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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기 저기 Mar 05. 2022

감격의 제주 (봄, 2022)

코로나 팬데믹 이후 처음 찾은 제주

잇츠 라이브 글쓰기!~ 2년 만이다. 비행기에 오른 지가… 이 놈의 팬데믹. 기념하고 축하할 일들이 겹쳐 지루한 대유행의 정점에서 제주행 여행을 계획하고 실행 중이다. K와 B는 김포에서, 나는 청주에서 같은 시각에 출발해서 제주공항에서 조인할 거다. 3월이라 바쁘다 보니 모여서 움직일 시간이 여의치 않았다. 매주 보는 얼굴들이지만, 갑자기 제주에서 만나면 더 반갑겠지.

기내 안내방송이 나오고 엔진 소리가 으르렁거리기 시작한다. 오늘만큼은 비좁은 좌석이지만, 그다지 싫지 않다. 덜렁거리는 기체가 활주로를 향해 어슬렁 출발한다. 제주야~ 기다려라! 우리가 간다.


DAY1

오랜만에 만나는 제주 국제공항은 깔끔하게 새 단장을 한 것 같다. 초록색 식물들이 많이 보이고 아워홈 푸드코트도 들어서고 여러모로 깔끔하게 변했다. 렌터카를 찾으러 5번 출구로 가는 대합실엔 해녀를 주제로 한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멋지네.

이번 여행 렌터카는 매번 가던 평화 렌터카에서 엔젤렌트카로 바꾸었다. 이유는 제주 렌터카 가격이 턱없이 올랐고. 평화 렌터카도 약 3배 가까이 금액이 뛰었다. 그러다 보니 조금이라도 저렴한 곳을 찾다가 만난 곳이 엔젤렌트카이다. 예약하고 금액 결재 전송 후 알림 톡이 왔다. 렌터카 회사에서 알려준 대로 지정구역으로 가서 셔틀 타고 가서 차량을 인수받았다. 제주 렌터카 대여 시스템은 다 같다. 이 회사는 규모가 굉장히 큰 렌터카 회사다.


차량 인수 후 저녁 예약처인 스시 오마카세 식당으로 향한다. 식당은 함덕해수욕장 해변 번화한 곳 2층에 위치한 '스시 한점’이라는 곳이다. 서귀포 ‘하찌’가 금액이 올라 부담스러워졌다. 그래서 대안 일식 오마카세 식당을 폭풍 검색했고 결국은 이곳을 찾았다.


하우다

조천 길가에 있는 남매운영 타르트집. 관심가지지 않고 지나면 모르고 지나칠 것 같다. 타르트 3개 구입해서 테이크아웃. 타르트는 물론 맛있다.


스시한점 

함덕해수욕장은 크게 변한 것 없이 여전히 바다는 아름답고 주변은 번잡하다. 식당은 해안가 오래된 저층 상가건물 2층에 자리 잡고 있다. 인테리어 분위기는 전혀 멋지지 않고 딱 시골 동네 일식집 분위기다. 크기는 엄청 크다. 창가 테이블에서는 함덕 바다가 벽지처럼 눈 옆에 있다.

주방과 테이블의 거리가 좀 떨어져 있어 음식을 부지런히 가져다주신다. 도시 촌놈들이 오랜만에 바닷가에 앉아 싱싱한 해산물을 보고 먹으니 어찌 맛이 없겠는가. B는 왜래 하찌보다 특이한 생선을 많이 먹어보는 기회가 되었다고 한다.

고등어,감태초밥 보리새우초밥


오드리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심각하게 커피가 고파졌다. 워낙 큰 해수욕장이라 별다방 같이 쉽게 눈에 띄는 대자본 카페들이 많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까지 와서 그런 곳을 갈 수 없다는 의지로 주변을 둘러본다. 환하게 보이는 빵 파는 카페가 있어 차를 세우고 가보니, 이곳은 마늘 바케트로 쥰 선다는 유명한 빵집이란다. B는 세상의 모든 맛 빵집을 아는 것 같다. 커피는 테이크 아웃하고 숙소로 출발한다.


골든 데이지 호텔 서귀포 오션

서귀포 시내 한복판에 자리한 호텔인데, 가격과 평가가 나쁘지 않아 선택했다. 위치 속성이 춘천의 호텔과 비슷한 느낌이다. 깨끗하고 친절하다. 대한민국 서비스업은 일류다. 시내에 있다 보니 주차가 협소하다. 주차빌딩에 주차를 해야 하는데, 금방 차 버린다는 인터넷 정보여 졸았지만 다행히 주차 자리가 있었다. 형광조끼 입으신 직원분의 안내가 엄청 친절하다. 눈비와도 맞을 일없이 편한 면도 있겠다. 만족스러운 숙소다.


DAY 2

K와 B는 아직 이불 속이다. 주섬주섬 외출 준비를 하고 나선다. 270m 떨어진 곳에 사전투표장이 있어 한가한 틈을 이용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제발 국민을 위하는 리더가 나왔으면… 항상 차악 선택을 강요받는 대한민국 선거 혐오스럽다.


투표 후 동네를 걸으며 산책한다. 서귀포도 여느 도시와 같이 포클레인이 땅을 파며 재개발 중이다. 요샌 전국 어디나 공사를 한다 싶으면 집 짓는다.


서귀포시는 제주시에 비해 완전히 시골이다. 높은 건물도 없고, 브랜드 아파트도 없다. 로터리가 많고 큰길에 신호등이 없는 곳도 많다. 옛날 도시들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좋다.

산책중 멀리보이는 숙소 호텔과 신호등 없는 대로 횡단보도

공천포식당

여러 번 제주 여행기에 빠지자 않고 등장하는 식당이다. 가장 제주스러운 식당. 눈앞에 펼쳐진 바다가 시윈 하다. 음식 맛도 두말하면 잔소리다. 공식 지정 아침 메뉴!


카페 숑

공천포식당 바로 옆 조그만 카페다. 우리는 지금까지 공천포식당 식사 후 옆에 있으니 들러 커피를 마셨다. 공천포의 시원한 바다를 그대로 품고 있으니 맛집 공천포 식당의 부록이랄까? 그런 느낌이었다. 그런데 오늘 보니 이곳도 ‘블루리본’을 세 개나 받은 곳이다. 오~ 카페 숑 도 나름 독자적 경쟁력을 갖춘 곳이었다. 왜 몰랐지? 커피와 와플을 디저팅 하며 예전 사진을 찾아보니 2017년 7월 7일에 B와 함께 찍은 사진이 있다. 그때와 벽 그림이 달라졌다. 나머진 그대로다.


붉은오름 자연휴양림

K가 피톤치드를 좀 마시고 싶단다. 그래서 올레길 5코스 쪽으로 가볼까 사려니숲길을 가볼까 하다가 갑자기 붉은오름 자연 휴양림을 가기로 했다. 이유는 조용하고 호젓할 것 같아서다. 잘 정비된 주차장에 주차하고 주차비와 3인 입장료 합쳐 오천 원 지불한다. 데크를 깔아 잘 정비해 놓은 숲길이 편안하다. 여러 시설과 숲길이 있는데 우리는 주로 입구 삼나무 숲에서 시간을 보냈다. 쭉쭉 뻣은 삼나무 숲 안에 들어와 있으니 딴 세상에 와 있는 것 같다. 시원하고 신선하다.

숲 속 산책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앙증맞은 새 생명을 발견한다. 겨울을 지내고 땅 위에 올라온 작은 꽃송이가 눈과 발길을 사로잡는다. 이 작은 녀석이 우리를 붙잡아 세운다.


서귀포시내

저녁식사 예약은 오후 6시 30분. 지역은 성산읍이다. 여기서는 넉넉잡아 30분 이 내고 남는 시간이 너무 많다. 나약한 도시인들은 자연이 좋을 뿐 불어오는 바람에 오래 있지는 못한다. 그래서 다시 문명 지역으로 철수한다. 도시를 떠나 한가한 시간을 맞았으니 필요한 물품구매도 한다.

톱 텐 매장이 있어 들렀으나  춘천에 비해 별 매력이 없다. 금방 나왔다.


간단한 점심 요깃거리를 위해 톱텐 옆 상가 동네 김밥집에 들어갔다. 제주까지 와서 떡볶이와 라면이라니! 그런데 이것은 신묘한 작전이다. 저녁을 맛있게 먹기 위해 점심은 버리는 카드로 쓰는 거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랄까?

이마저도 안 먹고 버텨 속이 비게 되면 저녁을 맛있게 먹을 수 없다. 처음 가보는 성산읍 식당을 위해 엄청 공을 드린다. 준비된 자만이 맛있게 먹는다.

동네 김밥집의 매력이 있다. 떡볶이가 집 홈메이드 맛이라는 것! 가볍게 먹기 딱 좋다. 대성공.


한라산 과자점

필요물품들을 구입하러 이마트에 가던 중 근처에 있는 한라산 과자점에 들렀다. 이쁘게 차려놓고 한라산 모양의 과자를 판다. 콘셉이 명확한 비즈니스다. 요즘 젊은이들의 비지니스 센스란~ 꼰대는 그냥 존경만 하자. 잘한다고 멋지다고 격려만 하자. 선물용 박스 구입이라 맛은 다음에 평가하기로 하자.


난산리 식당

한참 역주행을 해서 이마트 쇼핑을 마친 후 이제 저녁식사 장소로 간다. 한 시간 십분 소요 예정. 역주해의 대가다. 늦은 오후 햇살을 오른쪽에 두고 성산읍을 향한다.


거의 도착하니 차가 한대 갈까 말까 한 돌담길로 들어선다. 이런 곳에 식당이? 골목이 끝나니 조그만 마을이 나오고 깨끗하게 단장한 창고가 보인다. 여느 제주 핫스폿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10분 전에 도착했는데 어디선가 젊은이들이 꼬물꼬물 모여든다. 앞마당이 기다리는 손님들로 그득해진다.

마당 화단에는 빈 와인병들을 널어놓았다. 매일 나오는 빈병들을 이렇게 처치하는구나. 아니, 활용하는구나. 주어진 제한을 긍정적으로 해결한 좋은’ 디자인적 사고(생각)’의 사례다.

곧 문이 열리고 들어오라는 콜을 한다 밖 분위기는 팬시한 반면 인테리어는 굉장히 중후하다. 대체로 어둡게 하고 LED 조명을 잘 활용해서 분위기를 살렸다. 가운데 바 테이블을 셰프 주변으로 두르고 홀에는 테이블을 두 개만 놓인 시원하다.

테이블 세팅 디테일도 눈여겨 볼만하다. 처음엔 나이프와 포그가 플라스틱인 줄 알고 깜짝 놀랐다. 검은 도금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렇지. 냅킨에 올려놓은 돌은 검은 제주 돌이다 작은 세팅 하나에도 자신들의 생각을 담으려고 노력한 흔적들이 보인다. 이런 거 참 좋다. 나이스! 젊은 비즈니스맨들~

여기는 파인 다이닝 식당이다. 시간이 되니 준비한 음식들을 순서대로 손님들에게 서빙한다. 첫 번째 수프부터 입가에 미소를 멈추지 않게 한다. 맛있다. 수프, 애피타이저, 샐러드, 닭요리, 리소토, 살치살 스테이크, 디저트 모두 너무 맛있다. 특히 레몬을 잘라 함께 먹는 닭요리는 상당히 특이하다. 그래서 블로그 리뷰에 많이 회자된다고 한다.


이곳은 점심 두타임 저녁 한 타임 운영한다고 한다. 주방장께서 메뉴가 바뀌니 다음번 제주 오시면 또 다른 음식을 맛볼 수 있다며 수줍게 영업한다. 흔쾌히 다시 방문할 용의가 있다. 가격을 듣고 보면 꼭 다시 와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제주행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난산리 식당이다.


유동 커피

이제는 서울까지 진출한 유동 커피. 젊은이들의 거리 연남동에 생겼다. 그러나 어찌 이곳의 정취를 따르랴. 오랜만에 밀크티와 커피 한잔 테이크 아웃하여 숙소로 돌아오며 하루를 마친다. 이제 내일 하루 남았다.


DAY 3

김만복 김밥

체크아웃 후 방주교회로 이동 중 간단히 아침 식사차 서귀포 신시가지 월드컵경기장 근처 김만복 김밥 서귀포점에 들렀다. 메뉴가 많아졌고, 포장박스 디자인도 쌔끈해졌다. 점점 기업화되어가고 있다. 오징어 초무침과 김밥의 조합이 맛있는데, 이 맛과 형식의 원형은 충무김밥이다.


방주교회

재일교포 건축가 이타미 준이 설계한 교회다. 노아의 방주를 콘셉으로 물 위에 떠있는 배 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 내부에 들어가 의자에 앉으면 마치 배에 앉아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콘셉이 형식과 형태를 결정한다는 디자인 방법론의 결정체다. 콘셉이 확고하면, 나머지는 그에 따르면 된다.

이 아름다운 건 전체적으로 나무와 유리와 쇠를 구성되어 있다. 단순 명료하면서도 방주라는 아이디어에 집중한 공간이 무척 매력적이다. 로비 천정에 누 자그마한 구멍을 뚫어 노아의 방주를 재현했다.


제주의 놀라운 봄바람

세상에 이런 거센. 바람을 맞아 보다니., 방주교회에 내리자 불어오는 바람은 거의 태풍 같은 느낌이다. 차문을 열 때에도 차문 떨어져 나가는 줄 알았을 정도로 거세다. 한껏 움츠리고 다니다 너무 추워 옷을 좀 더 챙겨 입으려고 차로 돌아왔다. 그런데 어떤 분이 내 렌터카 앞 펜더를 가리키며 원래 이런 상처가 있었냐고 물으신다. 상처 자국을 보고 놀라 아니라고 했다. 그분은 일행분이 차문을 열다 강한 바람에 차 문이 확 열려 내 렌터카를 찍었다고 하신다. 죄송하다고 렌터카 회사 연락처를 주면 당신이 연락하겠다 그 하신다. 참 착한 분이시다.


대미지 부분이 작아 굳이 보험 처리 안 하고 그냥 수리를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엔젤렌트카에서는 무조건 상대방 운전자 보험사와만 처리한다고 사건 접수번호를 받고 자리를 이탈하라고 한다. 조금 기다려 그분이 접수하시고 접수번호를 알려주셔서 전송 후 자리를 뜬다.


아주 새로운 경험 두 개를 했다.

1. 바람 부는.제주에서는 차 옆에 주차하지 말 것. 바람이 불어 문이 확 열려. 옆 차에 부딪힘.

2. 렌터카를 손상시킨 경우 무조건 보험사에 연락해서 접수번호를 받고 보험처리만 가능하다는 것.


한림 칼국수

1시 50분에 늦은 점심을 하러 왔는데 웨이팅이 16팀이다. 이제 이곳은 아주 명소가 되었다. 주문해 놓고 차에 누워  카카오톡 연락 오기를 기다린다. 현재 30분 정도 기다리는 중이다. 카톡 확인해보니 3팀 남았다. 약 30분 만에 16팀에서 3팀 대기로 업그레이드했다.


카페 064 knot

한림읍 네 길가에 조용한 카페다. 케이크이나 쿠키 등 디저트 메뉴를 그림으로 그렸다. 정겹네. 요즘 제주엔 이런 카페들이 엄청 많다. 케이크류의 디저트 요청에 빛의 속도로 반응한 B의 검색 능력 인정한다.

커피 맛도 좋다. 초콜릿 케이크에 크런치가 있어 바삭거리는 식감이 초콜릿 케이크의 텁텁함을 덜어준다. 맛이 괜찮다. 참, 세상은 넓고 맛있는 집은 많다.


삼다가

숙성도라는 제주의 핫한 흑돼지 집을 가려다 못 가고 급 방문한 식당이다. 숙성도 제주 본점은 웨이팅이 길다 하여 시내에 있는 숙성도 실버를 방문했다. 아뿔싸. 오늘 하루 특별 휴일이란다. 아후. 오비이락. 급작한 상황에서 침착하게 다른 식당 북마크를 뒤져서 찾아온 집이다. 가정집을 식당으로 사용하는 전통적인 동네 고깃집이다. 위치도 아주 주택가에 있다.


숯을 내오시는데 그 빛이 예사롭지 않다. 생고기는 싱싱하고 두텁다. 멜젓은 짜거나 자극적이지 않아 푹 찍어

먹어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고 맛있다. 오시는 손님들 모양새가 오랜 단골들 인 게 분명하다. 주인장은 매우 순수해 보인다. 파시는 고기에 대해 자부심이 대단한 것이 느껴진다. B가 찾은 블로그 정보에서도 지역민들 맛집으로 소개한단다. 관광지에서 만나는 지역민 콘셉. 아주 좋다. 배가 많이 고프지 않아 많을 것 같았던 고기를 깨끗하게 다 비윘다. 반찬이 좀 단 경향이 있지만, 이 집의 종특인 것이지 맛없는 것이 아니다. 매우 동네 맛집이다.

제주공항

렌터카 반납을 마치고 2박 3일 제주행을 마무리한다. 제주 공항은 언제 봐도 이국적이다. 이곳이 하와인가 한국인가! 곧 다시 오마. 제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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