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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기 저기 Jul 23. 2021

'오레곤'을 아시나요? -1

슬로스테이츠 오레곤(Oregon) 주 여행기 - 2019 여름

휴대폰이 '열일'한다. 시도 때도 없이 몇 년 전 추억사진을 강제로 소환하여, 코로나로 꼼짝없이 갇혀있는 나의 마음을 들쑤신다. 2년 전, 한국은 역대급 더위로 허덕이던 그 시간에 나는 미국을 다니고 있었다. 미국 서부의 중북부는 우리나라와는 다른 기후를 가지고 있어 여름이라도 우리처럼 허덕이거나 불쾌지수가 하늘을 찌르는 일은 없다. 지중해성 기후가 가장 살만한 기후 중 하나라고 하지 않는가?


원체 어디 다니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체질인 데다가, 맡은 임무 중 하나도 해외를 많이 다니는 일이 있다 보니, 인천공항을 제 집 드나들듯이 하면서 지냈다. 그러나! 2020년이 시작되며 전 세계는 COVID-19 팬데믹으로 갑자기 얼어붙었고, 나의 이동도 멈췄다. 그러기를 이제 1년 반이 넘어간다. 아... 이코노믹 좁은 좌석이라도 이제는 좀 앉아보고 싶다.


미국에서도 뭔가 독특한 문화적 포지션을 가지고 있는 오레곤주는 우리나라에는 크게 알려지지 않은 주다. 위치가 어디인지 어떤 곳인지 정확한 정보와 이미지를 가진 사람들이 많지 않다. 사실 뭐 우리가 미국 주들에 대해 자세히 알 필요는 없으니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구글링을 통해 오레곤주의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겠지만, 시간 절약을 위해 몇 자 정리해 보자면 이렇다.


오레곤주는 미국 최 서부의 웨스트 코스트, 그러니까 태평양 기준으로는 최동쪽과 만난다. 미국 대륙의 서쪽 해안선을 따라 맨 위가 시애틀로 유명한 워싱톤주(동부의 워싱톤 D.C와 헷갈리지 말자. 완전 반대다), 그 바로 밑이 조용한 오레곤주, 그 밑은 그 이름도 찬란한 캘리포니아주다. 그러니까 아주 유명한 두 주 사이에 끼어 조용히 살고 있던 주가 되겠다.

좌)오레곤주 위치, 중)포틀랜드시의 한가한 풍경, 우)푸드트럭과 길거리 음식으로 유명한 포틀랜드 거리


그런데 이 오레곤주가 아주 재미있는 곳이다. 일단 제일 중요한 생계형 정보는 '세금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무감각하지만, 우리는 물건을 구매할 때마다 10%의 부가세를 내고 있다. 영수증을 보시라. 세금 확인이 가능하다. 그런데 오레곤주는 모든 거래에 세금이 붙지 않는다. 고로, 싸다. 무조건 싸다. 쇼핑 천국이다. 세금도 없는데 아웃렛을 간다면? 상상에 맞긴다. 신용카드가 뜨근해진다. 세일즈 텍스(Sales tax)가 없는 대신에 재산세(Property Tax)는 엄청 많다고 한다.


이 주의 주 산업은 임업이다. 산이 많다 보니 나무를 베다가 파는 산업이 발달해 있다. 예전에 임업을 위해 벌목꾼들이 모여들었고, 그래서 미국에서 핖쇼(Peep Show-나체의 무희들이 무대에서 춤추는 것을 틈새를 통해 보는 것. 물론 유료)가 가장 먼저 성행한 곳이 오레곤주라고 한다. 예전 뉴욕 맨해튼 브로드웨이 뒷골목에 많아서 뉴욕이 그 본산인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임업이 주 산업인지를 보여주는 여러 가지 모습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프로축구와 관련이 있다. 임업과 프로축구가 무슨 상관일까 싶지만, 알고 보면 재미있는 연결고리가 있고 신선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우선, 포틀랜드를 연고로 하는 축구팀이 포틀랜드 팀버스(Portland Timbers)인데, 그 홈구장이 나무로 지어졌다. 보통 스타디움의 지붕은 철제가 대부분 인듯한데,  그곳은 나무로 지었다. 실제로 보면 생각보다 새롭다. 또 하나 재미있는 모습은 홈구장 경기에서 골을 넣으면 축포와 함성이 터지고 신나는 축하 이벤트가 벌어진다. 큰 전기톱을 매고 나온 이가 통나무를 막 자른다. 언어의 한계로 그 우습고 황당하고 신박한 상황을 옮길 수 없는 것이 너무 아쉽다. 생각해 보시라. 축구장에서 골을 넣으면 전기톱으로 나무를 자른다. 이게 무슨 시추에이션인가 싶다. 아주 인상적인 경험이다. 좌우지간 웃기는 동네다.

좌) 재미있는 골 세레모니를 하는 팀버스 경기, 우)친환경 지향 도시답게 곳곳에 충전소가 있다

오레곤주는 미국 50개 주에서 가장 빈곤한 주중 하나라고 한다. 주요 산업 자체가 고부가가치의 산업도 아니고, 임업 이외에 특별한 산업도 없다. 별로 대단히 발전의 의지가 없어 보이기도 할 정도로 자연적이다. 한적한 시골 분위기다. 그래서 요즘 다시 자연으로 회귀하려는 자연주의적 트렌트의 주역이기도 하다. '부유한 것'보다는 '잘 사는 것'에 더 가치를 두는 문화인 것 같다. 개인의 자유 가지를 존중하는 문화는 2015년 대마초를 합법화했고 미국 주중 최초로 마약 소지를 합법화한 아주 용감한 주이기도 하다. 우리의 관념으로 보면 제정신인가 싶다. 좌우지간 특별한 곳이다.


이 주의 대표선수 도시는 포틀랜드인데 이 포틀랜드란 도시가 엄청 '묘한(Weird)' 구석이 있다. 포틀랜드 소개는 '메히꼬? 멕시코! -1'편에서 소개한 바 있어 다시 가져와 '복붙'해 놓는다.


포틀랜드시는 본인들의 정체성이 오묘하다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도시 곳곳에 '포틀랜드의 오묘함 지키기(Keep Porland Weird)'라는 슬로건이 많이 보인다. 남들과 다른 자신들만의 이상한 개성을 사랑하는 이 도시가 무척 매력적이라는 사실 만은 분명하다. 이런 야릇한 감성은 독특한 시각문화를 만들었다. 소위 '킨포크(Kinfork)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포틀랜드시에 이웃으로 살던 아티스트나 작가들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삶의 철학과 모습을 기록하기 위해 'KINFORK'라는 잡지를 만들었다. 여기에서 유래한 문화적 코드가 소위 킨포크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웬만한 카페에 가면 한두 권쯤은 놓여 있으니 보시기 바란다. 더 자세한 사전적 의미와 정보는 구글링을 부탁한다. 이 스타일은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에도 광풍처럼 몰려왔다. 빈티지스럽거나 자연주의적인 스타일의 공간들이나 분위기가 대표적인 현상이다. 사실 우리의 킨포크 문화는 '일부러 거칠고 자연스러워지기'의 경향이 뚜렷하다.

좌) 포트랜드시 곳곳에서 볼 수 있는 '포틀랜드를 이상하게!' 슬로건, 좌) 어디서나 만나는 킨포크 잡지


이상한 도시 포틀랜드에서 만난 인상적인 거리 모습이 하나 있다. 그것은 도로 가운데 있던 돌무덤이다. 그 길이라는 것도 인적이 드문 한가친 곳이 아니라 동네의 메인 스트릿 같은 차량과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곳이다. 여기에 인명피해 사고가 있었나 보다. 그런데 그 현장을 그대로 무덤으로 만들어 놓았다. 당연히 사람과 차량 왕래에 불편함을 준다. 그러나 그들은 이런 선택을 한 것 같다. 우리가 불편하더라도 이 비극을 기억하고 추모하고 조심하여 다시는 이런 슬픈 일이 생기면 안 되겠다는 다짐과 약속을 지속해야 한다는 것일 거다. 보는 것이 믿는 것이고, 인간은 시각적 자극에 의해 많이 좌우되니까.


효율을 중시하는 미국에서 이런 정서가 있는 동네를 만나니 신기했다. 포틀랜드 거리에서 '1995년 삼풍백화점'의 슬픈 기억을 떠올렸다. 마침 그때 직장이 삼풍 옆이라 그 현장을 생생히 기억한다. 참혹하기 그지없었던 시간. 젊은 나이에 나는 격한 심정으로 너무 슬픈 나머지 그 현장을 그대로 보존하여 매일 보고 느껴야 한다고 혼자 부르짖었다. 지금 삼풍아파트 자리는 번쩍번쩍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한동안 그 언덕을 지날 때마다 여기 사시는 분들은 여기가 어딘지 아실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럴 땐 그라운드 제로(911으로 무너진 월드 트레이드 센터 자리)가 살짝 부럽다.

좌) 길 한가운데 돌무덤 (Portland Sunnyside), 우) 비빔밥을 파는 길거리 음식점


이렇게 조용하고 고즈넉하게 살던 오레곤 주도 개발과 도시화의 광풍을 맞는다.    방문했던 포틀랜드는 온통 공사판이었다. 곳곳에 건물이 올라가도 있었다. 주택가에 중장비가 보이고 형광 조끼를 입은 인부들이 많았다. 주변은 공사 소리로 소음이 심했다. 자본의 논리 앞에 옅어지는 지역의 문화를 아쉬워하며 그냥 이대로 있고 싶다고 하는 지역민들이 많았다.  맘에 드는 도시다. 2  오레곤주 바닷가 여행 메모 릴리즈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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