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ㅎㅇ Dec 18. 2022

나에겐 특별한 보통의 것들_샌드위치 첫번째 이야기

 아이폰의 샌드위치 사진첩, 그리고 2년만에 친구와 재회

몇 년 전 오랜 친구와 연락을 끊었다. 친구에게 실망을 한 내가 일방적으로 만남을 피했고, 약 2년 간 연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동갑내기에 취향과 성격이 나와 비슷했고, 여행 메이트이기도 했던 친구였기에 잊는 게 쉽지 않았다. 내 꿈에 나오는 단골 주인공이기도 했다. 


당시 나는 친구에 대한 섭섭함을 말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회피하고 나에게도 실망했다. 나는 갈등을 마주하고 서로의 진심을 직면하는 게 무서웠다. 갈등을 직면하는 건 여전히 내가 두려워하는 부분이고 가급적 피하고 싶은 일이다. 그런데 약 일 년간 우울과 불안으로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나는 갈등을 직면하는 상황은 언제든 일어날 수밖에 없고, 직면해야 내 상처도 돌볼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내 인생의 소중한 관계에 한해서 말이다. 


이런 생각을 할 즈음 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 샌드위치에 관한 글을 브런치에 연재하려고 준비 중에 있었다. 우선 내가 찍은 샌드위치 사진들을 검색했다. 아이폰에 있는 사진첩에 ‘샌드위치’를 검색하는 순간 내 눈에 들어온 건 내가 연락을 끊은 친구였다. 나는 대부분의 샌드위치 가게를 이 친구랑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십 수년 전부터 샌드위치를 좋아하는 나를 위해 새로운 샌드위치 맛집을 열심히 가주었던 내 친구. 그리고 그때 갔었던 대다수의 샌드위치가 지금은 폐업하고 내 사진첩 속에만 있는 사실이 더욱더 친구를 보고 싶게 했다.

 

고민 끝에 며칠 전에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친구는 내 메시지를 기다렸다고, 미안했고 네가 괜찮을 때 만나자고 답해 주었다. 나는 즉시 만나자고 했고, 우리는 2년 만에 다시 만났다. 오랜만에 봤음에도 다른 사람에겐 할 수 없었던, 하지 않았던 이야기가 쏟아졌다. 나는 대화를 주도하는 편도, 대화를 오래하는 편도 아닌데, 친구와 대화를 하면서 내 마음 답답한 구석이 뚫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앞으로 내 친구와 다시 잘 지내볼 생각이다. 샌드위치를 계기로 만나게 된 나와 친구는 하지만,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관계를 이어나갈 것 같다. 나는 이제 나의 불편함과 서운함이 있으면 친구에게 말하려고 한다. 잘 될지 모르겠지만, 나의 감정을, 그리고 상대방을 향한 나의 감정에 솔직해 지려 한다. 물론 그 앞엔 샌드위치가 놓일 날이 많겠지.


작가의 이전글 눈물 버튼 고장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