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할머니는 큰 나무였기에
세상에서 제일 그리운 사람
세상에서 제일 부르고 싶은 이름
바로 할머니!
엄마보다,
엄마의 엄마와의 추억이 더 깊다.
할머니와의 가장 오랜 기억은
함께 살았던 일곱 살 때 크게 다친 적이 있었다.
그때 손녀의 상처가 깊어질까 봐
노심초사 얼마나 정성껏 돌봐주셨는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그 사랑이 잊히지 않는다.
국민학교 3학년 설날에는
윷놀이에 빠져
할머니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고,
국민학교 6학년 여름방학 때
병원에 입원하신 할머니 간호를 하던 어느 날
점심식사를 위해 분식점에 갔다가 쫄면을 처음 먹어 보았고,
언제였는지 또렷이 기억은 없지만 국민학교 한 겨울방학 때
할머니와의 기차여행에서
부라보콘을 처음 먹어 보았다.
(아이스크림은 겨울에 먹어야 제 맛이라는 것을 이때 알았다)
나는 어린아이였고, 할머니는 어른이었기에.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다.
나에게 할머니는 큰 나무였기에
늘 언제나 그 자리에 계시는 줄 알았다.
할머니와 추억을 만드는 필요한 조건은
나의 시간에 맞추어 할머니에게 가면 되는 줄 알았다.
그렇게 추억에 추억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싶었다.
일곱 살이었고, 열 살이 되고, 열세 살이 되고,
스물네 살을 지나 서른다섯 살이 되었을 때도.
내 시간의 속도와 같은 줄만 알았는데
할머니 시간에는 가속도가 붙는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두 달여 만에 할머니 시간은 20001212km/s 속도로
인간이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빨랐다.
그 빠른 속도에서도 마치
손녀가 잊지 않고 기억해 주길 바라시듯
내 생일 바로 전날 하늘나라로 떠나셨다.
이 세상에 태어나 아직까지도
내가 가장 좋아했던 사람
내가 가장 존경했던 사람
나의 할머니!
오늘 불현듯
할머니와의 추억이 떠오르며
사무치게 그립고 부르고 싶다.
2022년 9월 14일 서랍 속 이야기를 꺼내면서,
크리스마스 선물 한 번 드리지 못했던 손녀가 밉다.
(사진 출처 : Jinipa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