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가기 전 마음가짐
- 6월 18일, 오후 1시
20년 2월에 후쿠오카 여행을 다녀온 지 2년 반 만에 떠나는 여행이다. 그 전 여행은 그저 아이폰으로 찍고, 인스타그램 스토리 정도로 기록했는데, 이번 여행은 유독 기록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반려 동물과 함께 살고 떠나는 첫 여행이라는 점, 반려인과 반려동물을 남겨두고 혼자 떠나는 여행이라는 점과 올해 초 번아웃과 불안과 우울을 치료하는 중에 결정한 여행이라는 점, 위드 코로나라지만 코로나 확산이 심각한 상황에서 감염 전 떠나는 감염 가능성을 갖고 떠난 불안한 여행이라는 점이 이 여행을 특별하게 만들고 있다. 떠나기 3주 전인 지금, 여행 여정과 숙소 예약을 끝냈다. 나는 방콕에 도착하자마자 치앙마이로 갈 예정이고, 그곳에서 5일 있다가 방콕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아직 시기가 시기인지라 여행객이 많지 않다 보니, 여느 때보다 숙박비가 저렴하다. 박 당 약 3만 원 선의 호텔을 예약했다. 여행할 동안에는 카카오톡을 되도록 보지 않을 예정이다. 2년 반 동안 한 번도 일과 단절된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완벽히 일을 떼어내 볼 작정이다. 되도록 운동도 안 할 예정이다.
그동안 내 불안과 강박은 운동과 일을 통해 드러나고 있었다. 이 두 가지를 통해 나는 끊임없이 아직 닥치지도 않을 일을 시뮬레이션했다. 이곳, 서울에서 ‘-한다면 어떡하지’ 안에 갇혀 있는 나는 이 망할 어떡하지 회로를 끊기 위해 항우울제와 상담의 도움받고 있다. 공간이 이동한다면, 내가 좀 더 유유자적, 다른 공기로 숨 쉬고, 다른 냄새를 맡고, 지금보다 천천히 걷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는 이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아무것도 하지 않는 행위 자체가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곳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므로.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야’라는 게 불가능해 돈을 써가며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한 곳을 가다니.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되는 건데.
왜 그냥이 안 되는 걸까? 아무것도 안 하기 위해 나는 명상 프로그램, 여행과 그 외 많은 방법들을 시도한다. 시도하는 것 자체가 뭔가 하는 건데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는 말 자체가 참 아이러니하네.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스스로를 돌보시고, 적당히 하세요"
귀가 따갑도록 듣는 이 말들은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체화되지 않는다. 내가 할 수 없는 행위로 들린다. 노력을 해야 이룰 수 있는 행위인 것 같다. 나는 불안과 우울한 시기가 잘 지나가길 바라며, 이것저것 해 나가고 있다. 여기에 명확한 목적을 두려 한다면, 또 허둥대며 나는 왜 이러는지 자학에 빠질 게 뻔하니, 일단 이것저것 해 나가고 있다.로 마무리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