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살이]
외국에서 거주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거주 허가이다. 대만에서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하거나 하면 Alien Resident Certificate (이하 ARC)라고 불리는 거류증을 받을 수 있고, 5년 이상 거주 하면 영구 거류증(APRC, Alien Permanent Resident Certificate, 永久居留證)을 신청할 수 있다고 한다. 남편은 회사에서 공작증(Working Permit Visa)을 받은 후 3년짜리 ARC를 받았고, 아이들도 3년짜리 동반 ARC를 받았다. ARC가 있으면 대만에 무제한으로 입출국할 수 있다. 은행에 계좌를 개설하거나 휴대폰을 개통하거나 할 때 ARC가 있으면 훨씬 수월하다.
나도 역시 여기에서 일을 하고 있으므로 동반 비자를 받는 대신, 내 공작증으로 ARC를 신청해서 살고 있다. 여러모로 편리한 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처음에는 1년짜리 공작증이 나왔는데 올해 여름을 앞두고는 2학기 교육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6개월짜리 공작증이 나왔다. 1년 혹은 6개월마다 ARC를 갱신하는 일은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신청을 하면 2주가량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그 시간을 고려해서 한국 방문 일정을 짜야할 뿐만 아니라 매번 신청하는 일도 번거롭다. 이 과정을 1년 혹은 6개월마다 반복해야 한다니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다. 그러던 중 다른 학교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선생님으로부터 취업 골드카드 제도를 소개받았다.
아래는 골드카드에 대한 웹사이트의 안내이다. (https://coa.immigration.gov.tw/coa-frontend/four-in-one/entry/golden-card#INFO)
Foreign special professionals who plan to work in Taiwan can apply to National Immigration Agency for 4-in-1 employment gold card which includes work permit, resident visa, Alien Resident Certificate and re-entry permit.
The Employment Gold Card is valid for 1-3 years.
Employment Gold Card holders who meet certain conditions may apply for an extension within 4 months before the expiration date of their card, for a maximum of 3 years each time.
Applicants may apply for an Employment Gold Card in the following fields: Science and Technology, Economy, Education, Culture and Arts, Sports, Finance, Law, Architectural Design, National Defense, and Digital.
즉, 자격이 되면 3년 동안의 취업 허가, 거주 비자, 거류증, 무제한 입국 허가의 혜택이 주어지는 강력한 카드인 것이다(공작증 없이, 즉 회사와의 계약서 없이
취업 허가를 내리는 것이다). 내 경우에는 세계 순위 Top 500 이내의 대학에서 취득한 박사학위가 지원 조건을 충족하였다. 사실 우여곡절이 없었던 것은 아닌데, 3년짜리 신청하느라 한국돈으로 15만 원 가까이 수수료가 들었고, 당장 ARC가 6개월 짜리라서 귀국 일정 짜는 데에 머리가 아팠던 데라 골드 카드 획득이 좀 간절했고, 드디어 수령하러 오라는 메일을 받았을 때에는 날아갈 듯이 기뻤다.
10월 중순이라 아직 30도 가까운 뜨거운 날씨라 버스를 타고 가는 길이 쉽지는 않았는데, 버스에 앉아 있다가 좀 나이 든 할아버지가 탑승하시자 앉으시라고 자리를 양보해 드리기도 하고, 돌아오는 길에는 시먼에 들러 한국의 명동과 비슷한 분위기를 느끼고 돌아오기도 했다. 이민서에서 걸어서 갔다!
사실 골드카드의 가장 큰 혜택은 세금 혜택이라고 한다. 연봉이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감면 50%의 혜택. 박봉인 나에게는 큰 의미가 없지만, 나름 우수 인재를 유치하고자 하는 대만 정부의 노력이 바탕이 되는 제도이기 때문에 골드카드 소지자를 위한 별도의 커뮤니티도 존재하고 다양한 워크숍, 파티 등이 진행되는 것 같으니 차차 참여해 보기로 한다.
외국 생활 1년이 지나니 이제 문화의 다름에서 오는 생경함은 더 이상 거슬리지 않고, 가끔은 여기가 대만인지 한국인지 헷갈릴 정도로 익숙해졌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스타벅스의 아메리카노 맛은 한국과 똑같고, 중국어 말소리도 그냥 배경음처럼 익숙하다.
나에게 쥐약인 덥고 습한 여름이 지나가고 있는 현시점, 외국 생활의 의미를 찾고 싶다. 다른 것에서.. 그리고 또 익숙함에서 내가 얻을 수 있는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제 즐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