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신입으로 입사하면 사수가 있기 마련이다. 신입에게 일을 알려주는 사람. 신입은 사수에게 일을 배우며 회사에 적응해 나간다. 그럼 어디든 입사만 하면 항상 사수가 있느냐고? 그건 아니다. 작은 회사에 가면 사수가 없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그걸 내가 첫 회사에서 경험할 줄이야.
나의 첫 회사는 설립한 지 갓 1년이 지난 스타트업이었다. 당연히 직원 수도 적고 규모도 작았다. 입사할 때 나는 그런 기본적인 사실조차 몰랐다. 그저 나를 뽑아줬으니 기쁜 마음으로 출근했던 것이다.
나는 당연히 선배 개발자가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일을 할수록 무언가 이상했다. 이 프로젝트에서 나 혼자 프론트엔드를 개발하고 있어? 선배 개발자가 없어? 문제가 생기면 나 혼자 해결해야 해? 입사 한 달 차, 등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당시 내가 만들어야 했던 제품은 인앱 메시지 에디터 프로그램이었다. 인앱 메시지라는 건 앱 내에서 뜨는 마케팅 메시지를 말한다. 예를 들어 ‘배달의 민족’ 앱을 생각해 보자. 들어가자마자 첫 화면에 뜨는 ‘오늘만 할인쿠폰!’ 같은 팝업. 그 팝업을 파워포인트 조작하는 것처럼 쉽고 간단하게 만들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프로젝트였다.
파워포인트를 떠올려 보자. 숫자를 입력하면 폰트 크기가 바뀐다. 폰트의 굵기도 바꿀 수 있다. 색상 팔레트에서 색상을 지정하면 폰트의 색도 지정할 수 있다. 이미지도 삽입할 수 있다. 이런 기능 얼마나 편리하고 익숙한지! 너무 당연하게 여기고 있던 기능. 그 기능을 내가 구현해야 했다. 신입인 나는 당연하게도 그런 기능을 만들어 본 적이 없었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달리 방법이 없었던 나는 개발자의 오랜 친구인 구글에 열심히 검색했다. 방법을 발견하면 만들어 보고, 안 되는 걸 확인하고, 다시 다른 방법 찾기를 반복 또 반복. 대략 한 달 만에 프로젝트에서 목표로 했던 기능을 구현해 냈다. 그 순간의 희열이란! 이 맛에 개발자 하지!
하지만 그 방법으로 개발을 진행할수록 다시 걱정이 고개를 들었다.
‘이런 기능을 이런 방법으로 만드는 게 맞나? 이게 통상적으로 쓰이는 방법일까?’
만약 내가 비효율적인 방법으로 구현하고 있는 거면 어쩌지? 다른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이런 상황에서는 이런 기술을 쓴다는 공식 같은 게 있지는 않을까? 나는 제대로 개발하고 있는 게 맞나? 내가 한 일에 대한 의심이 끝없이 솟구쳤다.
‘제발 누가 나한테 답을 알려줘!’
하지만 나에게 답을 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내가 맡은 일에 내가 책임을 지고 끌고 가는 수밖에, 지금 생각해도 신입이 지기에 너무 버거운 짐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3개월 뒤, 나는 프로젝트의 핵심 기능만을 구현한 채 도중에 다른 회사로 이직하게 되었다. 그 에디터 제품은 궁금해서 가끔 사이트에 들어가 본다. 다행히 아직 운영되고 있다. 한 번은 전 직장 동료를 만나 이런 말을 했다.
“그때 아무것도 몰라서 제대로 했는지 모르겠어. 내가 짠 코드 아마 많이 바뀌었겠지?”
“아니, 아직 남아있을걸?”
그건 그것대로 놀라운걸. 내가 아주 틀리지는 않았나 봐.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만으로도 노력했던 시간의 보상을 받은 것 같았다.
첫 회사, 사수 없는 신입, 내 책임이라고 생각해서 새벽까지 일했던 시간. 그 시간이 온통 나쁜 기억만으로 남아있지는 않다. 구글에는 답이 있다는 사실도, 사람은 닥치면 뭐든 해낸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고. 혼자서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고, 덕분에 사수 없이 일하라고 해도 그러려니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의 여유도 생겼다. 그래도 진짜 ‘쌩쌩쌩신입’한테 사수 없는 건 너무한 일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