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 스테이츠 오레곤주 여행기 2019 여름
슬로 스테이츠 오레곤 주는 미국에서 가장 낙후되고 산업화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환경과 철학을 가진 지역이다. 세상 이치 참으로 이상한 것이 부촌 옆에는 항상 달동네가 있다. 그런 것처럼 가장 가난하다는 오레곤 주의 옆에는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주 캘리포니아가 있다. 이 두 주는 경상도와 전라도처럼 큰 산악지역을 경계로 두고 있다. 오레곤 주 남쪽 지역은 천혜의 자연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호텔 조식을 먹었다. 빵과 스크램블 에그, 베이컨, 요구르트 등 전형적인 미국 아침식사다. 미국 여행객들은 호텔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조식을 진짜 열심히 먹는다. 하나 같이 면 반바지에 폴로나 라운드 티셔츠를 입고 스니커즈와 발목 양말을 신고 나온다. 유니폼이다.
인앤아웃 버거 (In & OUT)
호텔로부터 남쪽으로 두 시간 이동하면 메드포드(medford)라는 도시가 나온다. 이곳에는 미국 서부 최고의 맛집이 나온다! 꺅. 그 이름도 유명한 'lN N OUT'이다. 쨘. 저 부메랑처럼 생긴 심벌을 보면 가슴이 뛴다. 아! 드디어 인앤아웃버거를 먹는구나!
메드포드에 있는 매장은 상당히 크다. 20여 년 전. 정확히는 1998년 여름. 뉴욕에서 귀국길에 LA에 잠시 들러 여행을 한 경험이 있다. 그때 지인이 서부에만 있는 맛있는 버거집이라며 안내했던 조그만 햄버거 프랜차이즈가 바로 인앤아웃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생감자를 주문 후 비로소 잘라서 튀겼던 것이었다. 그래서 맥도널드 등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보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고 했다. 또, 빵의 슬라이스 면을 불에 구워서 바삭하게 하고 패티와 신선한 야채를 넣었다. 기억에 있는 맛은 담백하고 신선하고 맛있었다.
20년 만에 찾은 인앤아웃은 완전 유명 명소가 되어있었다. 널찍한 주차장이 차로 꽉 차 있었고, 매장 안에는 사람들로 시끌벅적 혼잡했다. 자리를 먼저 잡지 않으면 먹기가 힘들 정도였다. 우리나라 백화점 푸드코트 주말쯤 생각하면 되겠다. "나는 줄 설 테니, 너는 자리 잡어!" 역시 복잡한 곳에서 발하는 대한민국 사람의 현명함은 돋보인다. 역시 우리는 이런 곳에서 민첩하고 현명하며 일사불란하다.
오랜만에 인앤아웃에 와서 깜짝 놀란 것은 너무도 저렴한 가격이다. 기본 햄버거가 2달러 40전! 이 유명한 버거가 2불... 헐... 이게 말이 되나... 이렇게 깨끗한 시설에서 맛있는 음식을 저 가격에 먹다니, 21세기에 이거 실화냐 싶다. 빨간 플라스틱 바구니에 버거를 담아주는데 이것이 여기의 시그니처다. 크지 않은 적당한 사이즈가 내게는 아주 맘에 든다. 그리고 폭신한 버거빵의 볼륨도 좋다. 맛은... 음... 한입 먹으면, 왜 이리 이곳이 붐비는지 알게 된다. 예전에 먹은 그 맛 그대로 신선하고, 맛있다. 부드러운 빵의 식감과 사각거리는 야채의 탱탱함에 질 좋은 패티가 어우러져 미국에서는 보기 드문 담백한 맛을 자랑한다. 싸고 맛있고 아주 모범적인 그리고 미국적인 맛집이다. 둘째 조카도 완전 인앤아웃 마니아다! 칭찬해요 인앤아웃!
https://goo.gl/maps/uAr9qAfDcqzvdvnh8
크레이터 레이크 국립공원 (Crater Lake National Park)
인앤아웃에서 신나는 식사 후 다시 남동쪽으로 두 시간가량 내려가면 크레이터 호수 국립공원이 있다. 이곳이 이번 남행 여행의 사실상 목적지이다. 아주 멋진 곳이다. 높이는 한라산과 같다. 산 정상까지 차량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울창한 침엽수림으로 가득하다. 나무 높이가 올라 갈수록 휴대폰 안테나는 짧아진다.
시간이 지나자 녹지 않은 만년설이 여기저기 쌓여있다. 정상에 오르면 눈앞에 컬데라 호수가 펼쳐진다. 대자연의 경이로운 장관이 잠시 말을 잊게 만든다. 그 규모도 엄청난데, 대략 백두산 천지의 5배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좌우지간 뭐든 크다 커. 물색이 신비 그 자체다. 사진으로도 담아가고 싶은데, 사진으로는 다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현지인들은 숙박하며 트레킹도 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가진다고 한다. 부러운 일이다. 이곳은 오레곤이 자랑하는 멋진 자연경관 중 하나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차 타고 정상까지!
https://goo.gl/maps/1ATGjKMAhvghoDHA6
수라
산 정상에서 다시 메드포드로 내려와 한국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이 시에는 한국식당이 하나 있다. 놀랐던 것은 10팀 정도의 손님 테이블 중 우리만 한국인이고, 나머지는 모두 외국인들이다. 한식이 뜨긴 떴나 보다. 우리나라 음식이 워낙 다양하고 맛있으니 당연한 일이겠지. 예전에 경험한 뉴욕 한국식당들은 한국인들만 상대로 비즈니스를 해서 안타까웠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고 현지 손님들에게 어필하는 레스토랑으로 진화하고 있다. 맛은? 대단하지는 않지만 이런 곳에서 한국음식 먹는 것으로 만족한다. 야호! 한국음식!
콤포트인 (Comfort Inn)
저녁식사 후 같은 지역에 있는 콤포트인에서 묵는다. 콤포트인은 데이즈인과 함께 20년 전 미국에 있을 때 많이 애용하던 숙소 체인이다. 가성비가 좋아서 많이 애용했었다. 오랜만이다.
https://goo.gl/maps/Gj5n6QZjNxGwpfN5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