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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간나무 Dec 20. 2024

스트로로 마신 첫 커피

내 생의 첫 커피는 통증

난 맞이이다.

그러다 보니 언니나 오빠가 있는 친구들이 간혹 부럽기도 했다.

특히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언니나 오빠로부터 학교생활의 노하우를 듣고

다른 친구들보다 하나 이상 더 알고 시작하는 친구들이 유독 부러웠다.


몇 학년이었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중학교 어느 시험기간..

한 친구가 시험 공부할 때 커피를 마시면 잠이 안 와서

밤늦게까지 혹은 밤새워서도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난 처음 듣는 말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와! 그런 것도 있구나? 하는 놀람과 함께

나도 오늘은 커피를 마시고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드디어 하교 후 집에 도착하였다.

(다행히 부모님께서도 커피를 마시는지 집에 있는 커피를 찾았다)


늦은 저녁 커피를 타기 위해 주전자에 물을 끓였다.

물이 팔팔 끓자 큰 잔에 커피를 넣고 물을 부었다.

(커피를 많이 마시면 마실 수록 잠으로부터 자유로워질 거라 기대했다)

그리고, 커피를 타서 마시자마자 생각지도 못한 사건이 발생했다.

커피를 마신 후 공부는커녕 통증으로......


난 음료수 등을 마실 때 스트로로 마시는 것을 좋아했다.

컵으로 마시면 많은 양이 들어가서인지 살짝 숨이 찼기 때문이었다.

커피를 마시면 잠이 안 온다는 이야기만 들었지,

커피를 스트로로 마시면 안 된다는 것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그날도 늘 하던 것처럼

커피잔에 스트로를 꽂고 마셨다.

순간, 난 죽는 줄 알았다.

뜨거운 커피가 목젖을 지나 식도까지 내려가면서

지나가는 모든 자리에 화상을 입힌 것 같았다.

찬물을 마셨을까?

너무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나질 않는다.

엄마도 부르지 못할 만큼 극심한 통증을 느꼈던 것만 기억이 난다.

지금도 그 통증은 생생하게 떠오른다.


내 생의 첫 커피는 통증이다.


언니가 없는 서러움..

오빠가 없는 아쉬움..


그래서, 내가 직장생활을 할 때 여고생이었던 막내 여동생에게

언니 역할을 잘해보려 애썼었던 것 같다.

(그런데, 바로 아래 여동생과는 같은 시기 학창 시절을 보냈기에

 여유로운 언니 역할을 하지 못하여 안타까움이 남는다.

 물론, 막내 여동생에게도 애를 쓴 거지 잘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이것이 은연중 나에게는 한이었나?

나의 서러움, 나의 아쉬움을

동생들은 느끼지 않게 해 주고 싶었다.

물론, 동생들은 언니도 있고 오빠도 있어

내가 느낀 감정과는 다를 수 있겠지만

어쩌면 언니가 있음에도 서럽다면

오히려 이것이 더 아프지 않을까 하여......



(2022.11.29.  서랍 속 이야기를 꺼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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