앎의 끝 그리고 모름의 시작

by 시간나무

생의 첫날.

당연히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세 살, 엄마만 알았다.

다섯 살엔 아빠를,

일곱 살엔 동생을 알게 되었다.


여덟 살, 내 이름을 쓰게 되었고

아홉 살, 비로소 나를 알게 되었다.


몰랐기 때문에

나는 해마다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열... 스물... 서른... 마흔... 쉰...

예순이 되어보니

보이지 않던 삶이 보이기 시작했고

이제부터 알게 된 것으로 잘 살아내려 다짐했는데,

불현듯,

‘앎은 끝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스쳤다.

그래서,

나는 다급히 생각을 바꾼다.


정말 내가 아는 것이 진짜 아는 것일까?

앎을 깨닫는 순간,

그 앎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나는 다시

모르는 예순하나의 해를 시작해야 할지도 모른다.


삶은 모르기 때문에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삶의 끝에서야 비로소 조금은 안다고 말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 또한,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삶의 선 위에서

확신할 수 있는 앎은 아니다.


그래서 다행이다.

모르는 것이 많은 나는

모르기 때문에

내일도 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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