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광고를 본 적 있는지. ‘6개월 치 업무를 하루 만에 끝내는 업무 자동화!’ 그 광고를 보면서 실감했다. 이젠 자동화라는 단어를 쉽게 찾아볼 수 있구나. 자동화란 기술을 적용하여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과정을 뜻한다. 엑셀에 복사/붙여 넣기 하는 반복 작업을 클릭 한 번으로 자동 실행하는 예가 있을 수 있겠다. 반복 작업이 많은 문서 관련 업무에 유용하다 보니 관련 강의도 많이 나오는 듯하다.
내게는 자동화라고 하면 바로 떠오르는 인물이 하나 있다. 바로 대학 동기이자 회사 후배인 M이다. M은 자동화라는 아이템으로 사업까지 했을 정도로 자동화에 진심인 사람이다. 언젠가 나에게 ‘자동’의 의미에 대해서 일장 연설을 늘어놓은 적이 있다. 자신은 자동을 단계로 나누어서 생각한다고. 1단계는 이러하고, 2단계는 저러하고, 3단계는 완전히 인간의 개입이 없는 상태라나 뭐라나. 당시에는 적당히 반응했지만 그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했다.
‘이 녀석은 뭘까? 이런 게 괴짜 개발자인가?’
나는 개발자지만 자동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다. 아니, 가끔 반복 작업을 할 때면 자동화를 떠올리곤 한다. 그렇다고 실천은 하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자동에 이렇게까지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내가 개발자로서의 역량이 부족한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개발자라면 응당 M 같아야 하는 건가?
M의 이해할 수 없는 ‘자동’ 집착은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M과 나는 같은 팀이었고 팀장님이 M에게 업무를 하나 지시하셨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 리스트를 만들라는 것이었다. 나도 그 이야기를 옆에서 같이 들었고 간단하게 생각했다.
‘사이트 들어가서 문서 찾아본 다음에 엑셀에 정리하면 되겠네.’
금방 끝날 업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M은 며칠이 지나도록 이 업무를 붙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뭐 하고 있어? 왜 아직도 그거 하고 있어?”
M이 당연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자동화하려고요. API 호출해서 리스트 받아와 저장하고, 변경 사항이 있는지 확인한 다음에 있으면 알아서 업데이트하도록 구성하려고 해요.”
‘그렇구나’라고 태연한 척했지만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매우 당황했다. 여기서? 지금? 자동화를? 팀장님이 시키신 일은 그게 아니잖아? 물론 추후에 그게 필요해질 수는 있지만 일차적으로 해야 할 일은 그게 아니잖아? 할 일을 먼저 끝내놓고 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나보다 어린 후배 개발자가 본인이 받은 업무에서 그치지 않고 그 너머를 생각한다는 점이 대단했다. 역시 나는 개발자로서 역량이 부족한가? 조금 자존감이 깎이는 소리가 들렸다.
반복되는 일을 자동화하는 것. 나에게는 부족하지만 M에게는 넘치는 재능. 돌이켜보면 괴짜 개발자는 항상 작게라도 자동화하려고 하던데… 습성인가? 아무래도 이건 개발자의 덕목인 ‘귀차니즘’에 충실한 탓이 분명하다. 반복이 귀찮으니 시간을 들여 자동화해 버린다. 결국 M도 개발자의 덕목에 충실한 괴짜 개발자였다.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깎인 자존감을 쥐고 물었다. 사실 반복 작업 자동화를 개발자의 기본 소양처럼 느끼곤 했다. 매크로 하나 만들어 본 적 없는데. 나를 개발자라고 할 수 있을까? 말도 안 되는 질문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할 줄 모르면 찾아보고 배우면 되는 건데. 지금까지 그렇게 해 왔으면서. 자존감이 낮아지면 단순한 사실마저 잊어버리고 만다. 그럴 때마다 생각해야지. 배우면 된다. 해 보면 된다. 내게도 자동화해야 할 업무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