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살이
나는 도서관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뭐 대단하게 책을 좋아했다기보다는, 솔직히 말하면, 집에서는 집중을 잘 못 하기 때문에 도서관에 가기 시작한 거 같다. 그렇기에, 대만 살이에 수없이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대만 살이에서의 좋은 점을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도서관 가기"라고 말할 것이다.
대만에는 정말로 도서관이 많고 잘 되어 있다. 도서관 많은 곳에서 사는 것은 나의 기쁨이다.
타오위안공립도서관은 일단 외양 자체가 예술품이다. 내부는 더 환상적이다. 2018년에 착공하여 2022년 12월에 개관한 비교적 새로 지어진 건물이다. 친환경 뭐시기로 만들어졌고, 일단 자리에 앉으면 저절로 공부가 될 것 같은 청명함과 쾌적함을 갖추고 있다. 보드게임 하는 공간도 있고, 다양한 장서가 구비되어 있으며, 책을 한 달에 20권씩 빌려준다. 외국인에게 이게 무슨 소용인가 싶겠지만... 그렇지 않다. 이 도서관에는 한국책도 많다! 산 지 얼마 되지 않아 거의 새 책이다! 앱으로 검색해 보고 갈 수도 있고, 앱으로 예약도, 기한 연장도 가능하다. 나는 주로 한국어 키워드로 검색을 하거나 한국의 유명한 출판사로 검색한다.
타오위안공립도서관에 한 가지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데... 그것은 내가 살고 있는 타이베이의 집에서 멀다는 것이다. 대만에 와서 차를 사지 않았기 때문에 기차 타고 택시 타고 버스 타고 가는 수밖에 없다. 친절한 대만 지인이 태워줘야... 갈 수 있다. 그러나 정말 좋은 도서관이다.
그러나 실망은 이르다. 타이베이에 있는 도서관도 좋다.
일단 다안공원 근처의 공립도서관 본관에도 한국 책들이 꽤 있다. 좀 오래된 편이기는 하지만... 그리고 분관마다 책들이 있는데, 서로 분관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집 근처 도서관으로 대출을 신청하면 근처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수 있다. 사진으로 나열한 도서관에 다 가 보았는데, 도서관마다 특색이 있고, 시간을 보내기 참 좋다. 한국어 책이 별로 없더라도... 영어 책도 있고, 영어 잡지도 있고... 언젠가... 중국어를 하게 되면 중국어 책도 볼 수 있게 될지 모르겠다. 현재는... 아동용 중국어책도 독해가 안 되는 수준이므로... 어르신들이 책을 읽고 있고, 젊은이들은 공부를 하고 있다. 분위기가 정말 좋다. 단, 베이터우도서관은 서가 겸 열람실이 독특하고 아름다웠는데, 책상과 의자가 좀 불편했다. 여행객들이 많이 오가는 곳이라 그런지... 대충 있다가 나가라는 건가...
대만사범대 도서관도 좋다. 대학생이 된 듯한 기분으로 기초중국어를 공부한다. 뿌듯!
마지막으로, 중국어 수업 시간에 "나는 도서관에 가는 것을 좋아합니다(我喜歡去圖書館。Wǒ xǐhuān qù túshūguǎn.)"라고 말했다가 또 선생님의 지적을 들었다. '도서관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는 문장으로 성립이 안 된다는 것이다. 도서관에 가서 책을 보는 것을 좋아하거나(我喜歡去圖書館看書。) 도서관에 가서 공부하는 것을 좋아한다(我喜歡去圖書館學習。)고 해야지 어떻게 '도서관에 가는 것이 좋다'라는 개념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That's nothing, no meaning"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한국어로는 말이 되는데 중국어로는 말이 안 되나 봅니다.. 혹은 제가 말하려는 것을 제대로 된 문법으로 표현을 못 했나 보아요... (자꾸 Vo 뒤에 V가 와야 한다고 해서...) 문법이 문제가 아니라 내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그런 언어는 없다고 강력하게 주장해서... 한국은 고맥락 문화권에 속해서 생략과 함축이 발생해도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 중국(대만)은 저맥락 문화권이라서 그런가? 하고 보니 중국도 고맥락 문화권이 아닌가... 대만은 중국이랑 또 다른 건가? 아니 이건 중국어잖아... 앞으로도 공부가 필요할 것 같다.
아직도 이해는 잘 안 가지만, 그녀가 내가 제대로 된 문법으로 말할 수 있게 연습시키는 것이라고 치고... "나는 도서관에 가서 무엇인가를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我喜歡去圖書館做什麼。)". 이것도 틀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