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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ㅎㅇ Jun 01. 2022

고양이 덕질이 쏘아 올린 작은 공


나는 태어나서 한 번도 덕질을 해본 적이 없다. 뭔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유지하는 기간은 짧았다. 그런 내가 37살이 돼 고양이 덕질을 하고 있다. 반려묘인 호야의 사진을 틈틈이 볼뿐만 아니라, 아니라 소셜미디어나 커뮤니티 상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고양이들을 찾아본다. 덕질은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확장해준다는 걸 깨닫는다. 


  가장 크게 배운 점은 언어만이 소통의 수단이 아니라는 점이다. 학창 시절에 좋아했던 만화가 이시영 작가의 필 소 굿에서 여자 주인공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라는 초코파이 CM을 들을 적마다 눈물 콧물 바지 적삼까지 젖을 것처럼 울었는데, 딱 이런 마음 일 것 같다. 나는 눈빛과 목소리 톤을 신경 쓰며 호야에게 "예쁘다, 사랑한다"라는 말을 매일 한다. 내가 말을 할 때 호야는 고롱고롱하며 행복하게 나와 눈을 맞춘다. 내 말의 의미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서로 눈을 맞추며 같은 마음을 나누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언어로 마음의 상태를 정리하는 데 집착하는 나이지만, 요즘 수어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손짓, 눈빛을 소통의 도구로 써도 충분히 마음이 전해지니, 다른 소통의 방식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소통의 방식보다 더 빠르게 관심 갖고, 실제로 몸소 실천도 하고 있는 부분은 식품 소비에 있어서다. 되도록 동물복지 계란을 소비하려 노력하고, 특별한 날이 아닌 이상 내 돈 주고 붉은 고기는 사지 않으려 한다. 닭가슴살 끊기는 아직 어렵지만, 닭가슴살도 되도록 동물복지 마크가 있는 제품을 구매하려 한다. 

 

  나에게 고양이 덕질을 하면서 반성도 많이 하게 됐다. 내가 앞만 보고 내달리는 동안 내 아래에는 얼마나 많은 길고양이가 있었는지, 검토한다는 의미로 관용적으로 쓰는 '자 한번 보자'라는 말이 눈이 보이지 않는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었는지, 얼마나 많은 동물이 인간에 의해 잔인하게 도축되고 있는지 나는 고양이 덕질을 통해 비로소 알게 됐다. 


"고롱고롱, 냐~" 하며 나를 졸졸 따라다니는 우리 집 야옹이가 나에게 준 변화를 보며 쟈근 칭구의 힘이 대단함을 느낀다. 그래, 고양이가 최고다. 하루빨리 이 쟈근 친구들이 애완동물이나 재산으로 취급되지 않고 인간과 동등한 권리가 있는 생명체로 인정받았으면 한다. 


그리고 막간을 통해 자랑하는 나의 쟈근 친구 호야

묘생 10개월 차 4kg 돌파, 에어컨 배관 타는 상여자로 무럭무럭 성장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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