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수국이 가득한 초여름 거리와 인생 멜론빵 (2019. 6. 1)
아시아나항공/평화렌트카 again & again
오랜만에 대형 항공사로 제주행을 한다. 박삼구 전 회장님께서 말아 드신 우리의 색동 날개 아시아나항공!(39,400/인). 제주 도착하면 어김없이 이곳 렌터카를 이용한다. 허름한 사무실과 순하게 생긴 멍멍이가 도시를 떠난 한적함을 증명해준다. 차량은 저렴이 더 K5(60,000원/4 days)!
김만복김밥 애월점 again
애월 해안도로변 기막힌 자리에 있는 김만복김밥의 애월 분점. 시내에 있는 큰 본점은 수요일 휴무란다. 사실 좀 멀어서 그렇지 바다를 보며 김밥과 해물라면을 즐기기엔 애월점이 최고다. 젊은 연인, 가족 등 많은 이들로 붐비는 곳이다. 그동안 테이크 아웃만 하다가 다인-인은 처음인데, 김밥도 김밥이지만 풍경에 마음이 녹아버린다.
카페 블라썸1407
애월에서 중문 가는 길에 빙수 먹으러 들른 카페. 빙수 주문하면서 팥만 넣어 달라니 주인이 의아해한다. 돈은 다 내면서 내용을 줄이라 하니 본인으로서는 이익이긴 하지만, 저 손님들은 왜 그럴까 했겠지. 우리 음식 취향이 재료 맛으로 담백하게 먹는 것이라... 팥빙수면 팥과 얼음만 있으면 된다. 커피맛도 나름 괜찮다. 정원 썬 파라솔 밑에 앉아 있자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역시 나이스 제주! 6월에 온 것은 처음인 듯한데 날씨가 정말 착하다.
복자씨 흑돼지연탄구이 서귀포점
성산에 본점이 있는 식당의 서귀포 분점. 서귀포 칼호텔 앞 도로변에 주택과 마당을 이용해서 식당을 운영한다. 너무도 자연이라 화장실에 모기 부대가 한가득... 겁나서 그냥 나왔다. 두툼한 고기를 초벌로 구워다 서브한다. 두툼한 주먹 같은 고기를 통째로 먹어야 육즙이 살아있는 참맛을 느낄 수 있는데, 돼지고기 많이 익혀 먹어야 한다는 선입견에 꽉 잡힌 우리는 잘라서 또 굽다 보니 장조림 고기처럼 퍽퍽해지기도 했다. 그래도 껍데기와 함께 먹으면 살과 기름이 섞이면서 맛이 살아난다. 오오오. 마지막 김치찌개는 화룡정점! 역시 돼지고기엔 김치찌개가 답이다. 느끼함을 한방에 보내는 칼칼한 매운맛! 불변의 진리. 그런데 돼지고기는 우리 타입 아닌 걸로... 아이폰 7 플러스로 전화기를 바꾸니 사진에 심도 효과가 가능해서 이미지에 MSG가 들어간다.
서홍정원 again
서귀포 시내 연외천 변에 있는 주택 개조 카페. 지난 겨울에 이어 재방문이다. 지난 방문에 만족감이 높아 자연스레 다시 차았다. 다시 와서 봐도 주인장들의 센스가 구석구석 돋보이는 공간이다. 안주인이 디자인하셨다는데, 감각이 장난 아니다. 보이는 사람에게는 보이는 게 있다. 선수들끼리는 안다. 그 디테일을.. 녹차 케이크의 맛은 제주 디저트 중 일미로 자리 잡을 만하다. 어느새 제주 머스트 비지트 플레이스가 되었다.
부영호텔
중문관광단지 ICC 옆에 위치한 오성급 호텔. 부영이라는 브랜드명 때문에 이름만으로는 기대감이 없지만, 막상 와보면 규모와 시설에 만족한다. 로비 입구 외부에 황금빛 대형 하루방이 서 있는 것 보면 대규모 중국 관광객을 타깃으로 만든 것 같다. 큰 규모라 외장 소재는 그다지 신경 쓰지 못했고 내장재도 자세히 보면 윈가절감의 흔적이 보이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수영장 시설도 좋고 만족스러운 호텔이다. 트리플룸이 100달러 정도이니 고맙지 아니한가?
맥도널드 중문
나 홀로 맥모닝 타임~ 아침잠이 많고 조식을 대체로 거르는 일행들 덕에 여행 중 아침은 혼자 조용히 가까운 맥도널드를 찾는다. 책 한 권 들고 가서 맥모닝 메뉴를 먹고 있노라면 소싯적 미국 있을 때 생각도 좀 나고 호젓하니 나쁘지 않다. 한가롭고 조용한 시간. 라이킷.
하찌 again & again
머스트 비지트 런치 다이닝 엣 제주. 오늘의 신메뉴는 갈치구이 초밥이란다 지난 두 번의 방문에서 먹지 못했던 초밥이다. 입안 가득히 씹히는 보드랍고 흰 갈치 살이 목을 꽉 채워서 넘어간다. 언제 와도 즐거운 다이닝 시간이다. 7월 20일부터 두 달간은 휴가와 공부차 쉬신다고 하신다. 일찍 다녀와서 다행이다. 하마터면, 올여름은 이 맛을 못 볼 뻔했다.
파앤이스트 Far & East / 다품종 소량생산
구좌읍 송담리 중산간 마을 거리에 있는 소품샵들. 빈티지, 드라이플라워 등 각기 콘셉트를 가진 샵들이 눈에 띈다. 요즘 제주에 이렇게 창고나 주택을 털어 만든 곳들이 꽤나 많다. 이 마을도 슬슬 전형적인 빈티지 소품샵 샵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이러다 제주 전체가 힙한 스폿 되겠다. 그건 좀 오버인데... 적당히 적당히 그대로 있을 것들은 있으면서…
요요무문
김녕 해변에 위치한 아지트같이 수줍게 숨어있는 카페. 다락방 같은 좁은 곳에 올망졸망 소품들도 많고 이쁘다. 무엇보다 눈에 시원하게 들어오는 비치색 바다 때문에 분위기가 깡패다. 구좌지역은 당근이 유명하다. 그래서 당근주스가 인기 메뉴다.
해녀박물관
세화 해변에 위치한 뮤지엄. 제주의 문화 아이콘인 해녀를 주제로 한 뮤지엄이다. 볼만은 하지만, 딱 공무원스러운 공간이다. 하드웨어는 그럴듯하지만, 뭔가 아쉬운 콘텐츠와 센스가 아쉽다. 대한민국 공무우워언... 나름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센스가 바닥인 것은... 뭘 바라겠는가! 그 조직의 구조나 생리가 창의적이고 도전적이면 안 되는 것이니 이해하자.
딤섬 9898
요요무문 카페에 있는 제주 식당 소개 책자를 보다가 뜬금없이 결정한 제주 유일 딤섬집. 대만 분이 주방장이라는 사실에 은근 기대가 된다. 제주시내 신시가지인 노형동에 있다. 예약전화에 당황해하길래 어떤 식당인가 했는데, 가보니 아주 캐주얼 다이닝 식당이다. 음식 맛은? 좋다! 딤섬도 괜찮고, 볶음밥, 닭요리 모두 먹을만하다. 제주 와서 가볍게 중국음식 생각나면 오면 좋겠다.
공천포식당 again
아! 이곳. 정말 최애 식당이다. 한적한 어촌에 자연스러운 맛... 오늘 김치는 왜 이리 맛있나... 아이 러브 공천포식당.
MONOCLE
남원읍 한가한 곳에 숨은 듯 자리 잡은 카페. 일주 도로변에서 조금 안쪽으로 들어와서 그런지 딴 세상에 들어온 듯 조용하다. 1인 1 음료라고 해서 살짝 기분 나쁘다. 우리는 일부 카페의 이 정책이 못내 못마땅하다. 젊은이들 여럿이서 베이킹을 하느라 바쁘다. 빵? 맛있다. 커피도 좋다. 맛있어서 오케이. 모노클 매거진과 무슨 연관이 있나?
위미 수국 거리
도로변에 약 50미터가량 수국이 만발해서 명소가 된 곳. 다들 차 세워놓고 촬영 삼매경에 빠져있다. 여행 중 가끔은 소화시키려 이런 곳도 다닌다 이게 다 다음 끼니를 맛있게 먹기 위한 애피타이징 운동이다.
삐꼴라 꾸치나
애월에 있는 자연주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중산간 소담한 마을에 주택 건물 1층이다. 아마도 2층은 주인 부부 집인 듯하다. 음식 하나하나가 예술이다. 제주산 재료들을 이용한 소스와 음식들은 모두 압권이다. 음식 사진만 찍을 수 있고 인테리어는 촬영 금지라 찍지는 못했다. 인테리어는 부부가 그동안 모은 소품들로 자연스럽게 잘 꾸며놓았다. 자연주의 미학이다. 음식과 공간이 일목요연하게 정렬되는 일관성이 있다. 안주인의 센스가 장난이 아니다. 올 댓 디테일! 이곳 역시 보이는 사람만 볼 수 있는 디테일이 있다. 인생 문어 샐러드를 먹었다. 문어가 어찌 그리 보드랍고 연하니 맛난 지... 메인 해물요리도 좋았다. 대리운전 아저씨가 주신 정보가 "효리 친구가 하는 식당"이란다. 그러고 보니 안주인 나이 때가 효리 씨랑 비슷하군. 제주 최고의 다이닝중 하나로 추천한다. 나오는 길에 비파라는 과일도 선물 받았다.
한림칼국수 again again
두 말할 필요 없는 곳 여기. 제주시내에도 분점들이 생겼다지만, 우리는 언제나 본점을 고집한다. 음식은 분위기와 공간, 그리고 지난번 식사의 기억도 함께 포함되는 추억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역시 대만족스러운 보말전, 보말칼국수 그리고 보말죽을 먹었다.
카페훤 again
한림칼국수와 가까워 세트 카페. 지난 겨울바람 불던 그 바다는 어디론가 가버리고 살랑살랑 보드라운 바닷바람 입은 바다가 있다. 창을 활짝 열어놓고 바다와 같은 공간에서 마시는 커피는 커피 그 이상이다. 뷰 깡패 인정.
명랑분식 again
지난여름에 이어 1년 만에 재방문. 1팀 기다리는 줄이 있다. 전반적인 맛은 그대로고 옛날 고추장 맛이 나는 떡볶이가 조금 매콤해진 것 같다.
삼복당제과
제주 시내 구도심 서문 공설시장 입구에 있는 정말 작은 동네 빵집. 카페 요요무문에 비치된 제주 먹거리 안내책을 보고 정보를 얻고 찾았다. 왠지 모를 기대감에 끌려가게 되었는데... 그때부터 드라마가 펼쳐진다. 일단 가게의 크기와 모양새는 생각했던 것보다 십 분의 일 정도로 작고 소박하다. 앉아 먹는 테이블은 하나 정도 있었나 싶고 테이크 아웃만 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이다. 요즘 레트로니 빈티지해서 옛 모습을 의도적으로 재현한 인테리어가 유행인데 이곳의 바닥은 일부러 만든 빈티지가 아니고 어릴 적 보던 타일 바닥 그대로다. 내가 보고 좋아했더니, 주인 할머니께서 "50년 된 타일이야. 요즘은 그런 타일 안 나와" 하신다.
평범한 일상 시간의 축적이 멋지게 묻어나는 공간이 첫 번째 인상이라면, 500원으로 통일된 빵 가격은 두 번째 충격이다. 공간 만이 아니라 사는 방식도 예전 그대로인 것이다. 요즘 세상에 500원에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니... 대박이다! 아니다. 감동이다. 여기 두 번째까지도 놀랍지만 여기까지도 예고편이다.
세 번째 화룡정점의 충격은 500짜리 빵의 맛이 '인생 빵'수준이라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멜론빵의 맛은 가히 톱 오브 톱이다. 적당한 빵의 폭신한 식감과 표면에 얇게 발린 멜론 소보로에 적당한 설탕 덩어리 몇 개... 우리 수준에 맞는 소담한 크기까지 퍼펙트하다. 달면서 달지 않고 먹어도 먹는 것 같지 않아 거북하지 않은 빵이다. 너무 맛있어 더 사려고 허겁지겁 다시 갔는데... 으악! 그 사이 다 팔렸단다. 좌절 망연자실... 모두 멘붕이다. 아쉽다... 이번 제주행 최고의 발견이다. 앞으로 공항 도착해서 렌터카 빌리면 바로 갈 곳이 생겼다. 이렇게 우연히 만나는 색다른 삶의 모습이 여행의 즐거움이겠지. 그래도 좀 더 못 먹은 빵은 계속 아쉽다.
덤장 again
수년 전 단체 가족 여행 오면 들르던 맛있는 식당. 규모가 너무 커서 휴게소 같다. 떠나기 전 생선 흡입차 들러 이른 저녁을 먹었다.
아듀 2019 여름 제주~ 제주공항은 항상 붐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