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행부터 해외로 여행을 가서 책을 읽고 쓰는 것에 몰입하는 패턴이 생겼다. 여행지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읽고 쓰는 데 쓴다. 이 패턴에 익숙해지니, 계속 항공권만 찾아보게 된다. 새로운 무언가를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다. 글 쓸 만한 곳을 찾아본다. 그리고 도대체 글쓰기란 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다다른다. 돈을 벌어주는 것도 아니고, 누구도 읽어주지 않는데, 나는 왜 글쓰기를 할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한 가지는 글쓰기 하는 동안 나는 자유로워진다. 내가 하는 모든 일과 상반되게 글을 쓸 때는 하나의 단초만 잡으면 쭉쭉 써 내려간다. 일단 써 내려가면서 방향을 설정한다. 내가 처음에 짐작할 때와 글의 결과물이 다른 경우를 숱하게 발견한다. 이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쓰다 보니 다른 틈이 발견 됐고, 새로운 길이 있었다.
글쓰기의 양 극단에 내 업이 있다. 광고기획자를 업으로 하고 있는 나는 클라이언트의 계획과 목표에 맞춰 그에 맞는 아이디어와 방향을 설정하는 일을 한다. 이 일은 초반 방향 설정이 중요하고, 이것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좋지 않은 결과를 낳는다. 물론 그 안에서 계획된 일만 있는 건 아니다. 예상치 못한 일도 발생한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계획을 잘 수립하는 게 내 업의 본질이다.
일상에서는 출근 전 커피숍에서 글을 쓴다. 출근하기 전 커피숍에서 하는 30분의 계획 없는 여행 같은 일. 계획 없는 글쓰기를 하며 자유를 얻는다. 이 과정을 균형 감각을 키워간다. 운동을 통해서도 일과 글쓰기 사이가 주는 균형 감각을 익힌다. 나는 숨 막히게 뛰기 위해 틈만 나면 달리고, 숨을 깊게 쉬게 틈만 나면 요가원에 간다. 이 두 개가 모두 소중하고, 모두 필요하다.
지난 몇 해를 앞 만 보고 달렸다. 숨이 쉬어지지 않았고 불안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요가를 하고, 글을 쓰며 내가 앞만 보고 달리는 사람일을 알게 되고, 이제 앞만 보고 달리지만은 않을 거란 다짐을 한다. 잠깐 멈추고 숨을 고를 것이다. 한 끝 점에만 있다가 다치는 일을 너무 많이 겪었으므로, 그렇겐 되지 않으려 한다.
곧 마흔 인 이 시점에 균형 잡기를 배운다. 내가 나를 제어하는 법을 배우며 나는 자유로워진다. 마음이 조금 가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