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내겠다

by 시간나무

두 주먹 불끈 쥐고 이 세상에 태어나

그 주먹을 처음 펼친 순간부터

나에게 주어진 '존재의 시간'을 살아왔다.


삶은 그렇게

나의 존재와 사랑하는 이들의 존재로 채워져 왔다.

그러나,

사랑하는 이와 함께하던 그 존재의 시간이

어느 날 끊어질 때가 있다.

그 순간, 나의 존재의 시간도 멈춰버린 듯하다.

그때부터 상실의 시간 속에 갇혀 버린다.

하지만, 사랑의 생명력은 강하다.

'상실의 시간'조차 다시

'존재의 시간'으로 되살아날 수 있도록

나에게 힘을 건넨다.


눈앞에는 오직 '크로노스의 시간'만 보이지만,

내 마음 안에는 아직도 '카이로스의 시간'이 살아 있다.

내가 잃어버렸다고 믿었던 크로노스 시간은

카이로스 시간으로 되살아나 지금의 나를 존재하게 한다.




나와 너, 너와 나.

우리의 크로노스 시간이 함께 이어졌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나, 존재의 시간은 나의 바람이 닿을 수 없는 곳에 머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존재의 이유를 선택할 수 있다.

나를 밀어내는 '크로노스의 시간' 속에서도

내 안에 여전히 살아 숨 쉬는

너와의 특별한 사랑의 '카이로스의 시간'과

손을 맞잡을 용기가 있으니.


만일, 네가 나를 먼저 떠나보냈다면

너는 어떻게 살아갔을까.

아마 우리의 크로노스 시간 속에서

특별한 카이로스 시간을 붙잡으며 버텨냈겠지.

그렇다면, 내가 너를 먼저 떠나보낸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나 역시도 사랑의 카이로스 시간을 안고

나의 크로노스 시간을 견뎌야 한다.


함께할 때 다 알지 못했던 너의 마음이

함께할 때 다 헤아리지 못했던 너의 사랑이

이제야 내 뼛속 깊이 새겨져 있음을 깨닫는다.

그래서, 나는 살아내겠다.

나에 대한 너의 마음을

나에 대한 너의 사랑을

내 온몸에 품고, 다시 살아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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