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퇴근길.
비는 여전히 세차게 쏟아졌다.
다행히 레인부츠를 신고 출근하였기에
곳곳에 고인 물웅덩이를 애써 피해 가며 걷지 않아도 되니
살짝 신이 났다.
집으로 가는 버스로 환승.
금요일인 데다 늦은 저녁 시간대로 버스 안에 서 있는 사람은 없었다.
나 역시 자리를 골라 앉을 수 있었다.
그런데 아쉽게 휴대폰 배터리가 방전 직전이었다.
휴대폰 배터리량을 미처 확인을 못한 하루를 보냈다.
그래서, 집까지 가는 동안 졸을까?라고 고민하는 사이......
갑자기 낯선 단어가 떠올랐다.
복수(復讐)
왜?
평상시 전혀 생각하지 않는데
아니 복수라는 글자를 언제 보았는지 기억도 없는데
뇌리를 스쳐 지나가지 못하고 머릿속에 자리를 잡는다.
도대체 알 수 없는 상황에 당혹스러워하는데
낯선 단어는 알아서 그다음 진도까지 나간다.
(그럼, 그 원수는 미쳐버릴 만큼 약이 오르겠지?)
라고 되뇌인다.
있지도 않은 원수에게
누군지도 모르는 원수에게
허허!
이 무슨 일인가.
이름 모를 원수가 미치기도 전에
내가 먼저 미쳤나?
나도 모르겠다.
이 일은 피곤 탓으로 돌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