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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ㅎㅇ Dec 15. 2023

잘 먹고, 잘 자기

요즘 내 일상의 테마는 잘 먹고, 잘 자기다. 이것들이 내 일상의 테마가 된 이유는 최근에 웨이트 트레이닝 PT를 다시 하면서 내가 잘 먹지 않고, 그래서 잘 못자고 잘 싸지 못하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의 주식은 빵과 과자인데,  끼니로 샌드위치를 먹고 3~4시만 되면 배가 고파쳐 군것질을 하기 일쑤였다. 에너지를 내지 못하고 빨리 소화가 되는 음식을 먹고 다시 pt를 시작하려니 스쿼트 10개도 하기 힘들었다. 쉽게 지쳤고, 평균 심박수가 분 당 150을 넘어갔다. 


"제대로 먹지 않으면 운동 효율이 떨어져요. 그래서 에너지를 제대로 쓰지 못하고, 살도 빼기 힘들거에요. 지금은 오히려 많이 먹어야해요. 많이 먹고 에너지를 채워서 와서 제대로 운동하면 기초 대사량이 높아지고, 운동 효율이 높아지는 식이를 하게 되면 살도 빠지게 될 겁니다. 일단 지금은 살이 찌더라도 먹어요. 밥을 먹고, 간식이 땡기면 떡을 먹어요." 

 

PT 선생님의 조언을 듣고 매 끼니마다 밥과 반찬을 골고루 먹었다. 확실히 밥을 두둑히 먹는 날에 군것질 하는 횟수가 줄었고, 운동 효율도 높아졌다. 


"콜라 대신, 사이다를 드시고 커피를 세 잔에서 두 잔으로 줄이는 대신 따뜻한 차를 마셔봐요." 


수면제를 먹은지 꽤 된 나에게 카페인이 들어간 음료를 줄이라는 조언 또한 해주셨다. 


이 당연한 얘기를 글로 쓰는 이유는 누군가 나에게 잠과 식습관에 관해 물어보기 전에 내가 얼마나 못 자고, 못 먹고 있었는지 인지조차 못했기 때문이다. 정기적으로 회사를 출근하고, 주말에도 일찍 일어나며, 퇴근하고 고양이를 케어하고, 30분씩 러닝을 하는 나는 누구보다 성실한 사람이라 생각했지만 계속 조금씩 살이 찌고, 잠은 왜 못 자는 지 의문이었다. 매일 콜라 2캔, 커피 3잔을 마시고 빵과 과자로 끼니를 채우는 건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잘 먹고, 잘 자고 그 다음이 운동이 되어야 하건만, 운동만 냅다 하고 못 먹고 못 자는 상태로 20대와 30대 초는 어찌저찌 버텼다. 그런데 최근데 면역력 질환인 한포진이 왔고, 변비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고, 작년에 입은 파자마를 다시 입으니 등이 묘하게 쫑기는 느낌이 들었다. 


"늙는 게 싫어요. 늙는게 진짜 무서워요. 늙으면 살이 찌잖아요. 저는 그게 너무 무서워서, 아줌마란 소리를 들을까봐 언젠가부터 남자 옷을 주로 사기 시작했어요." 


최근에 정신과 상담을 하면서 두려움에 관한 얘기를 하게 되다가 나도 모르게 불쑥한 말이다. 내가 두려워하는 많은 부분이 살과 관련돼 있었다. 그리고 이 두려움은 내가 상상한 것 이상으로 크게 자리 잡고 있었다. 다시 말하지만, 매일 콜라 2캔, 커피 3잔에 빵과 과자를 주식으로 하는 게 살찌는 걸 유발하는 큰 요인임은 생각하지 않은 채 말이다. 


그런데 이젠 받아들여야 한다. 나는 나이를 먹을수록 기초대사량은 점점 떨어져 내가 가장 극혐하는 살이 쉽게 찌는 체형이 될 것이고,  내가 수 년간 망가트렸던 식습관을 고쳐야 한다는 걸. 이렇게 30년을 40년을 더 살아야한다니.이 사실이 가끔 아득하게 느껴져 나를 힘들게 하지만, 별 수 있나? 받아들일 수밖에.


오늘은 아침에 여유가 있어서 몇 년만에 아침 밥을 챙겨 먹었다. 챙겨먹어서 건강한 기분이냐고? 전혀! 오후 1시가 지나도록 배가 더부룩하다. 하지만, 에너지를 잘 쓸 수 있는 몸을 만들도록 현미밥을 먹고, 반찬을 골고루 먹어보는 거다. 마흔을 바라보는데, 아이가 되어 밥 먹는 법을 다시 배우는 것처럼. 어휴 12월 고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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