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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가안내자 옥돌 Feb 29. 2024

같이 살래요?

ep 1. 일단 저지르고 보는, 옥돌 시점

“같이 살래요?”


“그래요.”


내 인생은 얼렁뚱땅이 아닌 적이 없다. 정규직이 된 날 불현듯 퇴사하고 호주로 훌쩍 떠나버리질 않나, 운동이라곤 학을 떼던 애가 요가 선생을 하겠다며 발리에서 요가지도자과정을 밟지를 않나, 만난 지 겨우 4개월 된 이에게 ‘같이 살자’고 느닷없이 질러놓은 걸 보면 말이다.


때는 바야흐로 한 달 전.

충남 예산에 같이 가기로 한 날이었다.


그날도 역시, P의 인생은 와당탕 준비를 마치고 부리나케 달려 나왔다. 혹여 1분 차로 기차를 놓치진 않을까 맘 졸이며 용산역으로 아슬아슬 달려가고 있었다.


‘띠리링~’


그녀에게서 다급한 전화가 왔다. 지갑을 놓고 왔댄다 하하. 기차 출발 시간을 20분가량 남겨놓은 시점. 택시가 신호 위반을 다섯 번쯤 저지르고 날아와도 어림도 없는 시간이다.


사실 우리는 예산에서 같이 만날 사람이 있었다. 며칠 전부터 약속된 일정이었기에 안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 줌으로 해야 하는 걸까..”


그녀의 노오란 깨톡을 보고 귀여운 노여움이 살짝 고개를 치밀었다. 아니 선생님.. 우리 같이 만나서 나눌 얘기가 있잖아.. 오늘 같은 날 늦어버리면 어찌하오... 거기다 줌으로 접속한다니 웬 말이야 소똥이야.


휴-우. 들뜬 가슴을 깊은 심호흡으로 가라앉히고, 그녀에게 내 카드를 빌려줄 테니 그냥 튀어오셔라. 아니면 비슷한 시각에 도착하는 버스 편은 없는지 찾아봐라, 촉박한 연락이 퐁당퐁당 오갔다.


결국, 나는 홀로 기차에 몸을 실었다.



평범한 이름으로

비범한 방황을 쓰는

고유한 사람으로 살아갑니다.

written by. 옥돌

옥돌의 세상으로 초대합니다

@yerusanl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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