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스테이츠 오렌곤(Oregon) 주 여행기 -2019 여름
주말을 맞아 어머니 모시고 동생 가족과 함께 오레곤 주 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여행한다. 넓디 넓은 해변을 만난다. 태평양 바다의 최동단이다. 동시에 북아메리카 대륙의 최서단이다. 이 바다로 뛰어들어 하염없이 가면 동해를 만나겠지. 이곳 오레곤 해변에는 통나무들이 떠 내려와 널브러져 있다. 워낙 미개발 지역이라 나무밖에 없고 그래서 나무가 재산인 오레곤주 티 내는 듯하다. 부유해 온 나무의 크기가 저리도 크다. 미국은 다 크다 커.
뉴포트 (City of New Port, OR)
점심식사는 뉴포트라는 어촌마을 Mo's라는 나름 유명한 시푸드 레스토랑에서 먹었다. 맛은?... 음... 미국에서 음식 얘기는 햄버거는 빼고 안 하는 걸로 하자. 그래도 내가 주문한 음식 Oregon Oyster Sandwitch는 굴튀김과 야채 햄버거였는데 어쨌든 처음 먹어보는 조합이라 신선했다. 통영 가면 굴이 많으니 밥에 굴을 넣어 먹듯이 이곳에서는 햄버거에 굴이 패티로 들어있다.
뉴포트 거리를 산책하고 커피 한 잔을 마셨는데, 커피 맛 역시 음식이므로 노코멘트 하자. 커피를 마시다 아이러니한 디자인을 발견한다. 이 카페에서 쓰고 있는 종이컵에 'Save the planet' 이란 메시지와 귀여운 아이가 나무를 지극히 행복하게 안고 있는 이미지가 있었다. 나무 잘라 탄생한 것이 이 종이컵인데, 거기에 이런 이미지와 메시지가 들어가다니... 헐~ 이다. 재활용 잘해 다시 쓰자는 얘기겠지만, 왠지 뭔가 좀 안 맞는 듯한 이 기분은 왜 일까나.
https://www.newportoregon.gov/
토르의 우물 (Thor's WellYachats)
뉴포트까지는 해가 짱나고 '맑음 맑음' 파란 바다와 하늘이 더없이 찬란했으나 더 남쪽으로 이동하니 해무가 너무 짖게 끼어 한 치 앞도 보기 힘들다. OMG! 언제나 다시 와볼까 싶은 이 드라이브 코스를 이렇게 지나쳐야 하다니... 너무 아쉽다. 첫 번째 들른 곳은 '토르의 우물'이라는 곳이다. 해변가 바위에 웅덩이가 있고 파도가 오면 그 밑으로 물이 들어와 용솟음친다. 그래서 얻은 닉네임이 토르의 우물이다. 그냥 바닷가 파도치는 곳인데 나름 유명세를 얻어 많은 이들이 내려와 구경한다. 나름 이 동네 최고 명소다.
계속 101 하이웨이를 타고 남쪽으로 이동한다. 101번 하이웨이는 미국 서해안 태평양을 따라 오레곤부터 캘리포니아까지 우측으로 바다를 끼고 보면서 내려가는 유명한 길이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1번 중에 1번! 미국의 맨 왼쪽 끝에 나있는 길이라는 뜻이다. 오늘은 엄청난 해무 때문에 하얀 안개만 보면서 왔지만, 날씨가 좋았더라면 제대로 눈호강했을 텐데 아쉽다. 갑자기 우리나라에는 고성에서 부산까지 동해안을 따라 내려가는 7번국도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길도 여행자들의 로망이다.
바다사자 동굴 (Sea lion's cave)
안개 너머 저 밑에 바다가 있겠지 생각하고 조금 더 내려오니 다음 스폿 '바다사자 동굴 Sea lion's cave'가 있다. 간판에는 America largest sea cave'라고 쓰여있다. 좌우지간 미국 사람들 아메리카 라지스트 무지 좋아한다. 중국이나 미국처럼 넓은 나라에 가면 그들이 느끼는 '사이즈 콤플렉스'가 재미있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출장 가서 보면 식당들이 엄청 크다. 건물 하나 전체가 식당이다. 그래서 이유를 물어봤더니 그곳에서는 커야 좋은 거라고 인식한단다.
가파른 절벽에 엘리베이터가 있고 그것을 타고 약 300미터 내려가면 해수면에 있는 동굴로 바로 들어갈 수 있다. 입장료는 16달러. 싸지는 않네. 내려서 좁은 입구로 들어가면 동굴이 보이고 바다사자들이 서식하고 있다 이건 레알 야생이다. 티브이나 동물원에서나 보던 녀석들을 내가 보금자리로 직접 와서 본다. 라이브 야생. 남의 집에 오면 예의를 갖추어야 하므로 사진 촬영 시 플래시는 금지다. 애들 놀란다. 나도 최대한 매너 있게 한 장 찍었다. 동굴 안은 녀석들 배설물 냄새 등 냄새가 만만치 않았다. 오래는 못있겠다. 올라오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녀석들이 지들 이용해서 돈 벌고 있는지 알라나?"
둔버기 (Dune Buggy)
다음 방문 스폿은 엄청난 크기의 해안사구다. 태안반도 신두리에 있는 귀여운 해안사구는 가 봤지만 이런 크기의 사구(Dune)는 처음이다.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만나는 이 대책 없는 '크기'란... 이곳에는 약간의 놀이 어드밴처들이 있다. 그래서 미국인 가족들이 많이 놀러 온다. 우리가 즐긴 것은 '둔버기(Dune Buggy)'라고 부르는 오픈 차량이다. 미니버스만 한 크기에 벽과 뚜겅없이 사람들을 태우고 모래사구를 다니며 관광하는 것이다. 자연이 만들어 낸 웅장함에 경의를 표한다.
신나는 둔버기 여행을 마치고 식당 검색 후 찾은 레스토랑. 하와이 분위기에 퍼시픽 퓨전 레스토랑 '후키라우'. 일식집은 아니고 현지인이 이것저것 잡다한 동양 음식들을 파는 곳이다. 도대체 미국 식당들 메뉴판은 음식 종류가 다 거기서 거기. 전국의 메뉴판도 '복붙'이다. 정체성 하나는 확실한데 볼 때마다 괴롭기 짝이 없다. 겨우 음식을 정하고 주문하고 시끌벅적한 바 같은 식당 분위기에서 한참 기다렸다. 자! 음식이 나왔다. 딱 보는 순간! ' 양이 엄청 많네. 맛이 대단하지는 않겠다' 비주얼로 풍기는 포스가 양만 많고 맛은 그다지인 음식의 전형이다. 여기 미국 사람들은 드레스업까지 하고 이런 식당 와서 동양 퓨전음식 먹는다고 좋아하겠지. 그런 생각을 하니 이들이 참 안됐다는 말도 안되는 오지랖 넓은 생각이 훅 든다. 맞다. 행복은 내가 느끼는 만큼 느끼는 거지. 잘살고 있는 세계 1등 국가 시민들을 왜 갑자기 디스? 식탐 코리언 아재의 오지랖이었다.
미국인이 다된 동생 부부와 미국인 조카들은 이 많은 양의 음식을 부담없이 잘 먹는다. 접시가 거의 비었다. 어머니와 나는 조금 괴로웠다. 괴로운 식사 후 플로렌스 시에 있는 숙소로 도착했다. 101 길가 베스트웨스턴 인. 베스트웨스턴 계열의 모텔급 라인. 사진을 찍고 보니 실물보다 훨씬 근사하다. 이제 해가 뉘였 진다. 서머타임 실시로 9시 넘어까지 훤하다. 101 도로 표지가 있는 횡단보도 건너에 슈퍼마켓 세이프웨이가 있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칠 수가 있나. 당연히 구경 갔다. 쇼핑에는 열혈이신 어머니와 함께... 시골이라 규모도 적고 물건도 별로 없었다. 그러나 역시 싸다. 숨 막히게 비만한 미국인들을 마트 안 통로에서 만나면 헉! 이다. 이렇게 하루가 저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