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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ㅎㅇ Dec 08. 2022

눈물 버튼 고장남

나라는 인간이 이렇게 눈물이 많은 사람인지 느끼는 요즘이다. 회사에 앉아있다가도 울고, 길을 걷다가도, 침대에 누워있다가도 운다. 고양이로 인해 어린 시절의 슬픈 기억이 떠오른  나는  눈물 버튼의 존재를 발견했고, 발견하자마자 고장 나 있었다. 가족 장례식에도, 친한 친구 부모님의 부고에도 어찌할  못했던,  감정이 뭔지, 이걸 어떻게 사람들한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상담 선생님한테 토로하던 내가 말이다.

나는 집에서 틈나는 대로 집에서 플랭크나 팔 굽혀 펴기를 하는데, 어느 때부턴가 호야가 운동을  때마다   안으로 들어와 숨는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나는 운동을 해야 하는데, 호야는  몸을 숨숨집인 양 쓰는 기이한 상황...! 호야의 엉뚱한 모습에 웃다가 갑자기 어린 시절 내가 엄마의 품에 들어갔던 기억이 났다. 그때 엄마는 어떤 일로 인해 테이블 같은 깊숙한 곳에 숨어 웅크려 울고 있었다. 초등학생도  안됐던 나는 울고 있는 엄마의 품을 비집고 들어갔다. 같이 울었다. 최근까지도 나는 그때 엄마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는 무력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어서 엄마가 밉기도 했다. 내가 비집고 들어가기만 했지, 먼저 나를 깊게 포옹해   없는 엄마를.

그런데 보다 10분의 1밖에 안 되는 작은 생명체가 나한테 먼저 내 품 안에 쏙 안겼다. 나는 포옹이 주는 따뜻한 감촉을 느끼고, 마음이 야들야들해지고, 처음 느껴보는 사랑의 감정이 생겼다. 사랑의 감정을 말로만 전달받긴 한계가 있다. 아니, 사랑은 촉감으로만 전달된. 확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나는 호야와 나의 반려인의 포옹을 통해 위로받고, 새로운 사랑으로 재양육 되고 는 듯하다. 엄마를 향한 미움도 많이 줄어들었다. 엄마도 나를 사랑했을 거다. 그녀 나름의 최선의 방법으로 말이다.

최근에 용기를 내 반려인과 친구들에게 이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말로, 글로 이 이야기를 전할 때마다  눈물 버튼은 고장이 난다. 지금 큰맘 먹고 시킨 2만 3천 원짜리 비싼 샌드위치 앞에서도 글을 쓰며 울고 앉았다. 그런데 울고 나서 후련해지고, 용서의 깊이가 깊어진다. 나는 지금 매우 슬퍼하고 있고, 용서하고 있고, 사랑받고 있다. 내가 어디론가 미움에 함몰되지 않고, 어디론가 나아가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온몸이 깊이 느낀다. 당분간은 고장 난 채로 있으련다.

점심시간이 거의 끝나가는데. 우느라 샌드위치는 반도 못 먹었다. 제길. 아까우니까 싸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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