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것이 약이다

by 시간나무

'모르는 것이 약이다'라는 속담과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격언은

마치 서로를 향해 팽팽히 맞선 두 진영처럼 보인다.

그래서 이 둘 사이에서 어느 한쪽을 쉽게 선택하지 못한다.


세상에는 차라리 모르는 것이 편한 순간이 있다.

하지만 그 편안함은 잠시일 뿐,

모름은 오히려 나를 더 쉽게 흔들리게 한다.


어떤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부터 '앎'은 삶을 더 무겁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그 무게마저도 결국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면,

나는 모르고 휘둘리는 것보다

알고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택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처음부터 ‘아는 것이 힘이다’의 편에 서게 되었다.


‘앎’은 세상을 통제하기 위한 거창한 힘이 아니라,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힘이다.

그 힘은 순간의 감정이 아니라,

사물을 똑바로 바라보고 냉철하게 판단하게 하는 힘이며

그 판단은 언제나 ‘앎’에서 비롯된다.


진실은 때때로 나를 무겁게 짓누르지만,

무지의 가벼움은 바람에 흩날리듯 흔적 없이 사라져 버린다.

나는 그런 가벼움 속에서 중심 없는 삶을 원하지 않는다.


어두운 방에 한 줄기 빛이 스며들면

보이지 않던 먼지가 눈에 들어와 잠시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빛이 있어야

내가 찾아야 할 거울의 위치를 알 수 있다.


희미한 어둠 속에서 더듬거리며 헤매는 대신,

환한 방에서 내 모습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나는 놓치고 싶지 않다.


‘아는 것’은 때로 두려움의 그림자를 불러오지만,

그 두려움을 피하지 않고 마주할 때

비로소 자신을 선명히 바라볼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나는 그 힘을 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기꺼이

'앎'의 편에 서서 한 걸음씩 걸어간다.




'모르는 것이 약이다'는 특정 인물의 명언이 아니라 오랜 세월 구전된 전통적 속담이며,

'아는 것이 힘이다'는 영국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의 말로 알려져 있어 속담과는 성격이 다른 유명한 격언이라고 한다.


문득 두 표현의 출처를 제대로 알고 있는지 궁금하여, 표준국어대사전을 검색해 보니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먼저, '모르는 것이 약이다'라는 관용 표현은 직접 조회되지 않았다. 대신 '모르다'를 검색하니 관련 속담으로 '모르면 약이요 아는 게 병', '모르는 것이 부처'가 제시되었다.

두 가지 모두 "아무것도 모르면 차라리 마음이 편하여 좋으나, 무엇이나 좀 알고 있으면 걱정거리가 많아 해롭다는 말"로 설명되어 있다.


마찬가지로, '아는 것이 힘이다' 역시 조회되지 않아 '알다'를 검색하니 관련 속담으로 '아는 것이 병(탈)', '알아야 면장을 하지'가 제시되었다.

'아는 것이 병(탈)'은 '모르면 약이요 아는 게 병'이란 속담과 같은 말로 설명되어 있고,

'알아야 면장을 하지'는 "어떤 일이든 그 일을 하려면 그것에 관련된 학식이나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설명되어 있다.


나는 오늘도 다시 한번 배웠다.

이래서 "평생 공부"라는 말이 존재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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