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유내강(外柔內剛)

by 시간나무

중학교 한문 과목을 통해 사자성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수많은 사자성어 가운데 유독 내 마음을 떠나지 않고 오래 머물러 있는 말이 있다.

바로 '외유내강(外柔內剛)'이다.


겉은 부드럽고 순하게 보이나 속은 곧고 굳세다는 뜻.

부드러움과 단단함을 함께 지닌 그 모습을 닮고 싶어, 나도 그렇게 살아가겠노라 다짐했다.


그때는, 글자로 배우고 머리로 이해하고 암기하여 시험 문제를 풀기 위한 지식이었다.

정답을 맞혔기에, 삶에서도 당연히 정답을 풀 수 있는 지혜를 얻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고, 오만이었다.

타인에게 부드러움을 잃지 않으면서도 내면의 중심을 지키기 위해,

거센 흔들림 속에서도 나만의 단단함을 유지하기 위해,

매 순간 도전했지만 그때마다 무너졌다.


그럼에도, 연속된 실패가 나의 무릎을 꿇게 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


'외유내강(外柔內剛)'

올해도 다시 한번 가슴에 품는다.

비록 완벽하지 않더라도, 그 방향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고자 도전한다.

오늘, 지금도.




나는 예쁘지 않다.

그래도 괜찮다.

누군가의 고운 얼굴을 부러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쁜 이는 예쁜 대로,

못난 나는 못난 나대로 나만의 사랑을 하면 된다.

나는 크지 않다.

그래도 괜찮다.

키 큰 사람의 시선을 부러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키 큰 이는 키 큰 대로,

작은 나는 작은 보폭대로 나의 길을 걸어가면 된다.


못나고 작아도 내 마음의 걸림이 없는 편이다.

그런데 살아갈수록,

마음 한편에서 눈덩이처럼 커지는 부러움이 있다.

그것은 외면이 아닌 사람의 '내면'이다.

생각이 깊은 사람을 보면 그렇다.

마치 깊은 우물가에 서 있는 느낌이다.

들여다볼수록 맑은 물결이 나를 비추는 것처럼

그 고요함에 나도 머물고 싶어진다.


정신이 강한 사람을 보면 그렇다.

폭풍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나무를 보는 듯하다.

그 곁에 서면 나의 숨결마저 차분해진다.

영혼이 맑은 사람을 보면 그렇다.

안개 낀 새벽을 가르며 스며드는 첫 햇살 같다.

그를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속 어둠이 걷히고 투명해진다.

그들은 겉모습으로 설명되지 않는 저마다의 빛을 품고 있다.

평범한 날에도 자신을 잃지 않는 단단함,

작은 말 한마디에도 스며드는 다정함,

흔들리는 순간에도 중심을 붙잡아주는 마음의 방향.


나는 그런 이들을 마주할 때마다

‘저렇게 되고 싶다’는 부러움이 아니라

‘저렇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품는다.

예쁘지 않아도, 크지 않아도

마음의 크기만큼은 멈추지 않고 자라나길 바라며

오늘도 내 안의 깊이를 잠잠히 키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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