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는 처음이야! 멕시코시티 여행
제네바 호텔 첫 조식이다. 뷔페식이고 당연히 멕시코 스타일이다. 멕시코인들이 아침에 많이 먹는다는 ‘따마로’가 있다. 따마로란 옥수수 가루로 만두 전병에 고기 등 소를 넣고 옥수수 잎으로 싸서 쪄낸 음식이다. 우리 연잎밥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다. 맛은 썩 입에 맞지 않는다. 이유는 식감이 푸석푸석하고 허벅허벅해서 이다. 우리는 찰진 반죽과 쫀득한 식감을 더 선호한다. 오늘 오전 반나절은 가이드가 동행하는 시간이다. 오전에는 편하게 다니고 오후 시간에는 자유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호텔에서 가이드 차량을 타고 호텔 근처의 멕시코 독립기념탑에 먼저 내렸다. 이 상징탑은 멕시코 독립을 축하하기 위해 프랑스가 만들어 선물한 것이라고 한다.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과 같은 아이템이다. 프랑스는 왜 그리 전 세계에 선물을 열심히 하는지... 역시 로맨티스트들. 재미있는 친구들이다. 맨 꼭대기에 승리의 여신 나이키(니케)가 날개를 달고 금빛 자태를 뽐낸다. 신도심 중앙에 위치하고 있는 랜드마크다. 서울로 치면 강남역 사거리 테헤란로 중앙에 있는 셈이다. 아침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도 없이 한산했다. 멕시코는 동상의 천국이라 할 만큼 로터리마다 동상들이 서있다. 멕시코인들은 동상 같은 조형물을 좋아한다. 오랜 시간 유럽 문화가 침투한 흔적이겠지. 물론 느낌은 당연히 스페인 풍이다.
탑을 보러 차에서 내렸다가 발견한 재미있는 일상의 발견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젊은 커플의 낡은 차량 뒷부분인데 , 폭스바겐 엠블렘이 장난기 가득하게 귀여운 악마로 변신해 있었다. 두 번째는 그 폭스바겐 앞에 있던 벤치다. 한 사람 앉을 부분을 생략한 여유가 재미있다. 한 사람의 공간을 희생하고 재미를 부여했는데, 사실 공적인 시설인 벤치에 이런 호사로움을 부리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역시 멕시코 클래스! 이런 예상치 않은 해프닝들이 낯선 곳에서 만나는 소소한 즐거움이다.
멕시코시티 구도심의 중심에는 소칼로 광장이 있다. 유럽은 어느 도시나 중심에 그 도시를 대표하는 광장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광화문 광장이 있는 것처럼. 소칼로 광장에는 메트로폴리탄 대성당, 대통령궁, 시청, 법원 등 묵직한 주요 건물들이 광장을 중심으로 모두 모여있다. 광장 중앙에는 엄청난 크기의 멕시코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메트로폴리탄 성당은 스페인 가톨릭 교회 행정중심이 되는 대규모 성당이다. 건축물은 멋지고, 내부는 장엄하다. 유럽에 있는 유명 성당 같다.
성당을 나와 왼쪽을 보면 대통령궁이 있다. 궁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노란 3층 건물이 보이는데, 이것이 아메리카 대륙 최초의 대학이라고 한다. 현재도 20만 학생이 있는 초 대규모 대학이라고 한다. 대통령궁 안에는 유명한 디에고 리베라가 그린 벽화가 있다. 꼭 보고 싶은 아이템이라 입장이 가능한지 문의하러 출입문으로 가 보았다. 오늘은 관람객은 입장 불가란다. 내일 포토 아이디를 가지고 다시 와야 한다.
놀랍게도 멕시코시티는 지반이 약해 기울어진 건물들이 많다. 예전에 돌로 지은 건물들은 너무 무거워 약한 지반에 침하되어 기울어지고 있는 것이다. 육안으로도 기울어진 건물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아니다. 심지어 바로 서 있는 건물이 있나 싶을 정도다. 놀랍다.
광장에서 바라본 대통령궁의 정면은 광장의 한 면을 차지할 만큼 길다. 이 곳은 국빈 방문이나 국가의 큰 행사를 치르는 곳이며 대통령 집무는 다른 곳에서 본다. 대성당 맞은편에는 쌍둥이 건물이 있는데 이것이 시청이다. 모던 건축물들 중에는 쌍둥이 건축물을 보았지만, 이렇게 오래된 석조 건물을 트윈으로 본 적은 없지 않았나 싶다. 광장 초입부에는 CDMX라는 글자 조형물이 크게 서있어 사람들이 사진도 찍고 모여있다. CDMX는 City de Mexico의 줄임말로 뉴욕시를 NYC라고 애칭 하는 것과 같다.
소칼로 광장 방문을 마치고 기적의 성당이라고 알려져 있는 과달루페 바실리카 성당으로 갔다. 가서 보기 전까지, 이 성당이 이렇게 유명한 성당인 줄 몰랐다. 이 곳은 세계 3대 성모 발현지 중 하나로, 남미 모든 가톨릭 신자들이 모여드는 성지다. 어느 나라건 가톨릭 신자들에게는 필수 방문지다. 성모 발현 스토리는 이렇다. 1600년경 디아고라는 청년이(여기는 이름이 다 디아고다) 성당에 오다가 산길에서 성모를 뵙고, 그 자리에 성당을 지었다는 것이다. 처음에 지은 돌 성당으로는 엄청난 규모의 방문 신도들을 감당할 수 없어 바로 옆에 큰 성당을 하나 더 지었다. 새로 지은 성당은 내가 본 성당 중 가장 현대적인 내외부를 가지고 있다. 개신교회라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 모던하다. 실내 데코레이션에서 성모상만 생략하면, 완전히 교회와 같다. 외관은 흡사 여의도 순복음교회 같은 모양이다.
성당 광장을 돌아 나오면 조그만 성당이 하나 보인다. 이곳이 노예들이 예배를 드리던 교회이다. 스페인 백인들은 멕시코를 침략하고 원주민들을 노예로 부렸다. 그리고 그들에게 ‘나쁜 자선’을 베풀었다. 너희들끼리 여기서 신앙생활을 하라고... 백인들의 침략사와 노예의 역사를 볼 때마다 슬퍼진다. 인간은 어찌 이리도 잔인한지 모르겠다. 노예들의 성당을 지나면 동산 언덕바지에 세계 3대 성모 발현지를 기념하는 동상들이 서있다. 아주 인기 있는 포토스폿이다. 꽃들도 이쁘고 날씨도 좋다. 특이한 것은 성모의 얼굴색이 검다. 이목구비 생김새는 백인이고 안면 색은 현지인처럼 어두운 색이다. 종교의 토착화 사례를 잘 보여준다.
야외 성모상을 지나 언덕을 오르면 또 성당이 있다. 성당이 워낙 많으니 기억하기 조차 힘들다. 이곳 언덕에 오르면 광장에 멋진 성당 지붕과 멕시코시티 전경이 한눈에 시원하게 들어온다. 사진 찍기 좋은 뷰 포인트이다.
내려오는 길에 추로스처럼 길쭉하게 생긴 선인장들이 있었다. 이렇게 특이하게 생긴 선인장은 처음이다. 멕시코는 선인장들이 많다. 가로수도 저렇게 선인장이다. 그런 광경들이 참 이국적이다. 차량이 신호대기 정차를 하면, 물건이나 음식을 파는 상인들이 차로 모여든다. 최근에 우리나라에서는 사라진 풍경이다. 정겹지만 귀챦다.
가이드가 선인장 속을 사서 먹어보라며 권했다. 모양은 키위 깎아놓은 것처럼 생겼는데, 사각한 식감에 좁쌀 같은 씨가 많이 들어있다. 맛이 그리 이상하지는 않은데 씨들이 잘 안 씹혀 생소한 식감이다. 건강에 그리도 좋다고 한다. 운행 도중 창가에는 가끔씩 자전거로 이동하는 '우버 이츠(Uber Eats)'가 보였다. 우버에서 운영하는 음식 배달 서비스다. 별걸 다하네 우버. 점심식사는 오전 투어를 마치고 느지막이 우리의 구내식당 명동관으로 갔다. 어영부영 먹느니 여기가 훨씬 낫다.
식사를 마치고 디저트로 추로스와 커피를 마셨다. 우리나라에 비해 현저히 싼 가격이다. 멕시코의 국민 총생산은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인구수가 많다 보니 1인당 GDP는 훨씬 적어진다. 지금 멕시코는 중산층이 없는 나라다. 이 나라는 1968년 멕시코 올림픽을 유치하고 치렀으니 1988에 치른 우리보다 20년 앞서 경제발전의 토대가 있었다. 그러나 88 올림픽 이후 파죽지세로 발전한 우리나라와는 달리 멕시코는 예전의 경제적 영화를 누리지는 못한다. 그래서 멕시코시티의 느낌은 예전 부자였던 낡은 집을 보는 것 같다.
발전하지 못한 이유를 찾아보자면 이 사람들의 국민성도 한몫한 걸로 보인다. 여기 사람들은 가슴으로 산다. 머리로 살지 않는다. 감성지수 가득이다. 그래서 개인의 행복지수는 우리보다 훨씬 높다. 파티 좋아하고, 노는 것 좋아하고 낙천적이다. 내일이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걱정하지 않는다. 오늘이 중요하다. 오늘 나의 행복한 감정이 제일 중요하다. 그렇다. 그것도 좋은 거다. 그것을 인정하고 나면, 우리 대한민국 사람들은 무슨 걱정이 그리 많은가 싶다. 그것도 미래에 대한 걱정, 남들보다 더 잘 나고 싶은 걱정들 말이다. 행복해지려고 하는 걱정 때문에 행복하지 못한 이 아이러니... 어쩔 건가?
저녁식사는 호텔 앞 멕시코 레스토랑에서 먹었다. 줄을 서 있기에 괜찮은 집인가 싶어 저녁 장소로 결정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줄 서는 식당이 진리 아닌가. 멕시코 왔으니 타코를 먹어야지. 여기에서 타코를 주문하면, 재료들을 모두 가져다준다. 패스트푸드 점 타코벨처럼 모두 넣고 싸서 주는 게 아니었다. 아 진짜 타코는 이런 거구나. 그동안 우리는 미국 맥도널드화 된 타코만 먹었던 거다. 직접 소스를 바르고 신선한 재료를 직접 싸서 먹는 타코의 맛은 일품이다. 역시 여행의 백미는 그 나라 음식이다. 호텔 근처가 다운타운이라 가벼운 산책과 디저트로 한가로이 하루가 저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