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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위 Sep 23. 2021

도매 사장님이 쿠*에 판매를 시작하셨데!

판매채널의 접근성 확대로 인한 도매와 소매의 무너지는 경계

'깨톡'

응? 누구지? 엇 이 사장님이 웬일로 연락을 하셨지?

오랜만에 연락을 주신 분은 거래를 하고 있는 아동신발 도매 사장님이셨다. 한동안 소식이 없다가 온 연락이라 너무 의외였고, 고맙기도 했다. 이분은 주로 오프라인 매장에서 도매 판매로 몇십 년 승승장구하셨고, 온라인은 자사몰에서 주로 판매를 하고 계셨다. 


사장님은 근래 코로나로 너무 힘들다는 근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쿠O에서 판매를 시작했다며, 여기서 탈출구를 찾아보려고 한다 하셨다. 나 또한 다양한 판매채널을 만들려고 한다고, 서로 파이팅하자며 인사를 끝냈다. 

그나저나, 쿠O 이라고? 나도 사장님의 물건을 여기서 팔고 있는데?

한 번 잘 팔아보자고 광고까지 돌리고 있는데?

그럼 나보다 싸게 파시려나? 그러겠지? 본인 제품인데? 그럼 도매는 왜 하시는 거야???!!

갑자기 위기감이 몰려왔다. 가끔 창업 강의를 나가면 다양한 판매채널과 소비자와의 접근성이 좋아져서 창업하기 참 좋은 시대라고 말하곤 했다. 그런데 그게 모든 사람에게도 그런 것이다. 그러니깐 도매 사장님도 이제는 소비자에게 직접 접근하기 차~~~ 암 좋아진 세상이란 말이다. 도매 생산자가 소비자와의 접근이 어려워 다양한 소매업체와의 거래만이 살길이었던 시대는 갔다는 말이다. 


이런 일도 있었다. 나름 쿠O에 올려 잘 팔리는 상품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제품이 다른 판매자에 의해 너무 싸게 팔리고 있었고, 나는 가격경쟁력에서 밀려버렸다. 그래... 다른 판매자도 있을 수 있지 했는데, 판매처를 자세히 보니 물건을 납품주는 도매업체였다. 아... 뭔가 화는 나는데, 화는 낼 수 없었다. 내가 이 최저가에 맞추자니 납품가와 다를 게 없었다. 그러면 장사는 왜 한단 말인가?! 현타가 왔었다. 


판매 플랫폼이 활성화되면서 플랫폼 회사는 다양한 유통업자를 원하게 되었고, 소비자의 서비스를 위해 최저가를 외쳐오고 있는 상황이다. 인별그램에만 들어가 봐도 쿠O에서 일반인에게 판매를 독려하며, '너도 할 수 있어'를 열심히 보여주는 광고를 심심치 않게 접한다. 실제로 다양한 사람들이 제2의 수입을 꿈꾸며 온라인 판매에 들어오고 있으며, 특히 생산자 혹은 도매업체는 더욱 좋은 조건에 놓여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도매, 소매 구분 없이 경계는 계속 허물어질 것이며, 말 그대로 우리는 조건 상관없이 출혈 경쟁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도매 사장님도 매출 확대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을 무어라 할 수도 없다. 그래서 더욱 다른 업체의 물건을 판매하는 것이 앞으로의 미래일까라는 물음이 들었다. 이 상황에서도 플랫폼 안에서는 날아다니는 사람들이 있겠지...! 내가 과연 될 수 있을까? 이런 위기감을 느끼지 않으면서 안정적인 수입 창출은 무엇이 될련지, 적어도 누군가의 최저가에 머리와 마음이 아파오는 상황을 맞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라는 생각이 드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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