리에 꽂힌 것이다.


요즘 주변에서 날더러 ‘불붙었다’며 내가 하는 일들을 지켜봐 주고 응원해 주는 메시지를 종종 받는다. 맞다. 나 요즘 신났다 아주. 하루하루 살아가다 보면 반짝이는 글감이 도처에 널렸다. 생각을 글로 옮기는 과정은 물 흐르듯 진행되고, 그에 딱 맞는 제목이 때마침 ‘번쩍’ 떠오른다.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이 일 저 일 만들어가며 사는 재미. 글 쓸 때도 큰 고민 없이 손가락이 움직이는 대로 한 줄, 한 문단, 한 편의 글을 뚝딱 완성하고 있다. 올해를 시작하는 기운이 유난히 좋다.


항상 이랬던 것은 아니다.


‘한 줄’이 써지지 않아 괴로워했던 적이 있었다. 작년 3개월 남짓 본가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글을 쓰려고 갖은 시도를 했지만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손 끝에서 나오는 문장들은 우울과 부정적인 냄새만 풍겼고, 그렇게 써 내려간 문장들은 내 눈으로도 다시 들춰보고 싶지 않았다.


글 쓰는 행위를 그만뒀었다. 어릴 적부터 글을 써왔건만, 글 좀 쓰는 줄 알았던 나의 생각은 ‘생각’일뿐이었다고. 여태 이뤄왔던, 남들 눈에 빛나보이는 것들은 모두 거품 같았다. 겉 포장지만 좀 그럴듯하게 쌀 줄 알아서 얻어왔던 거라며 스스로를 내실 없는 인간, 뭐 하나 제대로 못하는 인간이라며 계속해서 까내렸다.


상태가 좋지 않으니 남이 쓴 글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저들의 삶을 내 삶에 대입할 수나 있을까 하며 비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봤다. 쓰지도, 읽지도 않는데 좋은 글이 나올 리 만무했다.


장황한 방황을 반복했다. 자꾸만 새로운 분야가 눈에 들어왔다. 해보기 전에는 그리도 빛나보이던 것들이 손에 넣고 나면 신기루가 되어 사라지듯 흥미를 잃고,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다. 새로이 배우고, 배우고, 또 배우고. ‘시작’과 ‘처음’이라는 단어는 그다지 두렵지 않았다. 늘 하던 걸 내팽개치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있는 나는 언제나 초심자였기에.  


시작은 쉬운데 지속이 어렵다. 어떤 것에도 정착할 수가 없었고, 무엇 하나 꾸준히 해나가지 못했다. 변덕쟁이 관심사는 나조차 종잡을 수가 없었다. 학보사, IT, 모바일 앱, 오프라인 공간, 커뮤니티, 주거, 도시, 지역... 다들 한 문장으로 네모 반듯한 자기소개를 하곤 하던데, 나의 소갯말은 항상 이리 튀고 저리 튀고, 내일이면 또 어떻게 변할지 몰랐다.  


돌고 돌아, 결국 정착한 곳은 ’프리워커‘의 세계다. 프리워커는 ‘프리랜서’와는 다소 다른 개념이다. 소속 없이 독자적으로 일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그러나 프리워커는 외주를 받는 형태처럼 클라이언트에게 일감을 받아서 하는 ‘을’이 아닌, 스스로 일을 벌이고 자유롭게 활동하며 수익을 창출하는 주체적인 입장이란 점에서 프리랜서와 다른 위상을 가진다.

(외부에는 편의상 프리랜서라고 말한다.)


나는 한 번 집중을 하면 과몰입에 빠져 날밤을 새어가며 끝장을 봐야 하는 성격이다. 만족스럽게 마무리가 되지 않으면 어차피 머릿속에서 생각이 끊이질 않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더 괴로운 사람이다.


그래서 회사가 힘들었다.


퇴근을 하면 스위치를 끄고 그만 생각할 줄도 알아야 하는데, 내가(회사가) 만드는 서비스가 진심으로 잘됐으면, 사용자가 정말로 최고의 경험을 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퇴근길에도, 샤워를 할 때도, 여가를 즐길 때도 일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잔뜩 구상한 것들을 펼치려고 회사에 가면, 이러한 생각들은 대개 환영받지 못했다. 사회초년생인 주니어는 뭘 더 하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눈치 봐가면서 적당히 해야 할 일만 하는 게 미덕이었나 보다. 그렇다고 일에 있어서 너무 표독스러워서도 안되고, 너무 의욕을 잃어서도 안된다. 또, 조직생활이기에 내 색깔이 너무 튀어서도 안된다.


슬쩍슬쩍 딴짓을 하려고 하면, 어느 쪽에도 최선을 다하지 않고 있는 나 자신이 너무 못나보였다. 어디에도 맞지 않는 것 같은 스스로가 싫었다. 남들은 회사 힘들다 하면서도 잘만 버티는데, 나는 왜 이렇게 답답해하는 걸까? 또 나만 유별난 거지.. 이런 생각들에 잠겨 눈물을 훔치다가, 다음날이면 비좁은 지하철 틈새에 몸뚱아리를 끼워 넣고 회사로 향했다.


‘프리워커’를 선언한 지금. 회사에 다닐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일에 투자하고 있다. 하루 종일 일 생각만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굳이 내일 아침 9시까지 회사에 도착하기 위해 12시에 잠을 청하지 않아도 되기에, 일에 속도가 붙으면 새벽달을 보면서 작업을 지속한다. 안구가 뻑뻑해져 오고, 어깨가 무겁게 가라앉고 나서야 겨우 노트북을 덮고 잠을 청한다. 그런데 괴롭지가 않다. 오히려 행복하다.


다만 멈추지 않는 뇌 활동에 피곤함을 느낄 때가 있다. 혼자서 일한 지 겨우 두 달 차지만, 프리랜서든 프리워커든 의식적인 휴식을 갖는 게 무척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기가 하는 만큼 일이 되고, 결과물이 나오다 보니 멈추려 해도 기획과 생각 모터가 신나게 돌아갈 때가 많다. 그래서 나는 매일 딱 5분만이라도 시간을 내어 호흡을 고르며 명상을 하면서, 숨 쉬는 나를 지켜내고 있다.

(‘고유한 명상: 온라인 모임' 2기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매주 온라인으로 만나 명상하고, 매일 명상일지를 기록하고 공유하는 모임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에서​ 확인해 주세요.)


살면서 이렇게 충만한 적이 있었던가. 회사에 다닐 때도, 퇴사를 하고 긴 여행을 떠났을 때도, 하물며 남들이 부럽다는 여행지에 있을 때도 불안과 초조함 속에 살았던 것 같다. 이 여행이 끝나면 뭘 해야 하지, 이 회사가 아니라면 어디에서 일을 해야 하지, 여행의 끝에 아무것도 남지 않으면 어떡하지... (왜 자꾸 뭘 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쉬어가는 때도 있는 법인데.)


결국 ‘자유 좋아’ 인간이 정착한 곳은 여기, 프리워커의 세계다. 상상은 현실이 되고, 오늘의 나는 어제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가고, 잠을 청할 때면 또 다르게 펼쳐질 내일이 기대된다. 오늘의 선택들은 어떤 세계로 나를 이끌어줄까? 분명 내가 상상한 것보다 더 멋지고 아름다운 것들을 가져다줄 거야!


모든 것에는 때가 있는 법이니까.




직장 밖에서 커뮤니티를 기획하며 만들어가는

[ 옥돌 (okdol) ] 입니다.

현재 고유한 명상 모임 : 2기​ 절찬리 모집 중에 있습니다.

매일 5분씩 숨 쉬는 시간을 가지고, 명상 경험을 기록하고 나누는 '온라인 모임' 입니다.

요가&명상 안내자로서 전해드리는 주간 가이드와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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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는 댓글 또는 인스타그램 DM으로 편히 보내주세요. :)

함께할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평범한 이름으로

비범한 방황을 쓰는,

고유한 사람으로 살아갑니다.


written by. 옥돌

옥돌의 세상으로 초대합니다

@okdol_yo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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