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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기 저기 Jul 19. 2021

@춘천은 친구다3- 새로운 동네, 동내면

대한민국 여기 저기 '춘천행 2020'

겨울, 2020

Day1


이번이 유유자적 휴식 여행 5번째 춘천행이다.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춘천은 참 좋다. 우선 서울에서 가깝다. 특히 나의 집에서는 출발해서 신호 하나만 받고 올림픽대로에  들어서면 그냥 춘천까지 직진이다. 오늘도 차가 안 막히니 1시간 여 남짓한 시간에 남춘천 톨로 들어왔다.

춘천에는 자연이 있다. 강이 있고 산이 있다. 그렇다고 시골도 아니라 도시 라이프도 즐길 수 있다. 도시가 조용하고 쾌적하다. 그래서인지 오늘 만난 가게의 젊은 주인장들은 모두 순박하고 착해 보였다. 진짜 그런 것인지, 일상을 떠나 여유로워진 내 시선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가깝고 고즈넉하고 카페와 먹거리 많은 춘천은 참 부담 없는 좋은 여행지다. 마음먹으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좋은 친구 같은 도시다.


모래마녀 소품샵

저녁식사 장소에 오픈 시간보다 조금 빨리 도착했다. 약 20여분 시간을 때워야 할 판인데 식사 장소 바로 옆에 눈에 띄는 소품 가게가 있다. 참새는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게다가 시간도 보내야 할 판에... 이건 뭐 완벽한 타이밍이다.

이름은 모래마녀. 괜찮은 감성인데? 그러는 순간 깜짝 놀랄 디자인을 발견했다. 다름 아닌 마녀 캐릭터 심벌이다. 삼각형 두 개와 반원의 조화로 무척 귀여운 마녀 캐릭터가 완성되었다. "이거 보통 감각이 아닌데... 내 눈에 뜨이면 이건 엄청난 건데..." 누가 들으면 재수 없을 법한 칭찬을 하고 있었다. 다음 학기 1학년 첫 번째 기초디자인 사례로 보여주기 위해 사진도 찰칵! 휴대폰에 담아 놓는다.


진공청소기에 먼지 빨려 들어가듯 소품가게로 골인한다. 여느 소품샵과 같이 아기자기 뭐가 많다. 그런데 몇 분 지나지 않아 범상치 않은 것(?)을 알고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 너무 싸다. 1만 원이 넘으면 비싸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제정신을 놓기 시작한다. 갑자기 우리는 춘천을 방문한 '큰 손' 쇼핑객이 되었다. 사오 천 원 선에도 살 것들이 많다. 젊은 여 주인장이 차분하니 순진해 보인다.


올망졸망을 좋아하다 보니, 국내외 어느 도시든 눈앞에 소품샵만 나타나면 묻지 마 골인이다. 여러 샵들 중 이 집이 단연코 가격 경쟁력 1등이다. 격하게 칭찬한다. 잠깐의 쇼핑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았던지 우리는 식사하고 또 들러서 2차 쇼핑까지 했다. 주인장이 수줍게 좋아하는 모습이 순수해서 좋다. 센스와 손재주 좋은 주인장! 오래오래 성공 비즈니스 하세요.


어니스트

춘천 공식 지정 양식당 수아마노가 일요일에는 열지 않는다. 언제나 위기는 기회다. 이럴 때 빛나는 것이 B의 먹거리 검색 능력이다. 카페와 식당 찾기에 관한 한 B의 능력은 탁월하다. 단, 본인이 함께 먹어야만 받을 수 있는 혜택이다.


수아마노의 대타는 어니스트!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출신의 젊은 셰프가 1인 운영하는 부띠끄 레스토랑이다.

위치는 정말 모래마녀 바로 옆이다. 직선거리 1미터 떨어져 있다. 둘이 짰나 싶을 정도다. 분위기는 유러피안 레스토랑을 표방하는 만큼 프랑스 풍 콘셉이다. 번쩍이는 금장에 유채색과 비앙코 대리석 질감들이 어우러진 깔끔한 분위기가 산뜻하다.

주문 메뉴는 버블 토마토 샐러드, 봉골레, 토마토 닭다리 구이. 맛은? 별 네 개 정도 이상은 흔쾌히 줄 만큼 훌륭하다. 수아마노가 강적을 만났다. 수아마노 긴장하자. 버블 토마토 샐러드는 요즘 인기인 분자요리다. 과학적 레시피를 요리에 접목한 트렌디한 요리다. 샐러드 위에 거품이 몽글몽글 맺혀있다. 자주 먹는 맛은 아니지만, 당근주스에 야채와 과일 그리고 건포도가 담겨 있다. 숟가락으로 퍼 먹으라는 안내를 받았다. 시원하니 특이한 맛이다. 새로운 식감과 맛 경험이다.

봉골레는 스탠다드하게 맛있다. 오늘 메뉴 중 백미는 토마토 닭다리 구이다. 바삭하게 튀긴 닭을 토마토소스와 함께 플레이팅 해 주는데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10여 년 전 최애 식당 중 하나였던 서래마을 모 식당의 닭요리를 생각나게 한다. 이곳은 토마토소스와 어우러진 색다른 맛이 특징이다. 맛있다는 칭찬에 수줍게 기뻐하는 젊은 셰프가 순수해 보여 좋다. 식당에서 맛있으면 맛있다고 전해드리는 것이 맛있는 음식과 요리사에 대한 예의다.


공감

B가 선정한 저녁 식사 후 디저트는 케이크 카페 공감이다. 상호가 좀 꼰대스러워서 큰 기대 가지지 않고 방문했다. 주변 가게들은 모두 불이 꺼져 살짝 을신년한 골목에 홀로 상호도 없이 불을 밝히고 있는 카페가 있다. 손님도 0명 있다. 조용해서 좋다고 들어가 케이크 두 개와 커피를 주문했다. 여기서도 가격에 놀란다. 서울 반값 정도 되나 싶다. 그렇다면, 맛을 봐야지? 싼 게 비지떡인지 아닌지... 웬일인가! 맛있다. 흑임자 초콜릿 케이크와 딸기 초콜릿 케이크를 주문했는데, 둘 다 달지도 않고 보드랍다. 춘천 만세!


여기도 참한 젊은 여주인장이 매일 십여 종류의 케이크를 굽는단다. 오늘 왜 이리 참한 젊은이들이 많이 나타나는가? 우리가 간 저녁 시간에도 혼자 열심히 연구자의 모습으로 케이크를 굽고 있었다. 맛있다는 솔직한 칭찬을 보태드리고 나왔다. 여기도 역시 오래오래 맛있는 케이크 디저트 카페로 성공 비즈니스 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매번 춘천행에서 만날 수 있기를...


더잭슨나인즈 호텔

공감 카페에서 커피 마시는 중 호텔에서 언제 오시는지 하고 전화가 왔다. 다 먹었으니 가야지요. 이번 춘천행 호텔은 작년 7월에 신축했다기에 이곳을 잡아봤다. 세종호텔을 버렸다. 일단 신축이니 깨끗하겠지 싶어서... 쏘리 세종호텔. 소양강 조각공원 옆 개발 중인 지역에 15층짜리 깔삼한 오성급 호텔이 들어섰다. 주차장 들어가는 뒷골목이 아직 정비가 안되어 심난하지만, 주차장과 실내는 신축 느낌 물신이다. 대리석 패턴 착색유리로 마감한 로비는 블링블링 그 자체다. 오! 이 재료 괜찮은데 싶다. 다음에 쓸 일 있으면 좋겠다. 실내는 1년도 안된 호텔이니 당연히 엄청 깨끗하다. 가격도 위치도 청결도 시설도 모두 만족스럽다.


Day 2

마코토라멘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에 즐겨 찾는 라멘집이다. 돈코츠 베이스만 있어서 가게 들어서자마자 돼지뼈 육수 향이 코를 찌른다. 아침 빈 속에 이런 향은 쫌 그런데... 라멘 두 개와 초밥 하나로 간단히 조식을 해결한다. 라멘의 면발은 아주 좋은데 국물 베이스가 간장류 였으면 금상첨화였을 거다. 우리 입맛에는 조금 기름졌다.


데미안 서점+그림이 있는 빵집 again

식사 후 예전 데미안 서점 내 오소독스 한 분위기의 카페를 다시 찾았다. 시간이 오래 지난 터라 그대로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던 중! 아... 역시 2층 서점 공간 안에 있던 그 카페는 없어졌다. 그리곤 1층에 엄청 큰 규모의 번쩍번쩍 카페가 생겼다. 상호는 '그 빵집(그림이 있는 빵집)'이다.


앤디 워홀의 판화 작품들과 엔틱 커피 기구들이 벽면에 전시되어 있다. 크고 시원해서 좋은데, 아늑한 카페의 맛은 없다. 빵도 크고 멋대가리 없는 분위기다. 기대하고 온 예전 그 카페가 아니라 실망했다. 2년이 지나 다시 찾은 서점도 예전 개점 당시의 활기는 줄어든 것 같아 조금 서글펐다. 그래도 여전히 멋진 공간임은 분명하다. 욕심부리지 말자.


육림고개 메밀전 again

저녁식사 전 오후 중참으로 선택한 육림고개의 배추전. 혹시 할머니께서 계속 일을 하시는지 싶어 전화를 해보니 다행스럽게도 오픈하셨단다. 어찌나 반갑던지. 먹을 수 있어 반갑고 할머니께서 계속 건강하게 일하고 계시니 좋다. 코로나 때문에 실내 취식은 안되고 테이크아웃만 가능하다. 하는 수 없이 들고 나와 차에서 취식한다. 바로 구워 주시는 전을 받아먹는 맛은 아니다. 아쉽다. 할머니 오래오래 건강하게 일하시기 바랍니다.


탑10

저녁식사 때까지 시간을 때워야 한다. 애매하다. 장이나 볼 요량으로 대형마트로 향하던 중 멀리 보이는 널찍한 주차장 가운데 있는 건물이 있다. 춘천 제1의 주차공간인 듯싶다. 탑10이라는 패스트패션 브랜드다. 유니클로의 대체재다. 특별히 할 일이 없으므로 황제주차를 하고 골인한다.


이제 우리 패션 브랜드가 너무 싸고 재질도 좋고 흠잡을 때가 없다. 봄 신상품은 1+1 행사로 사실상 반값이다. 이러니 유니클로가 버틸 수가 있나! 옷이든 차든 이제 우리 제품이 좋으니 일본 것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역시 대한민국은 대단하다. 잠시 국뽕 맞고 몇 가지 '겟'해서 저녁식사 장소로 이동한다.


우성닭갈비본점

이번 춘천행의 콘셉은 새로운 곳 가보기다. 그래서 그동안 가던 1.5 닭갈비를 포기하고 수요미식회에서 추천한 우성닭갈비 본점으로 간다. 사진으로 봐서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도착해서 보니 이건 닭갈비집이 아니라 팬시한 건물에 양식당 같은 멋진 건축물이다. 매장 내 음악도 팝송이나 가요가 나온다. 머릿속에 있던 닭갈비 공간은 아니다.


닭갈비의 맛은? 첫맛은 좀 달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리고 깊은 맛보다는 얕고 마일드하다. 보편성이 강한 맛이다. 1.5 닭갈비와 비교 포인트는 '로컬 vs 글로벌'이다. 이곳은 춘천 방문객들 오는 곳이다. 1.5 닭갈비는 지역 분들이 더 찾는 곳이다. 널찍하니 시원해서 좋은 면은 있다. 닭갈비 식사의 하이라이트는 볶음밥이다. 언제나 진리다. 온몸에 닭갈비 냄새가 배었다. 언제나 빠지려나.


그라시아커피로스터즈

호텔 복귀 중 들러 커피와 케이크 테이크아웃. 배가 불러 카페로 들어가서 차분히 앉아서 먹는 것은 아무래도 벅차다. 주택을 털어서 꾸민 인더스트리얼 스타일 인테리어 공간이다. 부분적으로 조잡한 면도 있지만 그래도 괜찮은 카페다. 어제의 신선한 춘천에 비해 오늘은 특별할 것 없는 하루였다. 뭐 그냥 일상처럼 보내는 여행의 하루도 나쁘지 않다.


Day 3


평양막국수 again & again

재작년 이후 자리 잡은 공식 지정 막국수집 평양 막국수!. 위치가 시내라서 이동거리가 짧아 좋다. 겨울 방문은 처음인데 동계 메뉴 떡만둣국을 계절메뉴로 판매하고 있다. 일찌감치 11시 30분에 가니 조용하고 좋다. 옛날 시골집 같은 푸근한 실내 분위기가 언제 와도 정겹다. 군데군데 찢어진 벽지에는 테이프가 붙어있다. 이것들도 구질거린다기보다는 정겹게 느껴진다. 이 정체 모를 테이블 색상... 대한민국 어느 시골에나 있는 저 오묘한 초록색은 어디서 온 것일까?


박혜정베이커리

두 끼니 연속 한식을 먹으니, 부드러운 빵과 커피가 그립다. 팬케익과 커피를 마시려는 생각에 마이 브런치카페로 갔다. 점심시간에는 1인 1 메뉴 주문이 필수라기에 아쉽게도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이 근처 동네에 뭔가가 있을 듯하여 차를 타고 배회하던 중 23년 베이커리 경험을 표방한 빵집을 발견했다. 실내는 깔끔한 동네 빵집이고, 직접 구운 빵들이 맛이 괜찮았다. 파운드 케이크가 부드럽고 맛있었다.


독실한 크리스천이신지 내부에 성구를 소재로 데코레이션 해놓으셨다. 위치는 첫날 저녁을 먹었던 곳 근처다. 이번 춘천행에서는 이 동네와 인연을 만들었다. 식사하고 디저트도 마쳤으니 춘천 이마트에서 장보기를 하고 퇴근시간 되기 전에 귀경해야지. 오랜만에 만난 겨울 춘. 안녕 시 유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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