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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기 저기 Oct 05. 2021

제주는 선물이다 5-  나흘 같은 사흘, 그리고 팬데믹

따듯한 날씨에 동백꽃이 만발했다 (2020. 1. 2)


DAY 1/3


대한항공

오랜만에 제주행 우리의 날개 대한항공 탑승한다. 젠장 우리의 날개는 무슨... 회장 가족 하는 짓들 보면... 태극마크 확~ 떼야된다는 생각이지만, 열심히 일하는 임직원들을 생각해서 마음을 달랜다. 애니웨이, 나는 마일리지 적립해서 이득이다. 국내선 서비스는 엉망이다. 출발은 한참 딜레이고, 뒷좌석에서는 기름 냄새가 왜 그리 나던지… 참 별로다. 저가항공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어쩐지 싸다 했다..

잘 좀 합시다. 조스 패밀리


제주평화렌트카 again & again

언제나 그랬듯이 이곳을 들러 맡겨 놓은 내 차 받아 타듯이 흰색 쏘나타를 몰고 제주를 누빈다.


유빈 전복

제주 시내 탑동 라마다호텔 앞 전복요리 3인방 중 가운데 집. 오래된 타일 건물에 포스가 좔좔 흐른다. 전복돌솥밥, 전복뚝배기, 성게 미역국 주문한다. 밑반찬도 맛있고, 음식 맛이 좋다. 나이스!

올 어바웃 전복! 제주에 오면 전복은 만나 봐야지


삼복당 again

이제 제주에 착륙하면 허겁지겁 찾는 곳이 생겼다. 바로 이곳 삼복당! 역시 예술 멜론빵은 압권이다! 단팥빵도 나이스! 가게를 나서자마자 횡단보도 신호 대기하면서 게눈 감추듯 빵 하나를 후다닥 해치운다. 500원이 이렇게 사람을 행복하게 해 준다. 진짜 맛있다! 할머니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어찌 그리 정겨운지...수북한 멜론빵을 보는 것 만으로도 행복하다


카페 델문도

옥빛 함덕해수욕장에 있는 뷰 깡패 카페인데, 자리가 자리인지라 거의 관광포인트 명소다. 바다를 보려면 덤으로 사람도 많이 봐야 한다. 카페인지 기업인지 규모가 장난 아니다. 연신 넓은 주차장으로 차들이 들어온다. 잠실야구장 같은 느낌이다. 맛은 난 별로고 자리 값이 8할이다.

흐리면 흐린대로 비치 빛 바다는 설렌다


제주도 기념품 가게

함덕해수욕장과 제주 시내에 있는 제주 관련 소품샵들이 있다. 이쁜 것들 많이 있다. 가게마다 겹치는 아이템들도 많고, 독자 아이템들도 조금은 있다. 요새 우리 젊은이들 디자인 참 잘한다. 어디 가나 천편일률적 디자인인 건 좀 아쉽지만 그래도 이 정도 발전이 어딘가? 가격은 아무래도 조금 높은 편이다. 해녀 배지 하나 B로부터 득템 후 가방에 부착했다.


더 아일랜더 / 에브리바디 빈티지

제주시 빈티지 옷 매장. 카페 2층에 있는데, 남자 옷만 판단다. 헐. 세컨핸드 빈티지는 남자의 것인가. 온통 서양애들 무거운 옷 느낌이다. 체크 패턴에 모직. 그 느낌 알 거다. 와중에 B는 쟘바 하나 득템 한다. 역시 매의 눈 B. 그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성공적인 찰나적 충동구매를 축하한다.

(좌) 더 아일랜더 소품샵, (우) 에브리바디 빈티지


더 스푼 again

오랜만에 재방문한 제주의 애 양식당. 문어 샐러드, 어란 파스타, 치킨 리소토, 프렌치프라이를 주문한다. 식전주 스파클링 와인이 상당히 맛있다. 운전 때문에 맛만 보는 것이 아쉽다. 손님이 꽤나 붐빈다. 제주 데이트 명소인 듯 커플이 많네. 맛있고, 분위기 좋으니 당연하겠지? 여기서도 홀수 손님 테이블은 우리뿐이다. 신나는 식사! 재미있는 것은 어디선가 카페도 운영하고 있어 이 레스토랑에는 커피가 없다. 살짝 당황스럽다. 굳이?…

역시 맛도 분위기도 최고의 제주시 양식당


DAY 2/3


서귀포 칼호텔

우리 겨울 제주 여행 공식 지정 호텔이다. 춥다 보니 굳이 수영장 사용할 일이 없는 것이 이유다. 그래서 겨울은 서귀포 칼호텔, 여름엔 중문단지 이런 패턴으로 숙소를 잡는다.  그러고 보니, 숙소는 항상 서귀포시다. 아무래도 제주시보다는 호젓한 한가로움이 있어서 그런가 보다. 이곳은 만족스러운 바다 뷰와 서귀포시내에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새로 생긴 호텔들도 많다 보니 오래된 이 호텔의 가성비는 점점 올라간다. 땡큐다.

겨울인데도 별로 겨울향이 나지 않는 제주. 한겨울에도 초록을 볼 수 있어 좋다


하찌 again and again

항상 만족스러운 단골 초밥집. 이번엔 밥에 조미를 해서 색도 짙어지고 맛이 가미되었다. 이 레시피는 사장님 비법이라 스태프인 미남 초밥남에게도 안 가르쳐 주신단다. 굳이 간장을 안 찍어도 되고 좋다. 오랜만에 4팀 오마카세 식사 테이블이 꽉 찾다. 사장 셰프님 기분이 업!. 사모님이 우리 서울 집으로 귤을 보내 주신단다. 감사합니다. 더불어 가격도 살짝 상승했네. 3인 런치 19만 원. 조금 부담이?…


리틀포레스트

하찌에서 서귀포 가는 길 중간 마을 안에 있는 빈티지 샵과 카페를 겸하는 곳이다. 요즘 제주에는 이런 곳들이 참 많다. 돈벌이가 되려나? 꼰대의 오지랖 걱정이 시작된다. 좌우지간 나이 들면 걱정이 많아진다. 너나 잘하세요.


플레이웍스 x제주

리틀 포레스트 주인장 언니가 소개해 준 근처 일러스트 작가 샵이다. 태국 치앙마이에 있는 플레이웍스라는 작가 샵의 제주 팀인 듯하다. 태국 작가가 그린 제주의 모습이 이국적이다. 역시 내셔널리티는 예술적 감수성의 본질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대부분 치앙마이 샵 제품들이고, 제주 아이템들이 조금 있다. 그래픽 디자이너에게 아주 매력적인 곳이다. 학생들 데리고 같이 오면 좋겠는데, 너무 멀다.

은근 태국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타일의 느낌이 그렇다


카멜리아 힐

지난겨울 꽃 보러 왔다가 바람이 너무 불어 포기하고 철수했던 곳이다. 이번에는 날씨가 좋아 방문한다. 입장료는 8천 원. 동백꽃 축제 중인데, 최근 드라마 ‘동백이’ 히트 덕에 사람들이 많다. 세계 각국의 동백꽃 나무들이 많이 있다. 한겨울에 붉은 꽃을 보니 좋네 좋아. 규모가 꽤 크고 잘해놓았다. 사인 디자인 등 정보디자인도 아주 수준급이다. 4시가 넘어가니 바람이 갑자기 거세진다. 놀라서 후다닥 철수한다.

이쁜 동백이들


사계생활

안덕면 사계리에 있는 자칭 ‘로컬 여행 콘텐츠 저장소’. 제주 매거진을 만드는 콘텐츠 회사에서 운영 중이다. 예전 농협은행 건물이 복합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샵+카페+전시공간. 슬로건에서 주장하듯 제주뿐만이 아니라 충주, 서울 연남동, 성수동 등 지역 로컬 콘텐츠에 대한 출판물들이 있다. 나도 아주 관심 있는 분야인데, 이리 열심히 하고 있는 친구들이 있다니... 나의 게으름에 잠시 힘이 빠진다. 역시 학생들하고 한번 오고 싶은 공간이다. 왜 이리 모두 제주에 있는 건가. 안타깝다.


신우가촌

블루리본에서 찾은 서귀포에 있는 흑돼지 고깃집. 블로그를 찾아보니 지역민들 식당이라고... 제주 월드컵경기장 밑 바닷가 마을에 있다. 앗, 여기는 관광객들이 드문 동네다. 느낌이 좋다. 결론은 대성공! 대발견이다. 최근 인상적인 흑돼지고기 식당을 찾지 못하던 터에 드디어 원톱 고깃집이 생겼다. 동치미 등 밑반찬은 시골맛 그대로 맛나다. 고기는 두툼한 생고기로 부드럽고 맛있다. 그래서인지, 손님들이 거의 지역주민분들이다. 어떻게 아냐고? 주차장 보면 안다. 주차장에 차들도 렌터카가 없고 지역민들 차다. 앞으로 흑돼지고기는 여기다! 야호. 이럴 때면 생각나는 학창 시절 어머니 말씀이 있다 ‘공부를 쫌 그렇게 해라’.


서홍정원 again and again

저녁 디저트 원톱으로 자리 잡은 카페. 겨울이지만 날씨가 덜 추운 덕에 밖에서 먹는 만용 행위를 자행한다. 역시 분위기가 깡패다. 늦은 저녁시간이고 후미진 곳인데도 커플들이 꾸역꾸역 찾아온다. 케이크와 커피, 핫초코 모두 맛이 좋다. 역시 서홍정원이다.


DAY 3/3


공천포식당 again and again

공식 지정 조식 담당이 되어버린 식당이다. 전복죽과 물회를 먹으러 온다. 한적한 바닷가 마을에 조용하게 분주한 식당이다. 위치나 메뉴 구성 등을 볼 때 가장 ‘제주스러운’ 식당이다. 여기 와서 아침을 먹고 있다가 보면, 제주 주민이 된 듯한 착각이 살짝들 정도다. 올 때마다 제주 최고의 식당임을 느낀다.


더심플

서귀포 혁신 신도시 내 자그마한 프랑스 디저트 베이커리. 휘낭시에, 마카롱, 크루아상 등 프랑스풍 빵들만 만드는 곳이다. 대한민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호젓한 신도시 지역에 있는데 분위기나 위치로 볼 때 맛으로 승부하겠다는 느낌이 강하다. 테이블은 서너 개 정도이고 맛은 좋다. 제주도에서 ‘구운’ 빵은 원톱이 될 듯하다. 일행들이 주인아주머니가 얌전하시다고 칭찬한다.


에브리바디 빈티지/레이어드

이상 기후다. 여기저기 반팔 차림 젊은이들이 보인다. 헐… 겨울 맞나? 제주 날씨가 너무 따듯해서 B의 갈아입을 얇은 옷 사러 들렀다. 그제 들른 제주시와 같은 곳의 서귀포점이다. 그러나 정작 구매는 바로 옆 다른 빈티지샵에서 했다. 아니 1월 초순에 제주에는 꽃이 만발하고 반팔티셔츠 입고 다니고 왜 이러는 건가!


해난디아장

이번 제주행은 살짝 구성을 바꾸어보았다. 그동안은 3박 4일이 기본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2박 3일로 1박을 줄이고 떠나는 날 비행기를 저녁 늦게 잡아 저녁까지 모두 먹고 가기로 했다. 그래 봐야 한두 끼 덜 먹는 건데 그 정도는 사흘 동안 열심히 먹으면 커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계획이었다. 떠나는 날이니 맘껏 제주바다를 눈과 마음에 담기 위해 뷰 좋은 카페를 찾아다니다 발견하고 들어 왔다.


제주에서 눈이 시원해지는 바닷가 드라이브 길 1위가 구좌읍에 있는 해안도로이다. 제주도의 서편 애월 쪽 드라이브 코스도 유명하고 좋지만, 나는 이 코스를 제일 좋아한다. 성산 일출봉에서부터 서쪽으로 제주시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정말 멋지다. 중간에 만나는 세화해수욕장, 김녕해수욕장의 비치빛 바다 색은 하와이 바닷가와 견주어 빠질 게 없다. 검은 현무암이 주는 대비 때문에 유난히 제주 바다는 더 선명하다.

아! 제주 바다. 구좌의 바다는 동해안처럼 검푸르고 웅장하다


덕인당

저녁 식사차 공항 근처 식당으로 이동하는 길에 들른 조천읍에 있는 그 유명한 보리빵 집. 말이 필요 없을 만큼 유명하고 맛있다. 2016년 제주 한 달 살이 시절 조천읍에 머무를 때 아침식사로 애용하던 집이다. 추리닝에 쓰레빠 끌고 부스스 걸어 나와 먹던 보리빵은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 전국에 전화주문 택배도 한다. 팥이 들어있는 쑥빵과 거친 보리빵이 시그니처인데 하나는 디저트로 하나는 식사대용으로 좋다.


물항식당 again and again

원래는 탑동 제주항 근처 ‘산지물’이라는 식당을 찾아간 것인데 이곳이 신축 공사로 6월까지 쉰단다. 해서 꿩 대신 닭 한 것이 근처 만만한 물항 식당이다. 부드러운 고등어구이에 또다시 감동하며 이번 겨울 제주행의 대미를 장식한다.

위치가 예술이다. 항구 바로 앞. 눈도 해산물을 먹는 곳


콤플렉스

비행기 타기 전 자투리 시간에 디저트 카페 테이크 아웃. 입안 생선 비린내 제거용 커피가 절실하다. 멀지 않은 구도심에 카페인데 자리도 좁고 해서 테이크 아웃이 답이다. 아까 더심플에서 사놓은 휘낭시에와 함께 차에서 디저트를 흡입한다.


렌터카 반납/제주공항

이번 겨울 제주행은 2박 3일 타이트한 일정이었다. 한 끼라도 더 먹겠다는 헝그리 정신으로 알차게 다녔다. 나쁘지 않은 제주 풀 2박 3일이다. 먹고 노는 것도 이리 전투적으로 해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지만, 느슨한 3박 4일을 대체할 좋은 대안을 발견했다. 아듀 2019 겨울 제주... 언제 와도 좋은 곳. 제주공항에서 기다리는 동안 손바닥 생체인식 등록하는 곳이 있어서 노니 뭐하나 싶어 줄 서서 등록했다. 이제 국내선은 신분증 없이 손바닥만 대면 공항 입장이 가능하다. 땡큐 빅 부라더!


아뿔싸! 그런데 이렇게 편하게 나들 수 있게 해 놓고 말입니다


COVID-19 팬데믹이…

이 사흘간 전투적인 인텐시브 먹방 제주 여행을 마지막으로 아직 2년 가까이 제주 땅을 밟지 못하고 있다. 여행기를 정리하다 보니 마치 제주에 와 있는 느낌이 든다.


가고 싶다. 제주. 다들 그대로 잘 계실까? 코로나로 너무 힘들지는 않으셨을까. 해외여행이 닫혀 오히려 제주는 호황이라고 하던데, 괜찮겠지? 붐벼져서 멋없어 젔을라나… 와중에 최근 휴대폰을 통해 본 뉴스는 슬프기 짝이 없다. SNS로 알려진 유명 관광지들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다. 제주도도 예외는 아니라고 한다. 오름에 방문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들이 많단다. 아.. 정말 왜들 그럴까. 화난다. 아무튼 궁금하고 그립다.


제주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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