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는 처음이야! 멕시코시티 여행
어제 못 들어갔던 대통령궁을 보기 위해 오전에 서둘러 여권을 챙겨 들고 소깔로 광장으로 갔다. 이 곳을 오는 이유는 다름 아닌 디아고 리베라의 대작 벽화를 보기 위한 것이다. 디에고 리베라는 멕시코의 국민화가라 불리는 사람이다. 약 3층 건물 높이에 걸친 이 벽화의 내용은 보는 이의 좌측부터 우측으로 멕시코의 역사 이야기를 순차적으로 표현해 놓았다. 멕시코 건국신화부터 근대 혁명의 시기까지 연대순으로 일러스트레이션 해놓았다. 이 그림은 작가의 주관적 예술 표현이라기보다는 사회적 메시지 전달이 그 목적인 듯하다. 그림을 보고 난 후 나는 그가 화가라기보다는 그림 잘 그리는 혹은 그림을 잘 이용한 사회주의 운동가라고 생각한다.
벽화 좌측 아래에는 눈동자가 없는 여인이 있는데, 그녀는 디에고의 내연녀였던 처제의 모습이다. 아내의 동생과 연분이 난 그는 그녀를 자신의 그림에 등장시켰고, 차마 눈알은 그리지 못했다고 한다. 이런 희한한 남편을 둔 기구한 부인이 바로 그 유명한 세계적 여류화가 프리다 칼로다. 안팎으로 화가인데, 그들이 활동하던 당시에는 남편인 디에고 리베라가 거장이며 대작가였지만, 지금은 부인 프리다 칼로가 훨씬 더 세계적으로 알려진 화가가 되었다. 새옹지마 세상. 이 막장드라마 같은 스토리는 우리나라 모 방송국에서 '선을 넘은 녀석들'이라는 프로에 방송되었다.
어제가 멕시코시티 도시 핫스폿 관광 데이였다면, 오늘은 콘셉은 뮤지엄데이다. 온종일 뮤지엄을 찾아다닐 참이다. 그래서 대통령궁을 방문 후 멕시코시티의 또 하나의 아이콘 아르떼 무제오(아트 뮤지엄)를 찾았다. 이 오묘하고 영롱한 대리석 건물은 이 도시의 대표 이미지에 자주 등장하는 시그니처 그림이다. 맑은 하늘과 어우러진 오렌지 빛 지붕 돔이 너무나 아름답다. 모두들 이 멋진 광경을 배경으로 사진 찍느라 바쁘다.
이 뮤지엄 건축은 대리석으로 시작해서 대리석으로 끝난다. 대리석의 결정체다. 그래서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해 침하되고 있다고 한다. 헐 무섭다. 실내에도 온통 오묘한 대리석이다. 코랄빛 대리석으로 장식된 화장실에서는 용변 보는 것이 부담스러울 정도였다랄까? 멕시코라기보다는 유럽에 온 듯한 착각을 느끼게 한다. 여기서 멕시코의 핵심 포인트 하나! 멕시코의 매력은 아주 저렴한 유럽이라는 것이다. 분위기는 유럽, 물가는 동남아! 괜챦치 않은가? 멕시코는 약 500년을 스페인에게 지배를 받았다. 임진왜란 전부터 스페인의 지배를 받았다는 것이다. 헐...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이 정도의 긴 시간을 지배받으면 원수가 아니라 형제가 되어 큰집, 작은집의 관계가 된다는 가이드가 이야기가 이상하게 들리지 많은 않았다.
부지런히 서두른 덕에 오전에 중요한 두 군데 뮤지엄을 모두 돌아보았다. 이제는 런치 타임! 인터넷에서 찾은 일식당을 찾아 구글맵을 들고 돌아다녔지만 찾지 못했다. 아이고... 이런 경우도 있나? 헤매던 길에 발견한 멕시코시티 지하철 메트로 역은 파리와 같이 아르누보 스타일이었다. 역시 여기는 ‘저렴이 유럽’이 맞다 싶다. 찾다 찾다 결국 포기하고 그냥 눈에 보이는 일식당을 찾아 들어갔다. 생선구이 등 비싼 메뉴들만 주문하는 우리는 식당의 최고 VIP였다. 물가가 싸니 어느 식당이든 들어가면 '부자 코스프레' 제대로 한번 했다. 기분이 좋긴 좋다. 돈 걱정 안 하니까. 약간 과장하면, 10만 원 들고 다이소 들어간 기분이랄까? 현지인들이 운영하는 동양식당의 맛은 대체로 때우기 용이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근처 멕시칸 대중 미술관에서 전시를 보고 기념품 구매도 구매했다. 다양한 현대미술과 공예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모던한 작품들과 공예소품들을 구경하고 기념품샵에서 소소한 것들을 조금 쇼핑했다.
오늘의 마지막 일정은 모던 뮤지엄이다. 이 도시의 대표 미술관이다. 2층 메인 전시관 입구에 그 유명한 프리다 칼로의 작품 <두 명의 프리다>가 있다. 실제로 본 작품은 더 처절하게 느껴졌다. 프리다 칼로는 인간적으로 매우 힘들고 아픈 인생을 살아간 여인이다. 드라마로 써도 이보다 더 기구하게 쓸 수 있을까 싶은 사연을 가진 여인이다. 자신의 그런 고통은 고스란히 그녀의 회화적 소재가 되었고, 자연스레 그녀는 자화상을 많이 그렸다. 프리다 칼로에 대한 정보는 구글링을 통해 엄청나게 얻을 수 있다. 1층 로비 통유리에 말풍선을 달아 바깥 정원의 오브젝트들이 말하는 것처럼 꾸며 놓았다. 아우 센스쟁이들.
미술관 관람을 마치고 저녁식사 장소로 이동하려는데 비가 엄청나게 쏟아진다. 정말 알람시계처럼 매일 오후 5~6시 경만되면 비가 세차게 내린다. 한 30여분 정신없이 내리다가 또다시 언제 그랫냐는 듯이 화창해진다. 멕시코 우기 때의 특징이다. 참 자연의 신비다.
저녁식사는 물가도 싸고 하니 타코와 브리또를 먹으러 시내 메리어트 호텔에 멕시칸 레스토랑을 찾았다. 오성급 특급호텔이라 서비스가 아주 좋다. 우리 테이블에 약 3명이 전담해서 서빙을 해준다. 살짝 부담스러울 정도로 서빙 인원이 많다. 멕시코에서 먹는 타코와 브리또의 맛은 찐 찐 찐 찐이다. 미국에 있는 프랜차이즈 타코 벨에서 먹는 타고는 정말 인스턴트 음식이었다는 것을 금방 느끼게 된다. 여기서는 소스도 따로 모든 재료들을 주면 각자가 취향대로 싸서 먹는다. 그 나라를 대표하는 음식을 현지인들에 묻혀서 함께 즐기는 즐거움은 굉장히 크다. 그리고 무엇보다 감탄스러운 것은 음식 가격이다. 이 나라 수도 중심부의 특급호텔 저녁식사 비용이 미국의 시원챦은 패밀리 레스토랑과 비슷하다. 멕시코에 오면 부자가 된 기분이다. 돈걱정 없이 맘 놓고 먹고, 택시든 우버든 맘 놓고 탄다. 멕시코에서 돈걱정 따위는 잊어라! 우린 리치맨이다.
식사를 하고 돌아오니 불금 티 내는지 창밖 도로는 차들로 꽉 차 있고, 길거리는 행인들의 소리로 시끌시끌하다. 놀기 좋아하는 사람들 신났다. 이 곳 시내 거리에는 양복이나 옷을 파는 상점들이 많다. 멕시코의 음식 값은 싼 반면에 옷 값은 꽤나 비싸다. 그리고, 멕시코인들은 라운드 티셔츠 등 카라 없는 캐주얼한 옷을 입지 않는다. 골프장에서 처럼 카라 달린 셔츠들만 입는다. 신사들이다. 라운드 티셔츠에 반바지 스니커즈 복장을 한 사람들은 백 프로 미국에서 온 관광객들이다. 남미로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외출용 셔츠를 챙겨가시라. 좀 더 로컬 문화에 젖어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